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도 손 놓은 셧다운제, 간판만 남았네

여가부도 손 놓은 셧다운제, 간판만 남았네

기사승인 2021-03-25 06:30:03
그래픽=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셧다운제의 적용 범위를 모바일 게임으로 확대하려던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의 시도가 이번에도 무산됐다. 실효성 없는 제도 존속을 놓고 논란이 재점화 될 것으로 보인다.

2011년부터 시행된 셧다운제는 청소년의 컴퓨터 게임 중독을 방지하고 수면 시간을 보장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16세 미만 청소년은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게임을 할 수 없고, 게임 제공자가 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여가부는 2년마다 평가를 거쳐 셧다운제 대상을 지정한다. 여가부는 당초 이번 고시를 앞두고 모바일 게임을 셧다운제 대상에 포함하고자 했다. 오는 5월 19일 종료되는 현 셧다운제에선 PC 온라인 게임과 일부 콘솔 게임만이 규제 대상이다. 하지만 정치권에 따르면 모바일, 태블릿PC 등을 이용한 게임물은 이번 셧다운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셧다운제 대상으로 지정하려면 ‘게임물평가지표’를 근거로 척도 7개 중 4개 항목에서 2.5점을 넘겨야 한다. 그런데 공개된 자료를 보면 이번 평가에서는 PC 게임이 4개 항목에서 2.5점을 넘긴 반면 모바일 게임은 3개 항목에 그쳤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공개한 ‘2020년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국내 모바일 게임 이용률은 64.2%로 PC(41.6%), 콘솔(14.6%)보다 높다. 게임 플레이 환경의 주류가 모바일로 넘어간 상황에서 셧다운제가 실효성 없는 반쪽자리 제도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게임을 중독으로 규정하는 등 편견에서 비롯된 제도라며 발의 당시부터 업계와 게이머의 반발에 부딪힌 셧다운제는 시행 후엔 실효성 논란에 시달렸다.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율이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효과도 봤지만 게임 시간제한과 수면의 인과관계 증명 실패, 게임 과몰입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학업 스트레스라는 연구 결과 등이 나오면서 제도 존속 여부를 놓고 논의가 뜨거웠다. 유튜브를 포함한 인터넷 서비스에 대한 과몰입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게임에만 과도한 규제를 가하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밖에 지난해 12월 국정감사에서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체 설문조사에 의하면 ‘셧다운제 시행으로 청소년의 삶의 질이 올라갔나?’라는 물음에 응답자 3570명 중 76.6%가 ‘그렇지 않다’고 답변하고, 자녀의 게임 이용은 학부모가 책임져야 한다는 응답도 74%에 달하는 등 셧다운제는 최근까지도 실효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관련 정부 부처의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이재홍 게임물관리위원장은 “위원장이 아닌 개인 의견을 전제로 셧다운제는 유명무실한 법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고 김현환 문화체육관광부 콘텐츠산업국장 역시 “셧다운제 배경인 청소년 보호 목적은 논리가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이번 셧다운제 대상 평가가, 모바일 게임으로 규제 범위를 넓히는 데 실패한 2018년 당시의 보고서와 변함이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여가부조차 셧다운제 개선 의지를 상실했다고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모바일로 규제 범위를 넓히는 것에 대해 여가부가 실질적인 의지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2년 마다 평가가 이뤄질 뿐, 셧다운제는 사실상 손을 놓았다고 보면 된다”고 귀띔했다. 다만 셧다운제가 게임 규제에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제도인 만큼, 게임은 중독성이 강하다는 기존의 태도를 고수하는 여가부로선 유명무실한 제도를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 게임 업계 관계자는 “밤샘 공부는 장려하면서 게임만 규제하는 게 아이러니”라며 “게임을 질병으로 규정한 WHO가 태도를 바꿨듯, 실효성이 없다시피 한 셧다운제는 폐지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거듭된 실효성 논란에도 셧다운제가 폐지될지는 미지수다. 최근 몇 년 간 국회에서 셧다운제 폐지법이 발의되기도 했으나 모두 통과하지 못하고 폐기된 바 있다.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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