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K] 그럼에도 T1에는 베테랑이 필요하다

기사승인 2021-03-07 07:3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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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K] 그럼에도 T1에는 베테랑이 필요하다
사진=T1 페이스북 화면 캡처

[쿠키뉴스] 강한결 기자 = 종목을 불문하고 스포츠 전반에 있는 논쟁 가운데 하나가 베테랑 기용에 대한 내용이다. 잠재력이 높은 신인에게 출전기회를 줄지, 관록있는 베테랑을 중용할지는 항상 이견이 갈리는 편이다.

e스포츠는 여타 스포츠에 비해 선수들의 수명이 짧은 편이다. 대체적으로 선수들은 20~23살 무렵 전성기를 맞이하고, 20대 중반부터는 은퇴를 고려하는 나이가 된다. 실제로 올해 '2021 리그오브레전드(LoL) 챔피언스코리아(이하 LCK)' 현역 최고령 선수인 '칸' 김동하의 나이는 만 26세다.  

선수말년을 보내고 있는 베테랑들은 공통적으로 올해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1996년생 '페이커' 이상혁, '데프트' 김혁규, '뱅' 배준식 '플라이' 송용준. 1997년생 '베릴' 조건희', '라스칼' 김광희. 이 선수들은 모두 경기에 출전할 때마다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중이다.

지난 4일 T1은 프레딧 브리온과의 2020 LCK 스프링 스플릿 '제우스' 최우제, '오너' 문현준, '클로저' 이주현, '구마유시', '케리아' 류민석을 선발로 기용했다. 이주현과 류민석을 제외하면 모두 올 시즌 데뷔한 신인들이다. 그나마 이주현과 류민석도 이제 2년차에 접어든 루키다.

프레딧은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지만 담원 기아를 꺾은 유일한 팀이고, 젠지 e스포츠와도 풀세트를 가는 등 만만치않은 저력을 보여줬다. 특히 최근 '엄티' 엄성현과 '라바' 김태훈 등의 노련한 베테랑의 경기력이 올라온 것도 주목할 점이었다. 때문에 젊은 피로 꾸려진 T1의 라인업이 공개되자 팬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T1은 브리온에게 끌려 다니기만 하다가 경기를 헌납했다. 경기에서 T1이 리드를 잠깐이라도 잡고 있던 순간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선수들의 표정에서도 심각함이 묻어났다. 코칭스태프는 이들의 패기를 바랐겠지만, 적어도 이날 T1선수들은 경험부족으로 얼어버린 모습이었다.

올 시즌 최악의 패배를 당한 T1은 6일 KT롤스터와 맞붙었다. 1라운드 당시 뼈아픈 역전패를 허용했고, 프레딧전의 상처를 추스르기 위해서는 이날 꼭 승리해야 했다. 그리고 T1은 이민형 대신 '테디' 박진성을, '오너' 문현준 대신 '엘림' 최엘림을 기용했다.
[LCK] 그럼에도 T1에는 베테랑이 필요하다
사진=T1 원거리 딜러 '테디' 박진성
베테랑의 투입 효과였을까. T1은 KT를 상대로 이날 2대 0 완승을 거뒀다. 완승이라는 결과에 도달하는 과정도 매우 훌륭했다. 박진성은 안정적이면서 공격적으로 상대 바텀듀오를 압살했다. 절정의 기량을 보여준 2019년 당시에 준하는 경기력이었다. 경기 중간중간 박진성은 팀원들을 독려하기도 했다.

이날 승리 후 인터뷰에서 류민석은 "진성이형이 침착하게 가자며 콜을 했다"며 오랜만에 출장한 박진성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보통 신인선수들은 경기를 하면서 긴장을 하거나 설레한다"며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이길 때는 너무 신나있고, 질 때는 너무 위축되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그럴 때 베테랑 선수들이 균형을 잡아준다면 심리적 위안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T1은 가장 젊은 라인업으로 시즌을 치르고 있다. 이 팀의 선수들은 짧은 경력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잠재력을 보여준 바 있다. 대부분의 LCK 관계자들은 이들이 스프링 스플릿 기간동안 경험치를 충실히 쌓다보면, 서머 스플릿에는 더욱 만개한 기량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다만 이들의 기량이 만개하기 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금의 T1은 들쑥날쑥한 경기력을 보여주며 대내외적인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불안정한 환경은 아직 멘탈이 성숙하지 못한 루키들의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를 위해 가장 좋은 선택은 경험많은 베테랑이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다.

[LCK] 그럼에도 T1에는 베테랑이 필요하다
사진=T1 미드라이너 '페이커' 이상혁

이날 선발 출전해 좋은 모습을 보여준 박진성 외에도 T1은 노련한 정글러 '커즈' 문우찬을 보유하고 있다. 데뷔 첫시즌 LCK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로열로더'가 된 문우찬은 중간중간 성장통을 겪기도 했지만, 이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젊은 영건 선수들에게 좋은 귀감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는 또한명의 베테랑이 있다. 바로 '페이커' 이상혁이다. 경험많은 베테랑이라는 수식어만으로는 그가 가진 능력과 존재감을 드러낼 수 없을 정도다. LCK내에서 나이로는 세 번째, 데뷔 연차로는 최고참인 이상혁은 현재도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팀리더로서 보여주는 능력도 출중하다.

미래를 위해 젊은 피를 육성하는 리빌딩 과정은 매우 중요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때문에 강제 리빌딩은 오히려 팀의 균형이 무너지는 역효과를 불러오기도 한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베테랑과 루키가 잘 어우러져 이상적으로 세대교체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베테랑은 필요하다.

sh04khk@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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