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정치검찰의 끝판왕” vs 野 “법치주의의 붕괴”

조현지 / 기사승인 : 2021-03-04 15:3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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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중수청’ 갈등에 전격 사의 표명… 정치권 ‘발칵’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사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조현지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의 표명에 대한 여야의 반응이 엇갈렸다. 여권은 “기획된 쇼”라고 분노했고 야권은 “정의가 무너졌다”고 탄식했다.

윤 총장은 4일 오후 2시 대검찰청 현관에서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윤 총장은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며 “저는 이 사회가 어렵게 쌓아 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여권과 날카롭게 대립해온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문제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향후 거취에 대해 명확히 밝히진 않았다. 다만 “지금까지 해온 것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고 밝혀 정치 참여 가능성을 열어뒀다. 윤 총장은 전날 대구고검·지검을 방문한 자리에서 정계 진출 의향을 묻는 말에 확답을 피한 바 있다.

이러한 입장 표명에 여권은 일제히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제 사퇴마저도 ‘정치적 쇼’로 기획해 그야말로 ‘정치검찰의 끝판왕’으로 남고 말았다”며 “4월 보궐선거를 자신들 유리한 쪽으로 끌어가려는 ‘야당발(發) 기획 사퇴’를 충분히 의심케 한다”고 꼬집었다.

같은 당 정청래 의원은 윤 총장의 사의 표명을 ‘정치 참여 선언’이라고 규정했다. 정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인 코스프레, 커밍 순(개봉박두)”이라며 “이제 누구 만나고 어딜 가고 인터뷰하고 그렇고 그런 수순을 밟아 나가겠다. 참 염치없고 값싼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검사와 판사가 퇴직한 후 1년간 공직선거에 출마하지 못하도록 막는 검찰청법·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처리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민주당 이탄희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대선이든, 지방선거든, 출마를 위해서라면 지금 시점의 사퇴는 최소한 지켰어야 할 직업윤리”라며 “판·검사의 즉시 출마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자신이 맡았던 재판의 정치적 중립성, 수사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신뢰를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사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박태현 기자

반면 야권은 윤 총장의 사의에 대한 책임을 여권에 돌렸다.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구두 논평을 통해 “사욕과 안위가 먼저인 정권의 공격에 맞서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이 정권은 자신들이 세운 ‘검찰개혁의 적임자’의 칼날이 자신들을 향하자, 인사 폭거로 식물 총장을 만들다 못해 아예 형사사법 시스템을 갈아엎고 있다”고 주장했다. 

판사 출신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그들의 함박웃음 소리가 들린다. 드디어 윤 총장이 사의 표명을 했다며 이제야 검찰 장악을 실현할 수 있다고 박수치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고 비꼬았다. 이어 “실낱같이 유지돼왔던 헌법정신이 이제 속절없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며 “이 무소불위(하지 못하는 것이 어디에도 없음)의 정권을 막을 수 있는 힘은 오직 현명한 국민 뿐”이라고 호소했다.

국민의당은 윤 총장의 행보를 독려했다. 안혜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현 정권에 맞서서 무너진 공정과 정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일에 남은 일생의 모든 힘을 보태어 주길 바란다”며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선한 국민을 보호함에 최선봉에 서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켜내시길 당부하는 바이다”라고 전했다.

한편 윤 총장의 사의 배경으로 해석되는 ‘중수청’은 검찰의 수사·기소권 ‘완전 분리’를 핵심으로 한다. 6개 중대범죄(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에 대한 수사를 중수청이 전담하고 검찰은 기소를 담당하는 기관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윤 총장은 “지금 진행 중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 완판’”이라며 “헌법정신에 크게 위배되고 국가와 정부의 헌법상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해왔다.

hyeonzi@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