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감염 산모 분만 속속…병원 ‘손실’은 알아서?

분만 전부터 비닐막 치고 소독, ‘산부인과’ 보상 따로 없어 

기사승인 2021-03-06 05: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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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감염 산모 분만 속속…병원 ‘손실’은 알아서?
신생아 전용 음압병실에 격리 중인 신생아가 상주 간호사의 간호를 받고 있는 모습. 일산병원 제공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되면서 코로나 감염 확진 산모의 분만 사례도 늘고 있다. 의료기관들은 철저한 방역과 안전한 출산을 위해 출산 준비부터 분만 후 신생아 관리까지 적지 않은 시간과 인력 등을 투입하고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도 병원이 책임지고 있어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출산 준비에 수십명 투입, 방역 위해 비닐막 치고 소독

지난 달 17일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에서는 4번째 코로나19 감염 산모의 분만이 이뤄졌다. 앞서 병원에서 출산한 다른 세 명의 코로나19 감염 산모와 달리 이번에는 고위험산모였고, 외국인이었기 때문에 긴장감은 고조될 수밖에 없었다. 분만을 집도한 김의혁 일산병원 산부인과 전문의는 “이 나이지리아 출신 산모는 경기도 의정부 소재 개인 산부인과의원에서 진료를 받다가 지난 9일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고 이튿날 일산병원에 입원했다”며 “출산 준비에만 30~40명의 인력이 붙었고, 의료진은 10명 정도 투입됐다”고 회상했다. 제왕절개 수술을 통해 3.2㎏의 몸무게로 건강하게 태어난 이 남자아이는 다행히 코로나19 검사에서도 음성 판정을 받았으나 바로 신생아 전용 음압병실에 격리됐다. 아이는 상주 간호사의 간호를 받았고, 엄마의 격리해제 기간에 함께 퇴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제주대학교병원에서도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산모가 제왕절개 수술을 통해 출산했다. 앞서 산모는 지난 해 말 자가격리 통보를 받아 병원에 분만 수술 문의를 접수했고, 병원은 ‘코로나 확진 상황’에 준해 산부인과, 감염내과 등 의료진을 꾸려  분만 준비에 나섰다. 산모는 수술 직전 코로나19 진단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제주대병원은 준비한 대로 음압수술실에서 제왕절개 수술을 진행했으며, 바이러스 전파를 막기 위해 수술실로 이동하는 길목과 수술방 등에 비닐막을 쳤다. 수술에 투입된 의료진은 질병관리청 지침에 따라 레벨 D의 방호복과 멸균가운, 호흡 보호구를 착용한 상태에서 수술에 참여했다. 

병원 관계자는 “당시 산모는 자가격리 중이었고 일반 산부인과로 가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우리 병원이 제주 지역 감염병 지정병원이라 보건소를 통해 연락을 받았다”며 “분만 전부터 준비를 해 혼선은 없었지만 일반 환자가 아니라서 사전준비에 신경을 많이 썼다. 별도 정부 지원은 없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조선대학교병원도 코로나 확진을 받은 임신부의 분만을 수행했다. 병원은 11월 29일 확진 산모의 제왕절개 수술을 위해 수술방 15개 모두를 비우고 방역 소독을 했으며, 감염 노출을 줄이기 위해 최소한의 인력만 수술실에 투입했다. 의료진들은 방호복을 착용하고 수술을 진행했고 3.88kg 건강한 남자아이가 태어났다. 

병원 관계자는 “코로나 확진 산모의 경우 바로 우리 병원에 내원하는 경우는 없다. 보건소에서 음압격리병실 여유가 있는지, 진료가 가능한지 요청을 해오면 입원하는 식”이라며 “우리는 10개 음압격리병실이 구비돼 있어서 분만이 가능했다. 대신 제왕절개 수술을 해야 해서 수술 전후로 각각 4시간씩 방역 소독을 했고, 수술 당일에도 모든 수술방을 비워야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안전한 출산과 감염 최소화를 위해 산부인과는 물론 감염내과 등 다른 과 협진을 통해서 분만을 진행했다”고 부연했다. 


코로나19 감염 산모 분만 속속…병원 ‘손실’은 알아서?
코로나19 확진 산모 이동 모습. 제주대병원 제공


◇ 제왕절개 출산 불가피…병원 피해 크지만 지원 없어

다행히 아직까지는 코로나19 확진 산모가 많지 않고, 분만 과정에서의 심각한 의료사고나 수직감염, 의료진 전파 등의 사례가 보고되지 않았지만 이를 담당하는 의료기관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일선 분만 사례를 보면, 코로나 확진 산모는 대체로 제왕절개 수술로 분만하는데 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시간과 인력 등이 투입된다. 하지만 적절한 지원이 없어 의료기관의 손실이 큰 상황이다.  

김 전문의는 “코로나19 감염 산모는 임신 37~38주차에 접어들면 진통이 오지 않더라도 제왕절개 수술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진통이 오면 바로 분만 준비에 들어가야 하는데, 원내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해 준비해야 할 작업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연분만을 하면 10시간 이상 대기해야 할 수도 있다. 의료진은 언제 아기가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레벨D 수준의 보호복을 입은 채로 같은 공간에 있어야 하는데, 바이러스 전파 위험이 높기 때문에 이를 설득시키는 게 가장 어렵다”며 “수술을 한다고 해도 산모가 다른 환자 등과 마주치지 않도록 동선확보, 수술실 방역 등 준비해야 할 것들이 있어서 예정일보다 조금 빨리 수술에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감염 산모의 분만 준비에만 30~40명의 인력이 투입되고 수술실에는 마취과, 소아과, 산부인과 전문의와 간호인력 등 10여명이 투입된다”며 “일반 산모와 다른 점은 분만 완료 전까지 수술실 밖으로 못나간다는 거다. 의료진은 물론 수술에 필요한 물품 등도 이동이 제한되기 때문에 충분한 인력과 물품을 비치해둬야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정부 지원은 없다”고 덧붙였다. 

‘대구지역 코로나19 분만의료전문기관’으로 지정됐던 대구 파티마병원도 코로나 확진 산모 분만으로 인해 발생한 모든 손실을 병원이 감당해야 했다. 병원 관계자는 “작년 초 코로나19 감염이 지역적으로 확산되면서 지역 병원들과 담당 파트를 나눴다. 파티마병원이 분만 파트여서 한시적으로 전담하게 됐다”며 “확진 산모가 얼마나 발생할지 예측할 수 없어서 일반 산모는 모두 전원시켰다. 당시 병원 손실이 컸지만 위기극복차원에서 전담한 거라 따로 지원받은 게 없었다”고 회상했다. 

◇ 코로나 치료 기관에 손실 보상…특정 진료과 지원은 없어 

정부는 코로나19 환자 치료 병원 등에 손실보상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진료과목별로 구분해 산정하고 있진 않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따르면, 정부는 감염병전담병원 등 코로나19 환자 치료의료기관의 운영에 도움을 주고자 지난해 4월부터 매월 잠정 손실에 대한 개산급(손실이 최종 확정되기 전에 잠정적으로 산정한 손실액을 일부 지급하는 것)을 지급해오고 있다. 보상항목은 ▲정부·지방자치단체 지시로 병상을 비웠으나 환자 치료에 사용하지 못한 병상 손실, ▲환자 치료에 사용한 병상에서 발생한 손실, ▲코로나19 환자 외 일반환자 감소로 인한 손실 ▲선별진료소 운영, 생활치료센터 진료 지원으로 인한 진료비 손실 등이다. 

신현두 중수본 보상지원팀장은 “손실보상은 특정 진료과목을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코로나 환자를 치료하거나 병상을 비웠거나 하는 등 전체 (방역활동 등)에 대해서 이뤄진다”며 “분만 상황에 대해 별도로 산정하는 것은 없지만, 산모의 경우 특수한 케이스이기 때문에 고령의 와상환자나 투석환자와 같이 준중증환자로 분류한다. 그에 준하는 치료병상 수가는 일반 병상과 5배 이상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 산부인과의 경우 감염 전문 의사도 없고 확진 산모를 돌볼 여력이 되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분만이 불가능하다. 격리 병실이 있고 준중증환자 치료가 가능한 거점 병원 등에 전원시키면 그곳에서 분만이 이루어지는 식”이라고 부연했다. 

병원계는 출산율이 감소하고 있고 임산부의 코로나 감염 사례도 적어 여파가 크지 않지만 중대성을 감안해 해결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산부인과 전문의인 정영호 대한병원협회장은 “협회에 정식으로 민원이 제기된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 확진 산모 분만과 관련한 고충을 호소하는 이들이 있다”며 “한 병원은 갑자기 응급 산모가 찾아왔는데 보낼 데가 마땅치 않아 자기 병원 수술방을 모두 비운 상태에서 분만을 했다고 한다. 소독이 완료될 때까지 공간사용이 제한되는데, 이런 상황이 두세 번 반복되거나 다른 분만과 겹치면 자기들도 곤란할 것 같다고 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분만 건수 자체가 줄고 있어서 아직 피해사례가 많지 않지만 출산 과정 자체가 매우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문제 해결이 필요할 것 같다. 각 지역에 코로나19 확진 산모만 전담하는 분만실, 의료기관 등을 지정하면 좋을 것 같다”며 “우선 협회 게시판에 이 내용을 올리고 중수본 등에 정식으로 (보상 및 거점 병원 지정 등을) 제안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suin92710@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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