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편 어려운 형제에 사랑 베푼 치킨집 사장님 "평생 못 잊을 선물 감사"

형편 어려운 형제에 사랑 베푼 치킨집 사장님 "평생 못 잊을 선물 감사"

1년 전 호의 베푼 치킨집에 감사 편지 보낸 형제
"돈쭐 내주자" 온라인 커뮤니티 칭찬 봇물

기사승인 2021-02-26 14:24:18
치킨 프랜차이즈 '철인7호' 김현석 대표는 인스타그램 캡처
[쿠키뉴스] 임지혜 기자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많은 자영업자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한 치킨집이 형편이 어려운 형제에게 사랑을 베푼 사연이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26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한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에 고등학생 A군(18)이 보낸 손편지가 주목을 받고 있다. 

A4용지 2장 분량의 이 편지에는 1년 전 형편이 어려운 A군과 어린 동생을 위해 무료로 치킨을 먹게 해주는 등 따뜻한 마음을 베푼 치킨집 사장님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담겨 있다. 

편지를 전달받은 치킨 프랜차이즈는 철인7호 서울 홍대점을 운영하는 박재휘 대표다.

박 대표 이날 배달앱 '사장님 한마디'에 글을 올려 "어느 날과 다름없이 가게 생각에 잠 못 들고 뒤척이다가 아침 해가 다 뜨고 나서야 잠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계속 울리는 전화벨에 눈을 뜨게 됐고 지금까지 꿈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박 대표는 현재 응원 전화와 댓글이 계속해서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돈쭐내주시겠다며 폭발적으로 밀려들어 오는 주문과 매장으로 찾아주시는 많은 분의 따뜻한 발걸음, 주문하는 척 들어오셔서는 선물을 주고 가시는 분들, 심지어 좋은 일에 써달라면서 소액이라 미안하다며 봉투를 놓고 가시는 분도 있다"면서 "제가 대단한 일, 특별한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분의 칭찬과 소중한 마음들 감사히 받아 제 가슴 속에 평생 새겨두고 항상 따뜻한 사람, 선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겠다"면서 "평생 잊지 못할 하루를 선물해주신 여러분께 고개 숙여 감사하단 말씀드린다"고 했다. 해당 매장은 현재 영업 준비 중이다. 

이 사연은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본사에 편지를 보낸 A군은 사고로 어릴적 부모를 잃고 할머니와 7살 어린 동생과 함께 살고 있다. 힘든 형편에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코로나 사태로 잘린 뒤 나이를 속여가며 가끔 택배 상하차 일을 해 생활비를 벌고 있다고도 했다.

A군은 "힘들지만 저와 동생, 할머니가 굶지 않을 수 있음에 감사하고 있다"면서 1년 전 기억을 떠올리며 "동생은 치킨을 먹고 싶다며 울며 떼를 썼다. 치킨집만 보이면 가자고 조르는 동생을 보니 너무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A군은 5000원을 들고 치킨집 몇 곳을 다녔지만 다 내쫓겼다고 회상했다. 

배달의민족 앱 철인7호 홍대점 리뷰 캡처.
길거리를 배회하던 형제는 우연히 한 치킨집 간판을 보게 됐다고 한다. 

A군은 "쭈뼛대던 저희를 보고 사장님께서 들어와서 (테이블에) 앉으라고 하셨다"면서 "딱 봐도 치킨 양이 너무 많아 보여 잘못 주신 것 같다고 말씀드리니 '치킨 식으면 맛없다'며 음료수와 함께 일단 먹으라고 하셨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계산할 생각에 눈앞이 캄캄해졌고 동생 손을 잡고 도망가야 하나 나쁜 생각도 했다"하지만 "사장님께선 활짝 웃으면서 '맛있게 먹었어?'라고 물어보셨다. 돈도 거절하시고 저희 형제를 내쫓듯 내보내셨다"고 했다. 

A군은 "너무 죄송해서 다음 날도 찾아뵙고 계산하려 했지만 오히려 큰 소리 내시며 돈을 받지 않으셨다"며 "얼마 만에 느껴보는 따뜻함이었는지 1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생생히 기억이 남는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그는 "동생이 언제 명함을 받았는지 저 몰래 사장님께 찾아가 치킨을 먹었다고 자랑하기에 동생을 혼냈다"면서 "어느날은 덥수룩했던 동생 머리가 깨끗해졌었는데 알고 보니 (치킨집) 사장님께서 근처 미용실에 데려가 주신 거였다"고도 했다.  

A군은 "그 뒤로는 죄송하기도 하고 솔직히 죄송하기도 하고 솔직히 부끄럽기도 해서 찾아뵙지 못하고 있다"면서 "뉴스를 보니 요즘 자영업자들이 제일 힘들다는 말들이 많이 들려 사장님은 잘 계신지 궁금하고 걱정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음 보는 저희에게 따뜻한 치킨과 관심을 주신 사장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었다"면서 "저도 앞으로 어른이 되면 저처럼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면서 살 수 있는 사장님 같은 멋진 사람이 되겠다"고 했다. 

A군의 사연이 알려지고 난 뒤 누리꾼들은 응원과 함께 이 치킨집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누리꾼들은 사이에서는 "치킨집 위치가 어디냐. 혼(좋은 의미로) 좀 내주러 가겠다" "돈쭐(돈과 혼쭐이 결합한 말로 기업에 착한 소비를 하는 것" 내줘야겠다" "치킨집 사장님과 학생 모두 잘 되길 바란다" "편지 읽으면서 눈물이 났다" "어려운 시기에 정말 훈훈한 소식" 등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철인7호 본사 김현석 대표는 SNS에 "홍대점의 선행에 감동해 영업에 필요한 부분들을 지원했다"면서 "해당 점주는 '누구나 그랬을 것'이라고 말씀하시지만 이 시대의 영웅으로 보상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편지 주인공)학생은 많은 분께 용기와 따뜻한 마음을 안겨주었다. 연락이 닿는다면 장학금을 꼭 전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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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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