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물음표를 느낌표로 만든 ‘승리호’의 승전보

이준범 / 기사승인 : 2021-02-05 17: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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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승리호' 포스터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한국영화에 한계는 없다. 영화 ‘승리호’가 증명했다.

‘승리호’(감독 조성희)는 사막화된 지구를 떠나 위성궤도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든 2092년, 우주쓰레기를 치우는 한국인 우주청소부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경쟁자들을 제치고 독하게 일을 처리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승리호 선원들에겐 갚아야 할 대출과 공과금이 산더미다. 돈 버는 일에 혈안이 된 이들은 우연히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만나며 큰돈을 벌 수 있는 위험한 거래를 제안한다.

‘승리호’는 ‘스타워즈’, ‘스타트랙’,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등 우주를 배경으로 한 할리우드 영화에 익숙해진 관객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SF 영화다. 한국어로 대사를 하는 한국인 캐릭터들이 우주를 배경으로 좌충우돌하는 낯선 그림이 신선함으로 바뀌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다양한 언어를 자동 번역하는 인이어 통역기 설정과 기후와 환경의 변화에도 그대로인 사람들의 정서가 영화 속 세계관 적응을 돕는다. 우주라는 배경만 바뀌었을 뿐 주요 인물들이 모두 생계형으로 몸을 써서 일하는 노동자라는 설정과 무엇보다 돈을 중시한다는 설정 역시 한국인으로 구성된 승리호 선원들이 어색하지 않은 이유다.

영화 '승리호' 스틸컷

‘승리호’의 야심은 할리우드의 전유물이었던 우주 SF 장르를 한국영화로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승리호 선원들은 누군가의 핏줄을 타고나지도, 인류를 구하겠다는 대단한 야심이 있지도 않은 평범한 인물들이다. 불의를 봐도 못 본 척 넘어가고, 윤리적이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돈을 놓지 않는다. 물질적 이익을 좇는 승리호와 비밀을 감춘 우주 개발 기업 UTS의 대립은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매개로 연결된다. 히어로와 빌런이 오직 서로를 향한 원한과 인류를 구하는 대의를 위해 다투던 단순한 기존 공식에서 벗어나, 각자의 이익을 위해 행동한 결과가 대립이 되는 식이다. 덕분에 인류를 구한 히어로 이야기보다는 도로시와의 만남을 통해 잃어버린 인간성을 되찾는 선원들의 이야기에 더 가깝다.

서사를 뒷받침하는 미술과 CG는 아쉬움을 느끼기 어렵다. 우주의 다양한 공간을 누비는 우주선의 자유로움과 우주를 유영하며 수리하는 인물들의 모습, 지구를 대체하는 다양한 우주 공간들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인공중력을 적용해 땅에 발을 붙인 인물들의 코미디가 시종일관 이어져 지루함을 잊게 한다. 태호(송중기)의 발, 장선장(김태리)의 눈, 업동이(유해진)의 피부 등 각자의 결핍과 사연을 신체부위로 드러낸 디테일한 설정도 인상적이다.

송중기와 김태리, 진선규, 유해진 등 많은 관객들이 신뢰하는 배우들은 '승리호'에서도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특히 배우 김태리는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우주선 선장 역할을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선보인다. 로봇 업동이의 목소리와 모션 연기를 모두 소화한 유해진이 사람이 아닌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이색적이다.

5일 넷플릭스 공개. 12세 관람가.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