짠내 가득 ‘차인표’, 이거 웃어도 되나요 [넷플릭스 도장깨기㉔]

이준범 / 기사승인 : 2021-01-07 06:2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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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차인표' 포스터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영화 ‘차인표’의 주인공 차인표 역할을 배우 차인표가 연기했다. 국내에서 보기 드문 과감하고 신선한 시도에 눈길이 간다. 궁금한 마음은 있지만 손이 잘 가지 않는 것 역시 사실이다. 그동안 배우 차인표가 쌓아온 필모그래피의 신뢰도, ‘모 아니면 도’일 가능성이 크다는 직감 등이 망설이게 한다. 차인표가 자신의 이름을 내건 영화에 출연했다는 사실과 넷플릭스로 공개됐다는 사실에 비해 어떤 내용의 코미디인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영화 ‘차인표’(감독 김동규)는 왕년에 스타였던 차인표(차인표)가 옛 영광을 되찾기 위해 좌충우돌하는 현재의 모습을 코미디로 그렸다. ‘배우 차인표’를 어떻게 기억하는지 묻는 시민 인터뷰로 시작하는 영화는 그가 여전히 과거의 톱스타 시절을 어제처럼 생생히 기억하는 모습과 배우로서 활동이 어려운 현실을 동시에 비춘다. 이상과 현실이 일치하지 않는 딜레마를 어떻게든 극복해보려는 차인표는 진정성을 무기로 모든 일에 열심히 임한다. 등산복 CF를 위해 등산에 나선 차인표는 더러워진 몸을 씻기 위해 어느 학교의 체육관에서 샤워를 하던 중 건물이 붕괴되는 사고로 지하에 갇힌다.

‘차인표’는 배우 차인표에 바치는 헌사이자 종합선물세트이고, 또 그의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다. 영화는 실제 배우 차인표를 전혀 모르는 관객도 충분히 따라갈 수 있는 배경설명을 넣었지만, 차인표를 잘 기억하는 관객이 즐길 수 있는 작품에 가깝다. 차인표 특유의 진지한 모습과 ‘사랑은 그대 품안에’, ‘왕초’ 등의 히트작을 언급하고 배우 최민식의 '올드 보이' 포스터 옆에 자신의 작품 포스터가 걸리는 걸 상상하며 활동이 뜸한 현재를 드러낸다. 동시에 팔굽혀펴기부터 가슴 근육을 움직이는 개인기, 자신의 샴푸 광고 패러디 등 차인표에 대한 옛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요소들도 쉴 새 없이 나온다. 코미디 영화를 빙자한 차인표의 일대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 '차인표' 스틸컷
제목과 배우 이름, 캐릭터 이름이 모두 같은 이 영화에서 관객은 주인공 캐릭터 차인표와 차인표를 연기하는 배우 차인표를 동시에 본다. 스타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과장되게 표현한 장면들은 실제 모습보다는 코미디를 위한 장치에 가깝다. 하지만 자신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실제 배우의 모습에서 진정성을 느낄 수 있다. 영화의 완성도와 재미 등을 떠나서 차인표가 도전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현재진행형으로 지켜보는 느낌에 가깝다. 자신을 모델로 한 캐릭터의 망가진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평소에 보여주지 않았던 슬랩스틱과 욕설, 꼰대 이미지를 연기한다. 배우로서 실제 자신과 다른 자신의 캐릭터를 진짜처럼 연기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표면에 드러난 이야기 아래 숨겨진 또 한편의 진짜 이야기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처음부터 끝까지 웃기는 것이 목표인 정통 코미디 장르를 표방한 건 위험할 수 있다. 영화에서 차인표는 지하에 매몰된 상태에서도 배우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구조를 거부한다.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한 주인공이 자신의 체면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지, 얼마나 공감할지 알 수 없다. 차인표가 차인표를 연기하지 않았으면 성립되기 어려운 이야기이지 않았을까. 이밖에도 웃음의 흐름을 한 번 놓치면 웃고 싶어도 웃지 못하는 시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차인표’처럼 배우의 연기력이 크게 의미가 없는 영화도 드물다. 연기를 잘하면 잘하는 대로, 못하면 못하는 대로 영화는 그 자체로 완성된다. 그보다 중요한 건 영화에서도 반복되는 대사인 ‘진정성’이다. 차인표는 이 영화에 출연하는 것으로 자신의 진정성을 보여줬다. ‘차인표’를 본 어느 관객이 그의 다음 작품을 보고 싶어졌다면, 그것만으로 배우와 영화는 제 몫을 다했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지난 1일 넷플릭스 공개. 15세 관람가.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