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대, 바이든-한정애 ‘탄소 중립’ 쌍끌이 하나

바이든 1호 공약이 기후협약 재가입...환경장관 교체는 '동행' 의미
한정애 “탄소중립 기반 마련” vs 환경단체 “의지는 보이나… 글쎄”

기사승인 2021-01-21 05: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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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시대, 바이든-한정애 ‘탄소 중립’ 쌍끌이 하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쿠키뉴스] 김은빈 인턴기자 = 정치권 일각에서 환경부장관 교체를 두고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발맞춰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당선인이 기후대책을 강조하는 만큼 대한민국도 동행해야 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지명이라는 것. 하지만 반대로 변화의 흐름 속에서 동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섞인 반응도 있어 향후 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탄소중립정책, 속도 붙나?… 정치권 환영일색에 기대감 ‘UP’

지난해 6월 ‘기후위기 비상대응촉구 결의안’을 국회기후변화포럼 의원들과 함께 발의하기도 했던 한정애 환경부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20일 국회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 한 후보자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창궐하는 근본 원인은 생태계 파괴와 기후위기”라며 “환경부 장관이 된다면 탄소중립을 위한 명료한 비전을 제시하고 확고한 이행기반을 구축하겠다”며 기후대책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밝혔다.

나아가 유럽연합(EU), 미국, 중국 등 주요국이 앞서 탄소중립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 것을 짚으며 “제게 환경부 장관의 소임이 주어진다면 탄소중립이 실제 이행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기후대책에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세계의 흐름에 한국도 적극 동행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문 대통령의 2050년 탄소중립 선언을 이끌어내는 데 기여했다는 자신감도 드러냈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기후위기 대응에 속도를 내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참여정부 시절 한명숙 전 국무총리 이후로는 관료나 민간단체, 교수 출신들이 자리를 맡았지만 업무 추진력 측면에서는 다소 아쉽다는 평이 나왔기 때문에 정책위의장 출신인 한 후보자가 환경정책을 적극적으로 펼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풀이다.

한 후보자의 환경부 장관 지명에 대해 야당 의원들도 호평일색이었다.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한 후보자 같은 분을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다고 하면 ‘도덕성 흠집내기’ 등과 같은 이야기는 안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환경 관련 시민사회는 기대만을 하지는 않았다. 오기출 푸른아시아 상임이사는 “한 후보자는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의지도 있고 많은 고민을 하신 분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말로 그쳐선 안 된다. 행동으로 움직여야 의미 있는 대전환이 가능하다”고 꼬집었다. 다만 “그동안 시민들이 실감할 만한 정책이 나오지 않았다. 기후변화 대응을 강조하는 바이든 정부에 대해 한국 정부는 적극적으로 응할 것이라고 예상된다”고 기대감도 더했다.

기후위기시대, 바이든-한정애 ‘탄소 중립’ 쌍끌이 하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사진=AFP, 연합뉴스

◇ 바이든 시대 개막… “국제정세도 환경 중심으로 개편될 것”

바이든 당선인의 임기가 시작되는 20일 정오(현지시간, 한국시간 21일 오전 2시)부터 세계의 흐름이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바이든 당선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탈퇴했던 파리기후변화협약에 재가입하는 것을 1호 공약으로 밝혔던 만큼 기후변화 대응에 힘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해 9월 델라웨어주에서 가진 유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방화범”이라고 거칠고 직접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아울러 “지금은 기후변화를 부정할 때가 아니라 행동을 취할 때”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나아가 역대 미 대통령 중 가장 강력하고 포괄적인 기후정책을 제시하겠다는 뜻도 피력했다.

미 민주당은 그에 맞춰 ‘청정에너지 혁명과 환경정의를 위한 바이든 플랜’을 채택하고, 바이든 집권 4년간 연방정부 예산으로 2조달러(2203조원)를, 민간과 주정부 등에서 5조달러(5507조원)를 추가로 조성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바이든 당선인은 ‘그린뉴딜’ 공약을 기반으로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넷 제로(net-zero)’ 달성목표를 세우고 2035년까지 모든 전기에너지를 청정에너지로 전환할 것이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유럽연합이 2019년 탄소 국경세를 부과할 계획을 밝히자 바이든 당선인 또한 이를 지지하고 약속한 바도 있다.

심지어 그는 기후위기 대응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국가에서 생산되는 탄소집약적 상품에 탄소조정세를 부과하거나 전 세계 각국에 화석연료 보조금 지급 금지를 요구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탄소국경세가 도입된다면 2023년부터 미국으로 상품을 수출하는 모든 상품은 미국이 정한 온실가스 감축 기준을 지켜야 한다.

이 같은 미국의 변화는 국제정세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당선인은 무역협정에 기후이슈를 포함시킨다는 목표를 갖고 취임 100일 안에 주요 온실가스 배출 국가들이 참여하는 ‘기후정상회의’를 소집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미국이 ‘기후정상회의’를 지렛대 삼아 온실가스 주요 배출 국가들이 기후대응 약속을 더 대담하게 높이도록 설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회의에는 유럽연합, 중국, 브라질, 오스트레일리아를 비롯해 한국도 대상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상황도 녹록치 않다. 탄소국경세가 적용된다면 한국 주요 수출업종 기업들이 부담해야 할 추가 비용이 최대 1조8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한국은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타격이 클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기후위기시대, 바이든-한정애 ‘탄소 중립’ 쌍끌이 하나
▲19일 푸른아시아 사무실에서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푸른아시아와 쿠키뉴스 업무협약식이 열렸다. 사진=박효상 기자

비영리 싱크탱크 ‘탄소 추적(Carbon Tracker)’은 한국의 석탄산업을 두고 “정부가 석탄 화력 발전소 등에 지원하면서 시장가치 하락을 고려하지 않고 유지시키다 보니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좌초 자산이 됐다”고 평가했다. ‘탄소 추적(Carbon Tracker)’ 보고서에서도 한국이 현재와 같은 석탄발전 규모를 유지할 경우 위험비용이 1060억달러(12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오 이사는 “한국이 미국과 전략적 우방국이라 바이든 정부가 어떻게든 많이 봐줄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과는 이제 결별해야한다. 그동안 우리에게 공짜로 보였던 탄소는 바이든의 승리와 함께 사라졌다”고 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는 시점부터 전 세계는 기후변화 대응대책에 기민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 말만 앞세우던 韓 환경정책… 한정애, 터닝포인트 될까

문제는 한국이 기후위기 대응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대표국가라는 점이다. 저먼워치(German Watch), 기후행동네트워크(CAN)의 ‘기후변화 성과지수(CCPI) 2020’에 따르면 2030년 파리기후협정의 감축목표달성 이행역량을 평가하는 4개 영역이 0점 처리된 유일한 나라다.

영국의 기후변화 비정부기구(NGO)인 기후행동추적(CAT)은 2016년 힌국을 “기후변화 해결에 전혀 노력하지 않는 기후악당국가”라고 표현했다. 또 한국의 2030년 파리기후협정 목표도 매우 불충분하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지난 한국 정부들이 온실가스 감축 선언이라는 구호만 외쳤을 뿐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2009년 이명박 정부는 2020년 예상 온실가스배출량(BAU)의 30%를 감축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바로 다음해에 온실가스가 오히려 9.8% 늘어났다.

2015년 박근혜 정부도 2030년까지 온실가스 37% 감축목표를 담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UN에 제출했다. 그러나 온실가스는 2014년 6억 5910톤에서 매년 증가해 2018년 7억 2760톤으로 늘어났다.

기후위기시대, 바이든-한정애 ‘탄소 중립’ 쌍끌이 하나
▲한정애 환경부장관 후보자가 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임기를 1년 남겨놓은 문재인 정부도 여태 국제사회가 인정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2030년까지 2017년 국가 온실가스 총배출량의 24.4%를 감축한다는 목표를 내놨다. 그러나 이는 박근혜 정부 때 정했던 ‘BAU 대비 37%’ 감축량과 동일한 수준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목표치 조정을 해야 한다. G20 정상회의에서 주요국 정상들이 탄소 감축에 대해 사실상 합의하면서 산업구조 전반에 대한 재조정이 불가피하게 됐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UN에 제출한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 또한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동일하다는 점에서 지적을 받았다. 환경단체 ‘기후위기 비상행동’은 논평을 내고 “탄소 중립에 부합하는 행동계획을 찾아볼 수 없다. 2050년 장기저탄소발전전략이 ‘말잔치’로 끝나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정책이 실행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한 후보자 또한 20일 인사청문회에서 같은 질문을 받았다. 그는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경우 국가목표 설정을 2030년에 다시 한다. 빨리 목표가 정리돼야 배출권 거래제나 유상활동 등 다음 숙제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빨리 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이어 바이든 정부의 환경정책에 대한 한국의 대응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마련하려고 하는 2050 탄소중립을 위한 시나리오 역시 바이든 행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환경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여러 면에서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이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의지는 확고한 셈이다.

그렇지만 의지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일침도 나왔다. 오기출 푸른아시아 상임이사는 “중요한 것은 한 후보자의 의지가 아니다. 정부가 바이든 행정부와 적극적으로 손잡는다고 하더라도 국내외의 협력을 통해 준비하지 않으면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어렵다, 한 후보자가 장관으로서 해야 할 일은 관료 중심이 아닌 시민단체‧산업계와 함께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것”이라며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시민사회의 지지와 협력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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