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진호의 경제 톡톡] ‘게임스탑’으로 본 미국과 한국의 공매도

최문갑 / 기사승인 : 2021-02-08 11:2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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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진호 (목원대학교 겸임교수 / 한국연금개발원 연구위원)

금진호 연구위원
우리 증시에 코로나로 인해 지난해부터 공매도를 금지한 후, 공매도 제도를 다시 해제하느냐 금지를 연장하느냐로 연일 시끄럽고 난리다. 공매도 문제는 금융시장을 넘어 정치권까지 문제에 대한 공론화가 번지고 있고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에선 대형버스에 ‘나는 공매도가 싫어요’라는 문구와 함께 금융위원회 해체를 주장하고 있다. 

지난 1월 말 미국에서 공매도와 관련한 놀라운 뉴스가 날아들었다. 미국 월가의 대표 헤지펀드인 멜빈 캐피털(자산운용사)이 올해 1월 자산이 반 토막이 났다는 뉴스다. 멜빈은 미국 주식시장에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비디오 전문업체인 ‘게임스탑’의 주가 하락에 베팅하며 대규모 공매도에 나섰지만, 미국의 개미 투자자들인 서학개미(한국의 동학개미)가 주도한 주가 폭등으로 아주 큰 손실(5조 원)을 입은 것이다. 

공매도란 주식을 먼저 빌린 뒤 이를 매도하는 방법으로 차입 공매도(커버드 숏셀링)와 주식을 빌리기 전이라도 미리 팔 수 있는 무차입 공매도(네이키드 숏셀링)로 나뉜다.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등에선 무차입 공매도가 허용되지만 한국, 홍콩 등에서는 차입 공매도만 가능하다. 쉽게 설명하면 공매도는 주식을 가지고 있는 개인에게 값싼 이자를 주고 주식을 빌려 매도를 한다. 그리고 주가가 폭락하면 다시 싸게 사서 원래 주인에게 주식을 돌려준다. 여기에서 공매도의 사는 가격과 파는 가격의 차이를 통해 이익을 취하는 것이다. 

올해 초 125억 달러(약 14조 원)의 자산으로 시작한 멜빈은 1월 한 달을 보낸 후 자산이 80억 달러(약 8조 9000억 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운용자산이 한 달 사이 절반 이하로 쪼그라든 멜빈은 한 달 동안 ‘게임스탑’ 등의 투자에서 53%의 손해를 입은 것이다. 멜빈은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대규모 공매도에 나섰으나, 미국의 개인투자자들이 이에 맞서 주가를 끌어올리면서 막대한 손실을 입혔다. 월가를 대표하는 유명 헤지펀드가 개미 투자자들에게 패배해 무릎을 꿇게 된 것이다. 

필자도 대학에서 금융에 대한 수업에서 ‘빅 쇼트’란 영화를 보여주고 공매도에 대한 과제를 내곤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한 미국의 역모기지 사태에 대한 영화다. 공매도는 2008년 미국의 자본시장은 주식시장에서 공매도라는 금융상품을 만들어 판매했다. 자본주의 속성처럼 모든 물건을 상품화하고 거래시킨다. 우리나라도 공매도가 불법, 탈법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도 테슬라 공매도에서 알 수 있듯이 투자자 입장에서 매우 문제가 많은 제도다. 천재인 머스크 역시 공매도에 진절머리를 냈다. 테슬라는 “집이 없는데 어떻게 집을 팔 수 있는가? 그런데 주식은 자기가 보유하지 않아도 주식을 남에게 빌려다 팔 수 있다. 왜 집은 빌려다 팔지 못하게 해놓고 주식은 빌려다 팔게 하는가?” 머스크는 공매도 제도 존재 자체를 문제 삼았다. 

건실하게 성장하는 기업이 있어도 공매도가 기업을 무너뜨릴 수 있다. 특히 상장한 지 얼마 안 된 회사나 아직 이익이 나지 않은 바이오 업종은 더욱 위험하다. 공매도를 일삼는 무리는 거짓된 정보와 일부 언론과의 밀착한 조작으로 부정적인 기사를 내면 주가는 바로 폭락한다. 주가 폭락은 자금조달을 어렵게 하고 회사 평판을 나쁘게 한다. 그 기업은 망할 수도 있다. 공매도가 변동성을 완화해 주는 역할을 한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하지만 변동성 완화가 아니라 변동성을 고의로 유발하고 확대하여 그 추악한 이익을 남기는 것이다. 공매도 없이 주가는 얼마든지 변동하고 고평가 저평가를 시장이 판단해서 변동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뉴욕 증시에서 공매도 세력과 개인투자자 간 '게임스탑 전투'가 벌어진 후 국내에서도 반(反) 공매도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게임스탑’ 전투 후 국내 주식시장에서 공매도 잔고 비율이 높은 코스피 상장사 셀트리온과 헬릭스미스에 관한 포스팅이 급증했고 주가 상승을 보여주었다. 국내 주식동호회를 중심으로 인터넷 커뮤니티 등지에서 한국판 ‘게임스탑’ 운동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국내에서 공매도 잔고 비율이 높은 종목의 주주연대와 연합해 공매도 세력에 맞서 싸울 준비를 하겠다고 밝혔다.

또 미국 주식시장을 흔든 개미들의 반란인 이번 ‘게임스탑’ 사태를 할리우드 영화계가 영화로 제작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하니 얼마나 이슈가 집중되고 있는지 짐작이 간다. 금융위원회는 3월 15일로 끝낼 예정이던 공매도 금지조치를 5월 2일까지 약 7주간 연장한다고 한다. 시가총액 대형주인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지수 구성 종목에 대해서는 5월 3일부터 공매도를 재개하고, 나머지 소형주들은 무기한 금지조치를 연장하기로 했다.

공매도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불신과 불공정의 문제는 한국증시 3000선의 역사에서 가장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문제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증시를 부양한 동학개미들의 불안과 걱정은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