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년後]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이력서

시대별 상황 따라 채용 트렌드로 반영
필기·면접에서 온라인 직무평가·면접으로
HR정책, 재택·수시채용 확대 등 비대면 변화

기사승인 2021-01-13 04:00:02
- + 인쇄
[코로나 1년後]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이력서
▲SK이노베이션이 화상으로 면접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사진=SK이노베이션)
[쿠키뉴스] 윤은식 기자 =#기계공학을 전공한 A씨는 전공을 살릴 회사를 찾던 중 굴지의 자동차 회사채용 공고를 보고 이력서를 제출했다. 서류전형을 합격한 A씨는 자동차 회사로부터 화상면접 안내 메시지를 받았다. 인공지능으로 면접을 경험해봤지만 화상면접은 처음이었다. 면접에 지장 없도록 컴퓨터 영상과 음향, 그리고 복장 등 준비해야 할 것이 많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는 우리 일상생활부터 직장·사회생활까지 비대면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얼굴을 맞대고 하던 수업은 온라인으로 대체됐고 아침 출근 전쟁을 치르며 오전 9시까지 출근하던 일상도 재택근무로 전환을 하고 있다. 

일상의 비대면화가 정착된 삶을 우리는 맞이했다. 이런 변화는 불문율로 여겨진 구직과 채용문화에도 대전환점을 맞이하게 됐다. 사실 그간 우리 사회가 정보화 사회로 발전을 하면서 구직과 채용은 변화를 거듭해 왔다.

80년대 국내 공개채용(이하 공채)의 일반적 형태는 필기와 면접이 대세였다. 필기는 주로 영어와 전공시험이 주를 이뤘고 이를 통해 응시자의 수학능력을 검증했다. 면접은 대규모 인력을 평가하는데 가장 적합한 옥석 가리기의 방편이었다. 응시자를 단시간에 평가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대면 면접만 한 것이 없었다.

이런 이유로 당시 현대, 대우, 삼성, LG 등 대기업들은 집단면접 또는 집단토론을 통해 인재를 선발했다. 80년대 당시는 민주화운동이 활발했다. 이에 기업환경도 정부주도의 정적인 경영활동에서 기업위주의 동적이고 역동적인 경영활동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당시의 기업들은 인재상으로 '협동심과 집단주의'를 강조했고 이런 성향은 채용으로 반영됐다.

90년대 들어 국내 노동시장은 공개채용의 혁신적인 문화를 꽃피운 시기다. 그 중심에는 외환위기가 있었는데 이를 기점으로 취업시장은 대규모에서 소수 및 수시채용으로 슬림화됐다. 

90년대는 우리 사회가 디지털사회로의 진입으로 필기시험으로는 디지털사회의 적합한 인재인지를 평가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이때 도입된 것이 직무능력검사다. 따라서 서류->필기시험->면접 순의 채용 전형은 서류->직무능력->면접 순으로 변화하게 됐다.

직무능력시험을 도입한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LG그룹이 1993년 국내 기업으로는 최초로 신입사원 공채 시험에 기초직무능력평가(FAST:Freshman Aptitude Synthetic Test)를 도입했다. 2년 후 삼성이 삼성직무적성검사(SSAT: Samsung Aptitude Test) 도입 이후 SK가 SK종합적성검사 등을 차례로 도입하게 됐다.

2000년대 들어 채용시장은 인재 확보에 맞춘 채용패턴으로 변화하게 된다. 틀에 짜인 전형방식이 아닌 필기, 면접, 기업의 인재상 등 전 영역에 걸친 다양한 채용기법이 출현하게 됐다.

가장 큰 변화는 대기업이 직업 채용인재를 찾아 나서는 이른바 '캠퍼스리크루팅'의 등장이다. 기업은 선호하는 대학과 학과를 선정, 방문해 채용설명회를 열고 현장 채용 상담을 통해 인재를 유치했다. 80~90년대는 채용공고를 통해 인재를 유치했다면 2000년대는 기업이 인재를 직접 만나 인재 확보에 나서고 있는 채용트랜드가 형성된 것이다.

주목할 것은 산업발전 격변기나 정보화시대 진입, 디지털사회로의 진입에도 채용 형태는 인재와 기업이 직접 만나는 '대면 채용'은 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면채용은 채용시장에서 변화할 수 없고 사라질 수 없는 '신념'과 같은 존재로 자리를 잡아 왔다.

이 같은 대면 채용문화를 눈에 보이지 않은 바이러스가 격변시켰다. 취업포탈 잡코리아가 지난해 HR(인사담당)분야 핫이슈 톱10 조사 결과, 언택트 채용확산이 3위를 차지했다. 잡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채용을 진행한 대기업 대부분이 서류전형 이후 인정성검사를 온라인으로 진행했고, 인공지능(AI)면접을 도입한 기업도 적지 않았다.

기업별로는 삼성그룹은 지난해 상·하반기 GSAT를 온라인으로 진행했고, LG그룹은 LG인적성검사를 온라인으로 전면 전환 실시했다. CJ그룹, GS그룹 등 다수의 대기업도 온라인 인적성 검사를 도입했다. CJ그룹 계열사와 신세계 등은 온라인 테스트 전형과 AI화상면접 등을 실시했고, 카카오, 네이버 등은 온라인으로 코딩테스트(지원자의 학력·토익 점수 등이 아닌 실력으로만 판단하는 채용방식)를 실시했다.

코로나19 확산방지 및 예방을 위해 조치된 비대면의 일상화는 노동환경을 변화에 이어 채용문화에도 화상면접, 온라인 직무평가 등 비대면 채용문화로 변화시키고 있다. 이런 변화는 기업 인사(HR)정책에 변화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실제로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응을 위한 인사(人事) 변화의 필요성'을 기업 309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5.1%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변화의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19를 겪으며 업황이 급변해서가 가장 많았고 변화 이유로는 재택근무, 거점 오피스 등 원격근무 확대 응답이 가장 많았고 이어 공개채용 축소와 수시채용 확대와 채용 등 인사 전반에 비대면 도입이 다음으로 많았다. 기업 스스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적응하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eunsik80@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