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목은 코로나 검사, 퇴근 후엔 동선 관리'...요양병원 종사자 울분

"주 2회로 늘려 휴무날에도 검사...전파자 취급 말고 인권 보장을"

기사승인 2021-01-14 05: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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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목은 코로나 검사, 퇴근 후엔 동선 관리'...요양병원 종사자 울분
▲ 강추위가 이어지고 있는 11일 서울 한강대로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 선별검사소에 의료진이 핫팩으로 손을 녹이고 있다. 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화요일, 목요일은 일제히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라고 합니다. 교대근무로 쉬는 날도 검사를 위해 병원에 오라고 하는데 정말 너무한 것 아닌가요." 

금주부터 요양병원 종사자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PCR 검사 주기가 주 2회로 늘어나는 등 방역지침이 한층 강화된 가운데 요양병원 종사자들이 '최소한의 인권은 보장해달라'며 반발하고 있다.

13일 경기도의 한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A씨는 "주1회 검사도 힘든데 주 2회로 늘린다고 하니 겁이난다. 문제는 검사 요일까지 화, 목요일로 지정해 강제한다는 점"이라며 "이미 퇴근 동선 제출이며 매번 내려오는 협박성 공문에 지칠대로 지쳤는데 또 다시 융통성없는 지침에 힘이 빠진다"고 토로했다.

교대근무 일정으로 전날 자택에서 쉬던 A씨는 병원으로부터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하니 병원에 들르라'는 안내를 받았다. 그는 "이 눈길에 검체 채취만 하러 병원을 다녀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요양병원 종사자들의 상황을 고발한 글이 올라왔다. 본인을 요양·정신병원 종사자라고 밝힌 청원인은 "간호사, 간호조무사, 간병사들은 3교대,2교대로 근무가 이루어진다. 주말없이 밤낮으로 일하는 직원들이 검사를 위해 휴무일에 병원에 검사를 하러 나와야 한다"며 "병원을 가기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밖으로 나가서 사람들을 접촉하는 행위가 더 위험한 거 아니냐"고 꼬집었다.

그는 "한정된 인력으로 코로나 검사도 병원근무자가(간호사) 책임을 지고 실시해야하는 이 상황에 종사자들은 점점 지쳐간다. 요양병원 종사자들은 퇴근후 동선파악까지 하는 실정"이라며 "기본생활도 보장해주지 않고 요양병원 종사자를 코로나전염을 전파시키는 가해자로 만들며 범법자 취급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아울러 청원인은 "코로나 선제조사로 전염병을 예방하자는 취지는 좋으나 최소한의 인권보장 휴무일 보장은 해주시고 실정에 맞게 시행해달라"며 "간호수당 지급 및 교대 근무로 인한 최소 휴일 일자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해결책을 찾아달라"고 촉구했다. 

이같은 요양병원 종사자들의 반발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최근 요양·정신병원 등 감염취약기관(시설)에 11일부터 코로나19 검사주기를 확대한다는 공문에서부터 시작됐다. 해당 공문에는 요양병원 종사자들의 코로나19 PCR 검사 주기를 기존 주 1회에서 주 2회로 변경하고, 별도의 중단이 있기 전까지 지속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지난달 말 중수본은 요양병원 종사자 대상으로 ▲주기적 선제검사(주 1회) 이행 ▲실내 마스크 착용 및 퇴근후 사적 모임 금지▲ 증감염방역관리자 지정을 통한 감염 관리 등을 조치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종사자들의 퇴근 후 동선을 따로 제출받는 등의 조치로 사생활침해라는 지적도 잇따랐다.

병원 현장에서는 근무시간이 각기 다른 종사자들에 대해 주 2회 코로나19 검사를 조율하기 쉽지 않아 발생한 문제라는 입장이다. 

손덕현 대한요양병원협회장은 "현장에서 주 2회 검사 시행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검사일은 병원 사정에 따라 다르게 적용하고 있는데 업무가 과부하된 상황이 장기간 이어지다보니 불만이 나오는 것 같다"며 "요양병원 구성원들이 상당한 고생을 감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코로나 백신 접종까지만 버텨보자'며 현장을 독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손 회장은 "요양병원 집단감염이 국가적 비상사태이고, 감염 취약성이 있기 때문에 나름대로 사명감을 가지고 버티고 있다"며 "다행히 요양병원 고위험군에 대한 백신 접종을 우선순위로 진행하기로 정부와 논의했다. 2~3월 백신 접종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어려워도 감수하면서 확산을 막아보자는 심정"이라고 했다.

이어 "요양병원 현장의 어려움이 많은데 정부에 요청한 감염병 전담 요양병원 마련도 생각보다 늦어지고 있어 걱정이 크다"며 "집단감염이 발생한 이후가 아니라 발생 전에 선제적으로 전담 요양병원을 마련해두어야 사망률 등을 낮출 수 있다"며 "선제적인 공공 전담병원 마련, 그리고 충분한 인력과 지원이 뒷받침 되길 바란다"고 피력했다.

정부는 요양병원 현장과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요양병원 종사자들에 대한 검사가 주 2회로 강화가 되었기 때문에 여러 가지 현장의 어려움과 애로사항이 아마 있으리라고 생각한다"며 "지속적으로 현장과 소통을 하면서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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