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을 어떻게 취소할 수 있냐” 입양 가족의 분노

기사승인 2021-01-18 16:5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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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어떻게 취소할 수 있냐” 입양 가족의 분노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입양 취소와 입양아동 교체를 아동학대 방지 대책으로 언급한 것에 대해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다만 입양체계 개선 취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인다.

문 대통령은 18일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입양 부모의 마음이 변할 수 있기에 일정 기간 안에는 입양을 취소하거나 아이와 맞지 않을 경우 입양 아동을 바꾼다든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입양 자체를 위축시키지 않고 활성해 나가면서 입양 아동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식을 어떻게 취소할 수 있냐” 입양 가족의 분노
5일 경기 양평군 서종면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안치된 故 정인 양의 묘지에 시민들의 추모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박태현 기자
입양 가족들은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어불성설’이라고 입을 모았다. 아들과 딸 등 두 자녀를 공개 입양한 강은정(여)씨는 “입양 가족은 출산과 입양을 똑같이 생각한다. 대다수는 처음 연결된 아이를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내 아이’로 키우게 된다”며 “아이가 좀 아프다는 이유로 파양하거나 성격이 안 맞는다는 이유로 돌려보낸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번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입양을 마치 ‘쿠팡’에서 물건 받는 것 같이 단순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다”며 “입양 가족들이 입양 인식 개선을 위해 수십년간 노력해왔는데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모두 물거품이 됐다”고 토로했다. 

입양을 통해 자녀를 만난 김지영 전국입양가족연대 사무국장도 “어떻게 자식이 취소의 대상이고 교환의 대상이냐”며 “입양 부모를 ‘인스턴트’ 취급하고 입양 아동을 물건처럼 취급한 것에 대해 입양 가족 모두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 굉장히 불쾌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정인이 사건’ 이후 아동들의 단체 카톡방에서 ‘입양 부모는 살인자’, ‘입양 아동은 불쌍한 아이’라는 내용이 공유되고 있다”며 “입양 가족에게 너무나 크나큰 상처가 되는 이야기”라고 전했다. 

입양인과 비혼모 등을 지원하는 ‘뿌리의집’ 김도현 목사는 “입양 아동은 친부모로 인한 심리적 상처를 가질 수밖에 없다”며 “입양 부모에게도 거부된다면 엄청나게 큰 트라우마를 입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를 잇기 위해, 가정을 위해 입양을 하는 시대는 지나갔다”며 “여러 심사를 통해 아이의 복리와 인권을 제대로 지켜줄 수 있는 입양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식을 어떻게 취소할 수 있냐” 입양 가족의 분노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온라인도 들끓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와 양부모에게 사과해야 한다’는 청원에 게재됐다. 청원인은 “입양은 아이를 골라 쇼핑한 것이 아니다”라며 “문 대통령은 실언을 인정하고 사과해달라”고 촉구했다. 해당 청원은 관리자가 검토 중임에도 1000여명이 동의했다.

“자식을 어떻게 취소할 수 있냐” 입양 가족의 분노
5일 경기 양평군 서종면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안치된 故 정인 양의 묘지에 시민들의 추모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박태현 기자
반면 문 대통령 발언 취지에 공감한다는 의견도 있다. 청와대는 논란이 확산되자 “대통령 발언 취지는 입양 활성화를 위해 입양제도를 보완하자는 것”이라며 “현재 입양 확정 전 양부모 동의 하에 관례적으로 활용하는 ‘사전위탁보호’ 제도 등을 보완하자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민영창 국내입양인연대 대표는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한다”면서 “단어 선택에는 신중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균 가톨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입양 가족을 조금 더 배려할 수 있는 단어 선택이 필요했다”면서 “사전위탁보호 제도를 강화하는 것은 분명 필요하다. 아동 보호 체계 개선뿐만 아니라 입양 체계 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또 다른 ‘정인이 사건’을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입양 아동에 대한 사전·사후 관리가 취약하다는 점은 불편하지만 수용해야 하는 진실”이라며 “파양보다는 입양 전 위탁 중단이 아동의 권리를 더 최우선으로 보호할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soyeon@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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