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지금 가장 ‘중요한’ 일

이준범 / 기사승인 : 2021-01-27 18: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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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새롬 인스타그램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방송인 김새롬이 지난 23일 오후 GS홈쇼핑 생방송 도중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끝났는지 묻고 한 말입니다. 당시 ‘그것이 알고 싶다’에선 정인이 학대 사망사건 관련 내용이 방송됐죠. 이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네티즌들은 김새롬에게 심한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반대로 김새롬이 그렇게 욕먹을 정도로 잘못한 일이냐는 반박 의견이 나왔습니다. GS홈쇼핑 측과 김새롬은 다음날 사과문을 발표했고, 김새롬은 방송에서 하차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처럼 처음엔 사건에 대해 이 정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가까이 들여다보니 다른 세계가 펼쳐졌습니다. 김새롬을 향한 네티즌들의 비난은 단순한 질책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다시는 방송을 할 자격도 없는 건 물론, 그의 인생 자체가 문제인 것처럼 몰아붙였습니다. 김새롬이 발언을 할 당시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정인이 사건을 다루고 있다는 걸 몰랐다고 사과문을 발표한 이후에도 비난은 여전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왜 김새롬을 욕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네티즌들의 반박과 응원 메시지가 SNS를 뒤덮었습니다. 양쪽으로 나뉜 네티즌들은 다시 서로를 공격하며 비난하고 있었습니다.

김새롬에 반감을 느끼는 네티즌들의 이야기엔 나름대로의 논리가 있었습니다. 이들에게 정인이 사건을 다루는 ‘그것이 알고 싶다’는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고 수많은 입양아들을 살리는 무엇보다 ‘중요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이건 정인이 사건을 다루는 프로그램은 신성하고, 그에 반하는 세력은 누구든 공격받아 마땅한 이분법적인 세상을 만드는 근거입니다. 그 세상에서 제품을 파는 상업적인 방송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제품 홍보를 위해 실언을 한 김새롬은 비난받는 게 당연합니다. 그의 사과를 자세히 들을 이유도 없습니다.

처음엔 단순히 한 연예인에게 분노를 해소하는 일부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입장을 들어보면 나름대로 납득할 만한 대목도 있습니다. 시민들의 분노가 현실의 재판과 제도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계속 ‘그것이 알고 싶다’ 같은 방송을 이어갈 수 있게 하는 힘이 되어주니까요.

다만 보다 중요한 방송과 그렇지 않은 방송을 서열화하고, 잘못을 하면 맞아도 된다는 태도엔 문제가 있습니다. 이는 누군가를 향한 폭력과 공격을 정당화하는 논리와 같기 때문이죠. 전 국민이 크게 분노한 정인이 사건 역시 이와 비슷한 정당화를 거친 폭력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요하지 않은 방송에서 실언을 한 연예인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논리와 '잘못하면 맞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아동학대범의 논리는 얼마나 다른 걸까요.

약자를 향한 끔찍한 폭력의 재생산을 막으려면 강력한 처벌과 함께 타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필요합니다. 이번 사건에선 처벌만 있을 뿐, 이해와 공감은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었죠. 한 번 다른 노선을 타면 영원히 좁혀지지 않는 평행선을 걸을 뿐이란 걸 재확인했습니다. 누군가를 향해 분노를 드러내고 악마화하는 것이 정말 세상을 더 나아지게 만드는지 고민할 일입니다.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