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입하라"vs"단순매입 능사 아냐"···영랑호 범바위 두고 속초시·의회 '팽팽'

영화 촬영 중 범바위 훼손돼 환경단체 반발···속초시 "지역 홍보로 관광객 유입될 것"
속초고성양양환경운동연합 "조례 근거로 범바위 지역문화유산 지정 촉구하겠다"

입력 2021-01-14 17: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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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속초시 영랑호 범바위.(사진=속초고성양양환경운동연합 제공)

[속초=쿠키뉴스] 강은혜 기자 =최근 속초시의회 의원이 영화 촬영 과정에서 훼손된 영랑호 범바위 일대 사유지를 지자체가 매입하라고 촉구한 것에 대해 강원 속초시(시장 김철수)가 14일 자료를 내고 반박에 나섰다.

지난 13일 속초시의회 강정호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속초 8경 중 하나인 영랑호 범바위에서 영화 촬영을 하는 도중 여기저기 앵커를 박아 이 일대가 훼손됐다"며 "애초에 속초시 소유였다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 의원에 따르면 영랑호 유원지 일대는 사유지가 39%를 차지하며, 뒤를 이어 신세계 영랑호리조트(35%)와 속초시(7%)가 각각 소유하고 있다.

이에 그는 "속초 8경 중 하나이자 지질자원으로 보존 가치가 높은 범바위가 지자체 소유였다면 영화 촬영 전 인허가 및 관리 주체로서 훼손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이 일대에서는 지난달 21일부터 사흘간 박찬욱 감독의 영화 촬영이 진행됐으며, 암벽등반 씬을 찍는 도중 바위에 앵커를 박아 일부가 훼손됐다.  

강원 속초시가 제시한 영랑호 유원지 세부조성계획도.(사진=속초시 제공)

이에 대해 속초시는 "영랑호 유원지 내 범바위 일원은 영랑호 유원지 세부조성계획에 맞춰 사업이 완료된 지역"이라며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상 별도로 매입하거나 수용할 토지가 아니"라고 못박았다.

이어 "유원지 내 특수시설 중 조경휴게지로 지정된 범바위 일원은 오랫동안 시민 휴식 공간으로 자유롭게 이용해왔고 앞으로도 지정된 목적에 맞게 토지 소유자와 협의해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시 의원의 말대로 사유지를 매입하려면 150억원의 재원이 필요하다"며 "해당 규모의 재원이 확보된다면 단순 토지 매입보다 오히려 시민 편의시설 확충 등 생활밀착형 사업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영화 촬영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에 대해서도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속초시는 "일부 지자체는 영화나 드라마 촬영을 통한 지역 명소화를 위해 예산을 적극 지원하는 추세"라며 "박찬욱 감독이 범바위 일대에서 촬영을 한다는 것은 시 입장에서 관광객 유입으로 지역소득 증대를 기대할 수 있어 오히려 예산 절감 효과를 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18일 속초시청 앞에서 영랑호 사업 중지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한 속초고성양양환경운동연합.(사진=속초고성양양환경운동연합 제공)

한편 영화 촬영 전부터 이 일대 훼손을 우려하며 중단을 촉구해온 속초고성양양환경운동연합은 속초시의 이 같은 의견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지난 2010년부터 2년간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한국 지질 다양성 대상으로 범바위를 조사해 높은 보존 가치가 인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속초시가 훼손 여부에 너무 둔감한 것이 아니냐는 입장이다. 

김안나 사무국장은 "영화 촬영으로 관광객 유입 효과가 있다손 쳐도 굳이 훼손까지 해야 했느냐"며 "당시 촬영하는 장면을 보고 분개해 전화로 항의한 속초시민이 한둘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오랜 세월에 걸쳐 보존해온 속초의 자연문화유산을 굳이 훼손해가면서 관광 효과를 보려는 것은 매우 1차원적인 생각"이라며 "환경을 지키면서도 얼마든지 지역 관광 활성화를 꾀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속초고성양양환경운동연합은 추후 「속초시 향토문화유산 보호·관리조례」를 근거로 속초시에 영랑호 범바위 지역문화유산 지정 등을 촉구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kkangddol@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