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아! 무상 임대하니 어서와 추위 피해라”

곽경근 / 기사승인 : 2021-01-29 18:5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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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추위 이어지자 인공새집 달아주는 老농부


-새들 종류에 맞춰 3cm에서 9cm 구멍크기 집지어
-폭설이나 강추위에 먹이구하기 어려우면 먹이도 공급 예정
-겨울에는 추위 쉼터, 새봄 오면 번식터 기대
농부 겸 목수인 김완기 씨가 추위가 잠시 주춤한 17일, 경기도 이천 시 소재 자신의 고향마을 초입 소공원에 9cm 구멍크기의 대형 인공새집을 설치하고 있다.

[쿠키뉴스]이천·곽경근 대기자 =“코로나19로 바깥출입도 자유롭지 못하고, 올 겨울 유난히 추위가 심해서 작은 새들이 어떻게 겨울을 나나 걱정도 되고 해서 새집을 만들어 봤어요” 휴일인 17일,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동산리에 거주하는 김완기(79) 씨는 마을 어귀 작은 공원 곳곳에 인공새집을 달면서 말했다.
본래 남양주시에서 개인사업을 하던 김 씨는 5년 전 아내와 고향으로 돌아왔다. 목수 일을 했던 부친의 손재주를 닮아 나무와 기계 다루는 일에는 자신이 있던 김 씨는 귀향 후 첫 일이 창고를 개조해 공방을 꾸민 것이다.
그는 손주들을 위해 농구대도 만들고 이웃 형님 집에 주차장도 멋있게 만들어 줬다.
김 씨의 손재주와 푸근한 성품은 금방 온 동네에 소문이 났다. 간단한 집안 수리부터 마을 사람들은 고장난 물건들을 그의 집으로 들고 왔다. 덕분에 반백을 훨씬 넘겨 돌아온 고향이지만 맥가이버 김 씨는 쉽게 고향마을에 안착했다.
김완기 씨는 일반적인 인공새집의 기본 틀에다가 새들이 쉴 수 있는 횃대나 먹이터, 놀이터까지 함께 만들어 차별화된 고급 새집을 제작, 설치했다.

특별히 할 일이 많지 않은 겨울철에는 친구들과 부부동반 모임도 자주 가졌지만 코로나19는 자유로웠던 시골생활마저도 숨죽이듯 집안에만 갇혀 살게 만들었다.
평소 자연에 대한 애정이 깊은 김 씨는 최근 강추위에 집 앞 나뭇가지에 몸을 바짝 움츠리고 앉아있는 작은 새들을 보면서 내 재능을 살려서 새집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김 씨는 컴퓨터를 켜고 바로 ‘인공새집 만들기’ 검색에 들어갔다. 생태사진을 전문으로 촬영하는 처남에게도 자문을 구하고 다양한 형태의 새집을 살펴봤다.
외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하면 새들이 집안으로 들어와서 안심하고 편하게 지낼 수 있는지 나름대로 고민을 거듭한 후 제작에 들어갔다.
특히 북극한파가 몰아친 올 겨울은 작은 생명들에게는 혹독한 조건이다. 먹이를 구하기가 쉽지않다. 사람들 눈에는 잘 띄지 않지만 동사(凍死)도 많이 한다. 작은 새들을 '새들의 민초'라 부르는 이유다.

새의 종류에 따라 구멍과 집의 크기도 다르게 만들었다. 그는 좀 더 자연친화적이고 새들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게 외관에 나무껍질을 붙이기도 했다. 새집을 만든 후에는 새들이 앉아서 쉬거나 주변을 살피기 위한 횃대도 달고 새집 아래에는 먹이터도 만들어 주었다. 일반적으로 공원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새집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고급이다.
이번에 새집을 달아준 개인공원 일원도 주변에 소규모 공장들이 들어서고 개발이 진행되면서 새들이 안심하고 살만한 집터가 자꾸 좁아들고 있는 형편이다.
더욱 이번에 설치한 문 입구가 3cm에서 9cm까지의 고급빌라들은 모두 무상분양이어서 새들 사이에 소문만 나면 서로 집을 차지하려고 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새집은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으면서도 관리가 쉬운 곳에 빗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약간 경사지게 달아주어야 한다. 특히 청설모나 뱀 등 다른 동물의 침입이 어려운 곳에 설치해야하고 새들의 번식이 끝나면 습기가 차지 않고 다음 해 번식을 위해 깨끗하게 청소해 주어야한다.

인공새집은 구멍 크기에 따라 번식하는 새의 종류도 다르다.
3cm에서는 인공새집을 가장 좋아하는 박새를 비롯해 곤줄박이, 흰눈썹황금새 등이 번식하고 6cm와 9cm에서는 소쩍새를 비롯해 원앙, 파랑새, 꾀꼬리, 솔부엉이 등 몸집이 큰새들이 번식한다.
인공새집에서 번식 중인 딱새 새끼들(그린새 서정화 대표 제공)


인공새집에서 천연기념물 제324-6호인 소쩍새가 알을 품고 있다.(그린새 서정화 대표 제공)

야생조류센터 그린새 서정화(59) 대표는 “인공새집(nest box·人工巢箱)은 새들의 번식생태를 확인함과 동시에 교육적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일반인들은 공원이나 숲에서 새소리는 쉽게 들을 수 있지만 새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이런 점에서 인공새집은 새들에게는 안정적인 번식과 쉼터를 제공하고 사람들에게는 새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직접 확인하면서 생태와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사람이 소유하려고 만든 새장과 달리 새집은 자연에서 자연스럽게 새들을 만나기 위해 설치하는 거예요. 아름다운 공원에 아름다운 새소리까지 들리고 사람 사이로 편안하게 새들이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면 기쁨이 배가 될 것 같다“고 마을 주민 강임구(64) 씨는 말했다.

인공새집과 먹이터 달기를 마친 농부 김완기 씨는 “집을 나름대로 개성있고 튼튼하게 만들다보니 무게가 많이 나가 나무 위에 집을 설치하는데 힘이 많이 들었다”면서 “하지만 이 추위에 새들이 쉴 곳을 만들어 주었다는데 큰 보람을 느낀다. 눈이 많이 내리거나 강추위가 이어져 새들이 먹이구하기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먹이도 충분히 공급할 생각이다. 올 봄에는 많은 새들이 이곳에서 번식도 하고 성공적으로 새끼를 키워 나가기를 소망한다”고 밝게 웃으며 말했다. 
kkkwak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