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산모’ 출산 때 수십명 달라붙어…‘제왕절개’ 설득 어려움 

‘코로나19 산모’ 출산 때 수십명 달라붙어…‘제왕절개’ 설득 어려움 

'고위험 산모' 전문치료시설 갖춘 일산병원, 나이지리아인 감염 산모 분만

기사승인 2021-02-23 04:41:02
건강보험 일산병원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나이지리아인 산모의 분만이 이뤄졌다. 3.2kg의 남자아이는 음압병실로 격리됐다.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지난 17일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에서 4번째 코로나19 감염 산모의 분만이 이뤄졌다. 앞서 병원에서 출산한 다른 세 명의 코로나19 감염 산모와 달리 이번에는 고위험산모였고, 외국인이었기 때문에 긴장감은 고조될 수밖에 없었다.

출산 준비부터 분만 시까지 상황은 급박히 진행됐다. 분만을 집도한 김의혁 일산병원 산부인과 전문의는 “출산 준비에만 30~40명의 인력이 붙었고, 의료진은 10명 정도 투입됐다”고 회상했다. 3.2㎏의 몸무게로 건강하게 태어난 이 남자아이는 다행히 코로나19 검사에서도 음성 판정을 받았다.

김 교수에 따르면, 나이지리아 출신 산모 A씨(29세)는 경기도 의정부 소재 개인 산부인과의원에서 진료를 받다가 지난 9일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고 이튿날 일산병원에 입원했다. 한 달 전 방문한 교회에서 확진자가 나와 시행한 접촉자 전수검사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인후통 등의 증상이 있었다. A씨의 남편도 함께 감염돼 돌봄이 필요한 상황이었고, 더군다나 산모의 체중이 정상체중 범위를 넘어선 데다가 자궁근종이 있는 고위험산모여서 빠르게 분만 준비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BMI 27.5이상이면 고위험분만으로 분류된다. 당시 산모는 임신 38주차였다. 

김 교수는 “코로나19 감염 산모는 자연분만이 어렵기 때문에 제왕절개 수술을 해야 한다. A씨의 경우 이미 3년 전 제왕절개로 출산한 경험이 있어 어차피 수술을 해야 했으나 체중이 많이 나가고 자궁질환도 있어서 수술이 어려울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척추마취에 실패해 전신마취로 수술을 진행했고, 이 때문에 산모는 아기 울음소리를 듣지 못했다. 수술은 특이 사항 없이 잘 마쳤지만 분만 과정에 있어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감염 산모의 경우 임신 37~38주차에 접어들면 진통이 오지 않더라도 제왕절개 수술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진통이 오면 바로 분만 준비에 들어가야 하는데, 원내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해 준비해야 할 작업들이 많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자연분만을 하면 10시간 이상 대기해야 할 수도 있다. 의료진은 언제 아기가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레벨D 수준의 보호복을 입은 채로 같은 공간에 있어야 하는데, 바이러스 전파 위험이 높기 때문에 이를 설득시키는 게 가장 어렵다”며 “수술을 한다고 해도 산모가 다른 환자 등과 마주치지 않도록 동선확보, 수술실 방역 등 준비해야 할 것들이 있어서 예정일보다 조금 빨리 수술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를 포함한) 코로나 감염 산모의 분만 준비에만 30~40명의 인력이 투입되고 수술실에는 마취과, 소아과, 산부인과 전문의와 간호인력 등 10여명이 투입된다”며 “일반 산모와 다른 점은 분만 완료 전까지 수술실 밖으로 못나간다는 거다. 의료진은 물론 수술에 필요한 물품 등도 이동이 제한되기 때문에 충분한 인력과 물품을 비치해둬야 한다”고 부연했다. 


(좌부터) 최윤원 코디네이터, 산부인과 김의혁 교수, 송병훈 코디네이터

다만, A씨의 경우 언어장벽으로 인해 이같은 내용을 설명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김 교수는 전했다. 특히 아기가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았음에도 신생아 전용 음압병실로 격리돼 산모의 우울감은 깊어졌다. 김 교수는 “언어가 통하지 않는데다가 가족도 없이 혼자 음압병실에 격리돼 있고, 또 원래 다니던 병원도 아닌 낯선 병원에서 처음 보는 의료진들과 있다 보니 산모가 매우 우울해했다”며 “처음에는 음식 등에 대한 불만도 있었고 아기가 보고 싶다며 이런 저런 요구가 있었는데 지금은 병동 간호사 선생님들과 산부인과 전공의들이 말동무가 되어 주고 음식도 사다주면서 많이 나아졌다”고 밝혔다. 

이어 “아기는 간호사 1명이 전담해 보고 있으며, 사진을 찍어서 산모에게 보여준다. 사실 아기의 감염 위험은 없지만 혹시 모를 원내 감염 때문에 격리 조치한 것이고, 산모가 격리해제 될 때 함께 퇴원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김 교수는 “코로나 산모, 분만 관련 가이드라인이 명확하지 않아 처음에는 분만현장이 혼란스러웠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프로세스가 구축된 상황이다. 다만, 코로나19에 감염되면 분만 시 여러 제약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산모들이 좀 더 주의할 필요가 있다”며 “만삭인 경우에는 같이 사는 가족과도 밀접한 접촉을 자제하는 것이 좋고, 다른 가족들도 아기와 산모를 보고 싶다고 임산부를 찾아가는 일을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산병원은 공공병원이자 경기 북부 권역을 대표하는 고위험 산모‧신생아 전문치료시설로서 많은 병원에서 기피하는 코로나 감염 임신부의 진료와 분만을 적극 수행하고 있다”며 “인력과 시설 기준에 맞춰 운영하는데 있어 정부 지원금이 부족한 측면이 있다. 정부의 관심과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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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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