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플스토리' 유저들, 왜 국회로 트럭을 보냈나

넥슨 PC 게임 '메이플스토리' 추가확률 조작 의혹 일파만파
"단풍 이야기 아니라 바다 이야기"
유저들 '0원 챌린지', '트럭시위' 등으로 항의 메시지
국회 게임법개정안 탄력 받을까 관심

기사승인 2021-02-26 06: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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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플스토리' 유저들, 왜 국회로 트럭을 보냈나
25일 오전 국회의사당 인근에 등장한 트럭. 

[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카지노는 확률공개, 메이플스토리는 영업비밀. 확률조작 해명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라.”

25일 오전 영등포 국회의사당 인근, 트럭 한 대가 멈춰 섰다. 넥슨의 PC 게임 ‘메이플스토리’ 유저들이 십시일반 모금해 마련한 이 트럭에는 넥슨을 향한 강한 항의 메시지가 담겼다.

지난 18일 메이플스토리의 게임 업데이트 내용이 발단이 됐다. 

넥슨은 게임 속 무기 성능을 높여주는 ‘환생의 불꽃’이라는 아이템과 관련해 ‘아이템에 부여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추가 옵션이 동일한 확률로 부여되도록 수정한다’고 공지했다.

이에 유저들은 넥슨이 기존에 알려진 것처럼 ‘무작위’로 확률을 부여한 것이 아니라 좋은 성능의 옵션은 낮은 확률로, 아쉬운 옵션은 낮은 확률로 부여하는 ‘확률 조작’을 자행해 온 것이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무작위’의 사전적 의미는 ‘통계의 표본 추출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이 동등한 확률로 발생하게 함’이다. 넥슨은 확률조작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확률이 ‘무작위’가 아니었다는 점을 사실상 시인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 유저들의 중론이다. 유저들은 수년 전부터 확률 조작 의혹을 제기해 왔는데, 그 때마다 넥슨 측은 “동일한 확률을 적용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메이플스토리' 유저들, 왜 국회로 트럭을 보냈나
넥슨의 PC 게임 메이플스토리 속 ‘환생의 불꽃’ 아이템. 추가 옵션을 '무작위'로 부여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지난 18일 ‘아이템에 부여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추가 옵션이 동일한 확률로 부여되도록 수정한다’는 업데이트 내용으로 논란이 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유저들이 트럭 한 편에 ‘겉으로는 단풍이야기 뜯어보니 바다이야기’라는 의미심장한 글귀를 남긴 것도 이 때문이다. ‘바다이야기’는 2006년 출시된 사행성 아케이드 게임으로, 플레이어 각각의 당첨 확률과 내용을 조작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유저들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넥슨은 지난 19일 사과문을 발표했다.

강원기 메이플스토리 디렉터는 “오류로 인해 환생의 불꽃 아이템의 정상적인 기능을 사용하지 못한 분들께는 기존 사용 기록을 조사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보상 방안을 안내드리겠다”고 전했다. 24일에는 논란과 관련해 구체적인 보상 계획도 내놨다. 

하지만 유저들은 단단히 뿔이 난 상태다. 메이플스토리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 모인 이들은, 넥슨에 대한 항의 표시를 적극적으로 행동에 옮기고 있다. 본인의 게임머니 충전 한도를 0원으로 낮추는 ‘0원 챌린지’부터 ‘트럭시위 모금 운동’ 등에 참여하며 넥슨을 압박하는 중이다.

이번 사태로 인해 최근 국회가 내놓은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게임법) 전부 개정안 통과도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게임법개정안에는 ‘확률형 아이템 표시 의무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게임산업협회가 “게임법 개정안은 산업 진흥 아닌 규제로 쏠렸다”고 반발했지만, 지나친 사행심을 조장하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유저들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법안 통과를 저지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선 넥슨이 논란이 될 법한 확률 정보를 갑작스레 공개한 것은 개정안을 의식한 행보라고 보고 있다.

국회는 25일 오전부터 게임법 개정안에 대한 본격적인 검토와 논의를 시작했다. 메이플 유저들이 처음 트럭을 보낼 장소로 넥슨 사옥이 아닌 국회를 선택한 이유다.

이상헌 의원실 관계자는 “그간 국내 게임 유저들이 응집돼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이번에 들어서 들불처럼 일어나고 있는 것인데, 게임사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게임은 유저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게임사가 유저들을 구성원으로서 존중하게 만들려면 유저들이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로 인해 국회 내부에서도 지나친 규제가 상업 발전을 저해한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많이 줄었다”며 법안심사 통과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mdc0504@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