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준의 한의학 이야기] 연근차(蓮根茶)

최문갑 / 기사승인 : 2021-02-19 17:48:08
+ 인쇄

박용준 (묵림한의원 원장, 대전충남생명의숲 운영위원)

박용준 원장
16세 때 어머니 신사임당을 여윈 율곡 선생은 자애로운 어머니를 잃은 상심에 빠져, 건강이 몹시 악화되어 있었다. 그 때 율곡의 건강을 회복하게 도와준 음식이 바로 연근죽(蓮根粥)이다. 연근은 약해진 소화기능을 돕고, 떨어진 체력을 회복시키는데 좋은 음식이자, 귀한 약재이다. 특유의 단맛과 아삭아삭한 식감 덕분에 죽, 조림, 찜, 전 등 다양한 요리 재료로도 인기가 높다.

연근에는 비타민C, 칼륨, 탄닌, 철분, 카테킨, 레시틴, 식이섬유 등의 성분들이 풍부하다. 그래서 각종 질병에 효능이 뛰어나서 약재로도 많이 이용한다.

연근에는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비타민C가 많이 함유되어 있다. 스트레스를 받은 인체는 면역력이 저하되고, 소화기능,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기는데 비타민C가 풍부하게 함유된 연근은 이런 문제들을 해소해 주는데 좋은 역할을 한다.

연근에 풍부히 함유된 칼륨은 고혈압을 예방하고 예민한 신경을 안정시키는데 도움을 준다. 탄닌 특유의 수렴성 성분은 상처가 빨리 낫게 하고, 인체의 해로운 물질을 흡착하여 체외로 배출하는 효과가 높다. 그래서 흡연자의 체내에 축적된 니코틴의 독을 해독하는 효능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연근에 함유된 카테킨 성분이 혈액의 점도를 개선하여 혈액순환을 증진하여, 수족냉증을 다스리는 효과가 있다.

또한 연근에는 물과 기름이 잘 섞이게 하는 레시틴 함량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레시틴은 원래는 잘 섞이지 않는 물과 기름을 섞이게 함으로써, 혈관벽에 달라붙어 혈액 순환을 방해하는 콜레스테롤을 막아주는 성질이 있다. 또, 연근에 함유된 풍부한 식이섬유는 비만을 예방하는 효과가 크다. 

이 외에도 연근을 조리할 때 볼 수 있는 끈끈한 액체 상태인 뮤신(mucin)은 인체의 소화기관에서 분비되는 점액 성분과 같은 물질이다. 위벽에서 분비되는 뮤신과 마찬가지로 연근에 함유된 뮤신은 위 점막을 보호하여 소화를 돕고, 음식물이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다. 음식을 유연하게 이동시키기 때문에 음식물 찌꺼기가 장 내에서 머무는 시간을 단축시킨다. 또한 뮤신은 대장의 상피 세포를 보호하여 인체에 유익한 유산균이 잘 살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렇게 연근은 약재로서 그리고 맛있는 음식의 재료로 다양한 약선(藥膳)요리에 많이 이용되어왔다.

연꽃(왼쪽)과 연근.

한의학에서는 연근을 우절(藕節)이라 한다. 《약성론:藥性論》에는 “우절(藕節)의 즙이 능히 어혈이 뭉친 것을 풀어준다”라고 기재되어 있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어혈을 풀어주며, 열독을 해독하고, 기침이나 가래에 배어나오는 어혈 등 모든 어혈 증상을 다스린다”라고 수록되어 있다. 

《藥性論》:藕汁,能消痰血不散。
《本草綱目》:消瘀血,解热毒。能止咳血,唾血,血淋,溺血,下血,血痢,血崩。 

‘산에 산삼(山蔘)이 있다면 물에는 연근(蓮根)이 있다’는 말이 있다. 물속 깊은 곳에서 자라는 연근은 연(蓮)의 식용 줄기 부분이다.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수련과의 다년생 식물인 연은 꽃, 잎, 열매, 줄기의 모든 부분을 약재로 그리고 음식의 재료로 이용해왔다. 연근의 식용부분은 물 아래쪽에 있는 줄기 부분으로, 육질이 희고 부드러우면서 구멍이 작은 것이 좋다.

근래에 들어서는 연근을 건조해 연근차로도 마시는 방법이 유행하고 있는데, 연근을 말리는 과정을 ‘덖음’이라 한다. ‘덖음’의 '덖는다'는 과정은 물기가 조금 있는 상태의 약재나 곡식 등을 솥에 넣어 다른 첨가물 없이 적당한 열로 타지 않을 정도로 볶아서 익히는 과정을 의미한다. 찻잎을 이용하여 녹차를 만들 때, 커피의 원두를 로스팅(roasting) 하는 과정도 ‘덖음’의 하나이다.

정성스럽게 ‘덕음’을 여러 번 할수록, 맛은 더 좋아지고, 향은 그윽하게 깊어진다. 그 횟수는 약재의 특성에 맞게 선정하면 된다. 과로와 스트레스로 지친 우리네의 삶을 달래줄 연근차를 직접 만드는 ‘덖음’의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연근차를 가족과 가까운 이웃, 친구들과 함께 마셔 봄직한 좋은 시기가 요즘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