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통신] '맹모'에 오르고 또 오르고…'학세권'이 뭐기에

[놀이터통신] '맹모'에 오르고 또 오르고…'학세권'이 뭐기에

목동 공인중개사 "이사철 관계없이 매매·전월세 대기 수요 늘 많아"

기사승인 2021-02-09 06:30:02
교육 1번지로 불리는 서울시 양천구 목동의 한 아파트. 사진=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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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임지혜 기자 =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학원가 근처로 이사 갈까 고민 중이야"

놀이터에 모여있던 한 사람이 이사 얘기를 꺼내자 다른 엄마들도 비슷한 고민을 털어놨다.

"아이가 셔틀버스로 학원가까지 다니는 게 너무 힘들어 보여" "OO중학교 배정되려면 O학년까진 전학가야 한다더라" "△△고등학교가 대입 진학률이 높다던데"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육열을 자랑하는 한국. 많은 부모가 아이를 낳자마자 좋은 학군을 찾아다닌다. 그만큼 엄마들 사이에서 아이 키우기 좋은 둥지는 빠질 수 없는 이야깃거리다. 

코로나19와 임대차 3법 등으로 전국 부동산이 들썩인 가운데 수도권 명문 학군으로 꼽히는 서울 강남 대치동, 목동, 중계동, 평촌, 일산, 송도 등의 집값·전셋값은 더 가파르게 상승했다. 특히 최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청약 경쟁률 10위권 중 8곳이 학세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학세권은 단지 인근에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학원 등 교육시설이 도보할 수 있는 거리에 있는 주거 지역을 의미한다.

'애 하나 키우면서 유난 떤다'는 주변 비난에도 일부 엄마들이 빚을 지면서까지 소위 말하는 '명문학군' '학원가'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 '중품아(중학교를 품은 아파트) 등 학세권으로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교육부 학교알리미에 따르면 대치동 대치초등학교는 지난해 학급당 학생 수가 37.7명으로 전국 1위다. 'OECD 교육지표 2020'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우리나라 학급당 학생수는 초등학교 23.1명, 중학교 26.7명이다. 대치초등학교의 경우 평균보다 10명 더 많은 학생들이 한 반에 모여있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서울 최대 학원가인 대치동 학원가로 도보권 통학이 가능한데다 단대부고, 휘문고, 숙명여고 등 진학실적이 우수한 일반고가 인근에 있어 선호도가 높기 때문이다. 

이런 학군 탓에 대치동 아파트 가격은 입이 벌어질 정도로 비싸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대치삼성아파트 전용 59.88㎡(25평)는 지난 1월 18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전셋값도 11억이 넘어 어지간한 재력을 갖추지 않으면 살기 어렵다. 

경기도 수원시에서 거주 중인 A씨는 최근 살던 집을 팔고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전셋집을 얻었다. 이전보다 직장이 훨씬 멀어졌지만 "아이 교육을 위한 선택"이라고 위안했다. 

대치동과 함께 교육 1번지로 불리는 양천구 목동도 만만찮다. 학원가가 밀집한 '목동 신시가지 2·5·6단지와 목동 신시가지7·8단지는 3.3㎡당 가격이 5000만~6500만원대에 달한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양천구의 3.3㎡당 평균 시세는 3660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약 두 배 수준이다. 

목동 신시가지7단지(89㎡) 매매 호가는 17억원, 전세 호가는 7억원대다. 지난달보다 수천만원이 올랐지만 매물은 실종상태다. 

목동 B공인 관계자는 "신시가지7단지를 비롯해 입주가 바로 가능한 매물이 아예 없다"면서 "학원가가 인접한 단지들은 이사철과 관계없이 대기 수요가 늘 많아 매매나 전세 모두 희귀해졌다"고 말했다. 

대형학원이 밀집해 있는 경기도 안양 동안구 평촌 지역 C공인 관계자도 "2·4 부동산 정책이 발표됐지만 학세권 아파트는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며 "학세권 아파트 수요는 늘 많고 지금까지 부동산 정책이 나올 때마다 매매와 전셋값이 오르면 더 올랐지 내려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평촌학원가. 사진=임지혜 기자
전문가들은 일부 명문 학군으로 불리는 지역에서 매매, 전셋값 급등이 나타난 원인으로 코로나19와 자사고 폐지. 임대차법 개정 등을 꼽는다. 

코로나19로 공교육이 원격수업 등 비상체제에 들어가면서 지역별 학군별 학교별 교육 격차는 더 벌어졌다. 특히 비(非)강남 명문고로 꼽히며 교육 수요를 분산시켜 왔던 자율형사립고와 외국어고가 오는 2025년 일반고로 전환되면서 학세권 쏠림 현상이 심화됐다. 

일각에서는 무분별하게 우수 학군 뒤쫓아선 안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교육이 계층 세습 수단이 돼서는 안된다는 것과 극심한 경쟁이 아이를 벼랑 끝으로 몰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내 아이가 대치동, 목동 등 아이들과 비교해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초조함이 많은 부모의 등을 떠밀고 있는게 현실이다.
 
진학 실적이 좋은 일반고에 들어가려면 그와 인접한 초·중학교에 다니는 것이 유리하다. 학교 인근 아파트 단지에는 유흥업소 등 유해업종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취학 아동부터 고등학생까지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학세권 아파트로 몰린다. 여기에 최근 임대차 3법 강행으로 매물이 귀해지면서 치솟는 매매·전셋값에 기름을 부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명문 학군은 좋은 진학실적을 가진 학교의 유무뿐 아니라 면학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면서 "또 아이가 공부를 하면서 부족한 부분이 생기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학원이 주변에 즐비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2021학년도 서울대 정시모집 결과를 보면 고3 학생보다 재수생이, 일반고보다 자율형 사립고의 합격률이 높았다. 이는 학교 외부 조력에 의한 힘이 어느정도 작동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 "부모들은 이렇게 현장에서 벌어지는 결과들의 통계 수치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정부의 정책 결과보다 더 객관적으로 받아들이는 만큼 '(비싼) 전셋값을 치르고라도 가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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