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일 서울 어울마당로 롤링홀에서 열린 노브레인의 공연. 팬데믹 이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던 공연장엔 간만에 활기가 돌았다. 지난 8일 개막한 ‘#우리의 무대를 지켜주세요’ 캠페인 덕분이다. 무대에 오른 노브레인은 40분간 9곡을 부르며 모니터 너머로 열기를 전했다. 가슴이 뜨거워진 건 가수와 관객뿐만이 아니었다. 롤링홀을 운영하는 김천성 대표는 최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공연장과 상생을 도모해준 음악인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불씨를 댕긴 건 록밴드 해리빅버튼의 멤버 이성수였다. 홍대 인근을 지키던 라이브 클럽들이 하나 둘 스러지는 것을 보며 그는 시름에 잠겼다. 그에게 무대를 잃는다는 건 집을 잃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나도, 음악인과 관객은 돌아갈 곳이 없을 거란 생각에 두려움이 몰려왔다. 마침 미국에서 벌어진 ‘#세이브 아워 스테이지스’(#SaveOurStages) 캠페인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코로나19로 존폐 위기에 처한 독립 공연장을 돕기 위한 운동으로, 유명인과 정치인이 참여해 긴급 구호금 150억 달러를 확보했다.
이성수는 음악 애호가로 소문난 윤종수 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했다. 미국 사례를 들며 국내 공연장들을 지원할 제도가 있는지 물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았다. 답답하기는 윤 변호사도 마찬가지. 그는 SNS에 소규모 공연장의 현실을 알리며 “무엇이든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적었다. 그러자 온라인 공연 송출 사업을 하는 지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온라인 플랫폼을 무상으로 제공해드릴 테니, 우리가 직접 공연을 만들어봅시다.” 소식을 들은 이성수는 곧바로 아티스트 섭외에 나섰다. ‘#우리의 무대를 지켜주세요’ 캠페인은 이렇게 시작됐다.

이성수는 “진심이 통한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만으로 도움을 주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흔히 ‘홍대’라고 하면 ‘록밴드’를 떠올리지만, 언더그라운드 힙합 문화가 만들어진 곳도 홍대에요. 이번 캠페인 취지에 공감한 힙합 뮤지션들도 많이 참여해줬어요.” 한국 대중음악 시장에서 ‘홍대 문화’는 다양성을 지키는 근간이 됐다. 가지각색의 개성을 지닌 신인 뮤지션이 이곳에서 성장해서다. 이성수는 “대형 기획사나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데뷔하는 뮤지션은 극소수다. 대부분은 작은 무대에서 실력을 쌓고 팬들을 만들어가며 성장한다”라고 강조했다. 11일 라디오가가에서 공연한 펑크 밴드 에고펑션에러의 보컬 김민정은 “다양한 관점과 재미를 추구하는 사람이 있어야 어러분이 누리는 재미의 지평도 넓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wild37@kukinews.com / 사진=‘#우리의 무대를 지켜주세요’ 노브레인 공연 캡처. 사단법인 코다, 롤링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