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에 보이스피싱까지…청년들이 죽어간다” 엄마의 호소

“실업에 보이스피싱까지…청년들이 죽어간다” 엄마의 호소

'한 푼 더 벌려고" 보이스피싱 알바 함정 빠지는 구직자들
1월 고용 쇼크에 놀란 정부, 1분기 공공일자리 90만개 창출

기사승인 2021-02-17 07:00:02
지난해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0 대한민국 일자리 엑스포에서 구직자들이 취업설명회를 듣고 있다. 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임지혜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고용시장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30대 이하 청년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거나 실업자로 전락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심지어 일자리가 절박한 취업준비생(취준생)의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해 고액 아르바이트(알바)인 것처럼 꾸며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범행에 가담시키는 범죄까지 늘어나는 등 많은 청년이 혹독한 삶 속에 살고 있다. 

◇1월 고용 쇼크…청년 10명 중 9명 "코로나로 구직 어려워" 

금융권 취업을 준비 중인 이모씨(26·여)는 "최근 일부 대기업들이 수시채용으로 눈을 돌리고 채용을 하는 기업들마저 경력직 같은 중고 신입을 선호해 일할 자리가 적다고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코로나로 알바 자리도 마땅치 않아 취업 준비를 하면서 금전적으로 힘들어하는 친구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취준생 박모씨(28)는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많은 기업들의 채용을 줄이거나 멈췄다"면서 "집에서만 취업 준비를 하다보니 의욕이 상실돼 취업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들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지난달 13일 오후 서울 성동구청 내 성동구 희망일자리센터에서 관계자들이 관내 기업들의 구인 정보들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취업 시장의 문은 더욱 좁아지고 있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10일 발표한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581만8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98만2000명 감소했다. 이는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2월(-128만3000명)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실업자 수도 역대 처음으로 150만명을 넘어섰다. 

연령별로 보면 취업자는 20대(-25만5000명), 30대(-27만3000), 40대(-21만명), 50대(-17만명), 60세 이상(-1만5000명)까지 모든 업종에서 줄었다. 

정동욱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1월 고용동향 발표를 통해 "지난해 12월8일 사회적 거리두기가 격상되면서 숙박·음식점업, 도·소매업 등 대면서비스업 취업자 감소폭이 확대됐다"며 "청년 신규채용 감소, 노인일자리 종료 후 개시까지의 시차, 폭설에 따른 일용직 감소 등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청년 10명 중 9명은 현재 일자리를 구하는데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일 대통령 직속 사회적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청년위원회가 발표한 청년 구직자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코로나19 확산 이후 구직이 어려워졌다'는 항목에 응답자 중 91.7%(547명)가 '그렇다'고 답했다. 해당 설문조사는 지난해 11∼12월 구직 중인 만 29세 이하 청년 596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전화금융사기 피해금 수취 유형. 전북경찰청
◇실업에 범죄로 내몰리는 청년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취준생이 보이스피싱 조직에 속아 범죄에 연루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경찰과 금융당국 등이 계좌를 이용해 송금하게 하는 범죄를 옥죄자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은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돈을 건네받는 방식(대면 편취) 등을 늘리고 있다.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해외 구매대행업체나 환전상, 대부업체 등으로 위장한 보이스피싱 조직이 '간단한 심부름을 해주면 고액의 대가를 주겠다'며 취업이 절박한 구직자들을 꼬드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비슷한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젊은이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라는 글의 청원인 A씨는 40대 평범한 주부라고 소개하면서 "자녀가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돼 구치소에 수감 중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아들은) 코로나19로 회사를 그만두고 부모에게 손을 벌리기 않고 생활하기 위해 단기 알바를 해왔다"면서 "지난달 중순 모 신용정보회사에서 (알바) 연락이 왔다고 한다. 채권추심 같은 비슷한 일로 돈을 받아 지정된 사람에게 돈을 전달해주는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 일을 일주일하고 경찰에 체포돼 현재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단순한 알바로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보이스피싱에 속아 가담한 것이 됐다는 설명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다만 A씨는 "아들은 죄가 없으니 풀어달라고 청원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우리 젊은이들이 (실업으로) 얼마나 어려운 실정에서 힘들어하는지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의 아들처럼 알바를 하다가 구치소에 많은 젊은이들이 잡혀있다고 한다. 그렇게 속아서 알바를 한 젊은이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지금 이 나라는 젊은이들에게 너무 가혹하다. 일자리가 없으면 '그만큼 스펙을 쌓아라'라고 말하는데 돈이 있어야 스펙 쌓는 것 아닌가"면서 "잘난 부모라면 아들이 그런 일을 하지도, 돈이 없어 힘들어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부모(기성세대)도 일하고 있으면서도 (언제 잘릴까)불안한데 (코로나로 실업자가 된)아들이 더 힘들어했을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너진다"고도 했다. 

이어 "이러한 일들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며 보이스피싱으로 인해 젊은이들이 더 피해를 보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해당 청원은 이날 오후 4시30분 현재 407명의 동의를 얻었다. 

정부도 심각한 청년 고용 위기를 모르는 건 아니다. 지난 1월 고용 상황에 놀란 문재인 대통령은 연이틀에 걸쳐 '역대급 고용 위기' '외환위기 이후 가장 심각한 고용 위기상황' 등의 극단적인 표현을 쓰면서 대책을 강구하라고 주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청년들과 여성들의 고용상황을 개선할 특단의 고용대책을 신속하게 마련하라"고 지시한 데 이어 이날 국무회의에서도 "1분기까지 90만개 이상의 직접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반드시 이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민간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투자지원과 규제혁신, 민간 고용 유지 지원 방안 등도 거론했다.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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