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죽음의 공장' 한국타이어···"사망자·질환자 전수 조사 필요"

'노동자 죽음의 공장' 한국타이어···"사망자·질환자 전수 조사 필요"

2007년 이후 폐암 백혈병 등으로 노동자 190여명 사망
맹독성 유해 물질 생성 의혹...노동자들 정확한 사인 못밝혀
산재협의회 위원장 "산재 사망도 자연사로 둔갑"
법원도 공장 작업 환경과 노동사 사망, 인과 관계는 인정

기사승인 2021-02-02 04:00:03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사진=다음지도 갈무리)
[쿠키뉴스] 윤은식 기자 ="한국타이어 노동자 사망자가 190여명으로 확인되고 있지만 일부입니다. 현직 노동자, 비정규직, 퇴사자 등 사망자와 질환자의 전수조사가 이뤄져야 합니다."

한국타이어에서 지난 2007년 이후 폐암이나 백혈병, 심근경색·뇌출혈 등으로 사망한 노동자는 19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와 별도로 한국타이어 공장이 있는 대전의 모처에서는 공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유해물질로 인한 '어린이 백혈병' 환자도 나오고 있다는 증언도 나온다.

한국타이어 공장이 나치 독일이 유대인 학살을 위한 만들었던 강제 수용소 '아우슈비츠'로 불리는 까닭이다.

한국타이어에서 일하다 숨진 노동자 유가족 및 전·현직 노동자들은 한국타이어 공장에서 맹독성 유해 물질이 생성되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노동자들의 정확한 사인은 밝혀진 바 없다. 다만 법원은 노동자 사망원인은 유독성 강한 물질을 취급하는 공장작업환경을 지목하며 공장 작업환경과 노동자 사망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지난 2006~2007년 15명의 노동자가 집단 사망하면서 지금까지 '노동자 죽음의 공장'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회사다. 당시 노동자 집단 사망 이후 노동당국이 전수조사를 벌여 93명의 추가 사망자도 나왔다. 이후에도 노동자 사망 사가 끊임없이 발생했다. 그런데도 이 회사는 노동자 사망과 회사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

한국타이어 노동자 집단사망 사태 진상규명 활동 중인 박응용 위원장은 "사측이 몇 백억원을 들여 (작업) 환경개선을 한다고 하지만 (이는) 보여주고 생색내는 것이 불과하다"며 "최근 안전장치 오작동으로 기계에 끼어 사망한 사건이 보여주듯 근본적인 개선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한국타이어 집단사망과 산재의 원인이 되는 유해물질의 인과관계를 조작, 은폐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며 "노동자들이 아프다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고 산재를 신청하고자 하면 회사에서 회유와 협박으로 내쫓기거나 자연사로 위장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관련업계에 알려진 바에 의하면 산업보건 연구원이 한국타이어 의료보험가입자 중 사고사를 제외한 질병 사망자 수를 조사한 결과 1996년부터 2017년까지 노동자 144명이 사망했다. 사망자 가운데 산재신청 비율은 10%대로 낮았고 산재 인정 비율도 0.98%대로 낮았다. 사실상 산재 승인율이 0%에 가까운 수치다. 

실제로 박 위원장은 한국타이어 노동자 송 모 씨는 뇌경색으로 병원 치료를 받고 있지만 한국타이어 특수건강검진기관인 대전 U병원은 정기특수건강검진에서 이상 없음으로 판정했고, 지난 2019년 사망한 이 모 씨도 초기 검진에서 물혹 진단을 받았으나 서울에 있는 병원에서 재검을 한 결과 근육암 판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한국타이어가 조직적으로 노동자 산재 승인을 방해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박 위원장은 "최근 방영된 스트레이트에서 밝혔듯이 특수건강검진에서 직업병은 한명의 예외도 없이 전부 난청으로만 판정했다. 심장마비로 죽은 사람도 난청이었다"고 지적하면서 "산재예방과 집단사망 은폐를 방지하기 위한 특수건강검진 검진기관을 바꾸고, 사후관리만 잘해도 많은 노동자들이 죽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법원은 한국타이어 노동자 사망 원인이 공장작업환경을 지목한다. 지난 2007년 10월 18일 대전법원은 한국타이어가 소속 노동자 유가족을 상대로 제기한 업무방해 금지 가처분사건에서, 당시 재판부는 노동자들의 사망이 회사 작업환경과 연관성이 있는 취지의 내용으로 가처분 기각 결정을 했다. 또 지난 2017년에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이 타이어제조공장에서 일하다 폐암으로 숨진 근로자에 대한 회사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도 내린 바 있다.

한국타이어 노동자와 유가족들은 노동자 사망 원인으로 솔벤트로 불리는 HV-250을 지목한다. 이와 관련해 한국타이어는 지난 2018년 국회 환경노동위 국정감사 때 이 물질은 발암물질이 없는 친환경 물질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타이어 산업은 국제기구에서 인정하듯이 한 가지 물질로 특정할 수 없을 정도로 타이어 공정 전체를 1급 발암산업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발암물질 없는 무벤젠이라는 것은 거짓에 불과하고 1급 발암물질인 벤조에이피렌과 수소변환으로 톨루엔, 자이렌 등 변환이 가능하고, 수백가지의 유해화학 발암물질의 혼합으로 흄 등 맹독성 유해 물질이 생성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이는 한국타이어가 대덕구청에 신고한 대기 및 수질을 통한 유해화학물질 배출신고서에도 분명 명시되어 있다"면서 "그러나 지난 한국타이어 노동자 집단사망 사태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진행된 2008년 역학조사에서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문제는 배제하고 고열과 과로로 결론을 내렸다"고 꼬집었다.

김 위원장은 타이어 생산 공장뿐만 아니라 공장 주변의 피해도 심각하다고 경고했다. 특히 공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유독물질로 어린이들의 백혈병 발병 사례도 있다고 했다.

그는 "현장 노동자들도 백혈병을 앓고 있다. 한국타이어에서 사용하고 있는 유해화학물질이 대기와 수질로 외부에 배출되고 대기 흐름에 따라 와류현상으로 인근 지역에 모이게 된다"며 "그 지역의 백혈병을 앓고 있는 어린이들이 10여명 이상이 되는 것으로 확인된 바 있고 서울 어린이 암 전문병원에 대전 백혈병 어린이 환자가 유독 많다는 이야기도 들은바 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또 한국타이어 대전 공장 내 토지 오염 등의 과학적인 조사도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타이어 제조공정은 물론 담장을 넘어 토양과 물, 공기 등으로 배출돼 대전 시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사항에 대한 전수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의혹이 아니라 환경청, 지자체 등에서 과학적인 조사와 결과에 따른 타당한 조치들을 지금이라도 취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전쟁 중에도 제네바 협정에 따라 다친 적군을 인도주의 차원에서 치료를 해주고 있다. 하물며 자국의 노동자들이 일하다가 병들고 죽어가는 문제에 대해서, 단일 사업장에서 190여명이 사망했고, 7000여명의 절반이 중증질환자"라며 "이는 전쟁보다 더한 상황으로 특별재난구역으로 선포하고 노동부에서 긴급 구제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재 사망자가 190여명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으나 이것 또한 일부이고, 단기 근로자 직업훈련원생, 직접 채용된 노동자, 협력업체 하청업체 노동자, 내부 비정규직, 퇴사자들, 현직 노동자들 사망자 및 질환자 전수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며 "전수조사에는 토양, 대기, 수질 전체가 포함해서 진행하여, 유해화학물질을 다루는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건강문제까지도 전반적인 과학적인 전수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과 관련해 김 위원장은 "한국타이어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처벌대상 1호"라며 "대규모적인 맹독성 유해화학물질을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음에도 노동자 생명을 담보로 이윤을 창출하는 기업 활동은 더는 용인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11월 대전공장에서 타이어 성형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성형기 원통에 끼임 사고로 같은해 12월 노동청으로부터 특별 감독을 받았다. 그 결과 한국타이어는 700건에 달하는 산업안전 보건법을 위반했다. 사고를 당한 노동자는 사고 17일 만에 숨졌다.

eunsik80@kukinews.com
윤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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