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K] ‘양파’는 신을 떨어트리는 방법을 알고 있다

문대찬 / 기사승인 : 2021-01-19 17: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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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인 감독(좌)과 이재민 코치(우). 강한결 기자

[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T1의 ‘대니’ 양대인 감독과 ‘제파’ 이재민 코치, 이른바 ‘양파’ 코칭스태프가 올 시즌 유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되는 담원 게이밍 기아의 파훼법을 제시했다. 

양대인 감독과 이재민 코치는 지난 시즌까지 담원 기아에서 코칭스태프로 활약하며 팀을 ‘리그 오브 레전드(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서머 시즌 우승, ‘월드챔피언십(롤드컵)’ 우승으로 이끌었다. 올해부터는 전통의 명문 T1으로 둥지를 옮겨 지휘봉을 잡았다.

우승을 향한 T1의 여정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팀은 담원 기아다. 양 감독 역시 취임 후 인터뷰에서 친정팀 담원 기아를 정상에서 끌어내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올해 담원 선수들은 여러 가지 밴픽을 시도했고, 이를 체화했다. 엄청난 트레이닝 과정이 있어야 담원을 넘을 수 있다”며 “이를 가속화하기 위해 이재민 코치님이 필요한 것이다. 당연히 어렵겠지만 그만큼 짜릿할 거다. 담원은 정말로 잘하는 팀이다. 이기려면 최소한 몇 수 위에서 생각해야 한다. 해체 분석 수준으로 말이다”라고 강조했다. 

담원 기아를 올 시즌 강력한 우승 후보이자, ‘LoL’의 신이라고 지칭했던 양 감독은, 시즌을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도 친정팀을 향한 선전포고를 이어갔다. 

그는 “목표를 따라 잡는 데 까지 올해 안에 가능할지 모르겠다”면서도 “LoL의 신들을 어떻게 제압할지 고민하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서 결국엔 내가 이기고 싶다”고 밝혔다.

‘양파’ 코칭스태프의 출사표가 근거 없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스프링 스플릿 두 번째 경기에서 담원 기아를 만난 T1은 기대를 훌쩍 뛰어 넘는 경기력으로 팬과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T1은 지난 15일 담원 기아와의 맞대결에서 ‘페이커’ 이상혁을 제외한 4명의 선수들을 데뷔 2년차에 불과한 신인들로 채웠다. 우려에도 불구하고 T1은 담원 기아를 상대로 손쉽게 1세트를 따냈고, 1대1로 맞선 3세트엔 담원 기아를 패배 직전까지 몰아붙이는 등 지난 시즌과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담원의 에이스 ‘쇼메이커’ 허수가 “‘꾸역승(어려운 경기 속에 승리를 만들어내는 걸 의미)’이었다”고 말할 정도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접전이었다.

비록 패했지만 ‘세계 최강’ 담원도 무적은 아니라는 걸 보여준 경기였다. 특히 담원 기아를 꺾기 위한 첫 번째 숙제 중 하나인 정글러 ‘캐니언’ 김건부를 억제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이 고무적이었다.

양 감독은 올 시즌 T1의 1군 로스터에 정글러만 3명을 포진시켰다. 그는 “나는 미드라이너와 정글러를 최우선적으로 본다. 담원의 ‘캐니언’ 선수는 세계 최고의 정글러다. 그 선수를 제압하기 위해선 많은 정글 후보군이 필요했다. 캐니언 선수와 비교하며 자극을 주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담원 기아의 주된 승리 플랜은 미드라이너 ‘쇼메이커’가 라인을 강하게 압박하고, 이를 통해 ‘캐니언’이 순조롭게 성장해 다른 라인에 영향력을 미치는 방식이다. 

그런데 15일 경기에선 이러한 플랜이 어긋났다. 양 감독의 공략법이 먹혀들었다. T1의 신예 정글러 ‘엘림’ 최엘림이 ‘페이커’ 와 손을 잡고 미드-정글을 장악하며 ‘캐니언’의 성장을 억제했다. 이날 최엘림은 노골적으로 상대 정글을 기웃거리며 '캐니언'을 괴롭혔다. 여기에 ‘구마유시-케리아’ 바텀 듀오가 ‘고스트-베릴’ 듀오를 압도하면서 변수 창출도 막았다. ‘쇼메이커’의 슈퍼 플레이로 인해 3세트를 아쉽게 내주고 말았지만 승리 못지않은 성과를 거둔 T1이다. 

시즌 초반에 불과하지만 T1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양파’를 품은 T1이 담원 기아를 정상에서 끌어내리는 순간이 예상보다 일찍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