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K] T1의 10인 로스터를 바라보는 선수들의 시각

기사승인 2021-03-05 14: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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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K] T1의 10인 로스터를 바라보는 선수들의 시각
4일 프레딧 브리온전에 출전한 T1의 선수 명단. T1 페이스북

[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17-9-19-21-33-16-20-4-14-12’

올 시즌 1군에 등록된 T1 선수들의 출전 경기 수다. 

지난해 담원 게이밍 기아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서머 시즌 우승과 월드챔피언십(롤드컵) 우승을 이끈 양대인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T1은 현재 10인 로스터를 가동 중이다. 서브 자원이 없는 서포터 포지션의 ‘케리아’ 류민석을 제외하곤 ‘페이커’ 이상혁을 비롯한 9명의 선수들이 번갈아 경기에 출전하고 있다. 

베테랑과 신인 할 것 없이 무한 경쟁 속에 경기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인데, 현재까지는 기대대로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T1의 10인 로스터에 대한 의구심도 커져가고 있다. 

사실 10인 로스터는 흔히 볼 수 있는 시스템은 아니다. 경기 중에도 교체가 자유로운 일반 프로스포츠와 달리 e스포츠는 로테이션이 경직된 편이다. LoL e스포츠의 경우 후보 선수 두어 명만 1군에 등록시키고, 대개 5명의 주전 선수들로 시즌을 운영한다. 

2군 리그가 버젓이 존재하는데도 T1이 올 시즌 1군에만 선수 10명을 투입시킨 이유는 가용 자원이 넘쳐서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특급 유망주로 손꼽힌 선수들이 가득하다. 경쟁을 통해 이들의 성장 속도를 앞당기고, 잠재력을 끌어올리자는 취지 자체는 나무랄 데가 없다.

문제는 10인 로스터의 장점보다 부정적인 면이 더 부각 될 때다. 현재의 T1은 확고한 주전이 없다보니 호흡은 맞지 않고, 경쟁에 대한 부담과 압박감에 나란히 경기력까지 떨어진 모양새다.

T1은 4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LCK 스프링 스플릿 2라운드 프레딧 브리온과의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0대 2로 완패했다. 한 수 아래로 평가받던 9위 팀에게 제대로 일격을 맞았다. 

이날 T1은 젊은 피로 라인업을 꾸렸다. ‘오너’ 문현준, ‘구마유시’ 이민형, 류민석(이상 2002년생), ‘클로저’ 이주현(2003년생), ‘제우스’ 최우제(2004년생)가 선발로 출전했다. 

위험부담이 큰 라인업이었다. 류민석을 제외하면 풀타임으로 리그를 뛰어본 선수가 없었다. 이민형은 올 시즌이 데뷔 첫 시즌인데다가 문현준과 최우제는 지난달 데뷔했다.

실제로 T1은 이날 갈팡질팡 브리온에게 끌려 다니기만 하다가 경기를 헌납했다. 경기에서 T1이 리드를 잠깐이라도 잡고 있던 순간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신인다운 번뜩임을 보여준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 특히 믿었던 이민형의 부진은 뼈아팠다. 담원 기아, 젠지e스포츠 등 강팀과의 경기에 선발 출전해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던 시즌 초반의 기량을 이날 경기에선 찾아볼 수 없었다. 플레이가 시종일관 조급하고 성급했다. 

경기 중 개인 카메라로 언뜻 비치는 선수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경험이 제일 적은 문현준은 경기가 잘 풀리지 않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다양하면서도, 통일된 선수들의 표정에서 그들의 깊은 피로감을 짐작할 수 있었다. 

물론 T1이 10인 로스터를 처음으로 시도한 팀은 아니다. 2015~2016년의 롱주 게이밍(현 DRX), 2018 아프리카 프릭스 등 여러 팀에서 10인 로스터를 가동했다. T1 역시 2018년 10인 로스터를 구성했고, ‘드림팀’이 만들어졌던 2019년에도 10인 로스터를 꾸렸다.

그러나 경기에 나서는 주전 5인은 확고했다는 점에서 현 T1의 10인 로스터와는 차이가 있다. 선수들이 호흡을 맞추고 경기력을 다듬을 시간은 충분히 주어졌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LCK 선수들은 T1의 10인 로스터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쿠키뉴스 취재 결과 선수들의 생각은 대부분 동일했다. 팀 적인 합을 맞추기 어렵다는 것, 과도한 경쟁이 자칫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한 선수는 “장단점은 모두 존재한다. 서로가 서로의 강점을 흡수하면서 건전한 경쟁이 진행된다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문제는 그렇게 되지 않았을 때”라며 “서로 선수들이 조바심이 날수도 있고, 팀적인 합을 맞추기에는 아무래도 어려워 보인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다른 선수는 “경쟁을 하다보면 가끔 ‘경쟁하는 선수가 못했으면 좋겠다’와 같은 악감정이 들 때가 있다. 주전 경쟁 방식이 누가 못하면 누가 나가고 이런 방향이 되어 버리는 게 너무 고통스럽다”며 “경쟁이 공정하지 않아도 문제다. 반반 스크림을 하면서 공정하게 경기에 뛰게 하고 성적이 잘 나오는 선수에게 출전 기회를 몰아주는 게 훨씬 좋다”고 전했다.

어떤 선수는 “선수 입장에서는 사실 좋게 보이지 않는다. 10인 로스터의 장점이 경쟁 관계로 선순환이 될 수 있지만, 경험한 바로는 선순환보다는 악순환이 더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비슷하다. 선수 경험이 있는 ‘클템’ 이현우 해설위원은 최근 개인 방송에서 10인 로스터의 장점을 묻는 질문에 “나는 10인 로스터 반대파라서 장점에 대해 딱히 얘기하지 않는다. 애초에 10인 로스터 찬성파를 본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LCK] T1의 10인 로스터를 바라보는 선수들의 시각
올 시즌 신임 사령탑으로 부임한 양대인 T1 감독. 강한결 기자

한편 시즌 초반 자신감을 드러냈던 양대인 감독도 실패를 일부 시인했다. 

그는 지난달 25일 매체 인터뷰에서 “10인 로스터가 어려운 것 같다”며 “키워드 등을 정리해 만든 피드백을 활용해 스크림(연습경기)이 잡혀야 하는데, 중국에 있던 한국 코치들이 국내로 오면서 경기를 잡기 힘들어져 어려움이 커졌다. 내 판단 착오”라고 털어놨다.

이어 “선수들한테 아무리 게임 내적인 것을 알려주고, 동기부여를 준다고 해도 10인 로스터가 쉽지 않다고 느껴진다. 해보니까 알겠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양 감독의 무한 경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달 27일까지 3경기 연속 선발로 나섰던 ‘테디’ 박진성이 프레딧 브리온전에서는 빠졌다. 그간의 기용 방식대로라면 6일 벌어지는 KT 롤스터와의 통신사전에서는 라인업이 다시 바뀔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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