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 좌우하고 수술결과도 예측....'손아귀 힘' 뭐길래

전신 근육상태 파악하는 간이지표...'생활 근육' 단련이 건강 좌우

기사승인 2021-04-08 03:3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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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질 좌우하고 수술결과도 예측....'손아귀 힘' 뭐길래
서울 여의도한강공원에서 한 시민이 달리기를 하고 있다. 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주먹을 쥐는 힘인 악력(손아귀 힘)이 신체건강과 연관성이 깊다는 보고가 속속 나오고 있다. 삶의 질뿐만 아니라 수술 결과까지 예측할 수 있다는 것. 악력과 신체건강의 상관관계를 짚어봤다.

악력은 전신 근력과 근육량을 가늠하는 간이 지표다. 빠르고 간편하게 근육상태를 파악할 수 있어 체력측정 등의 용도로 흔히 활용된다. 정상 악력 기준은 연령, 성별에 따라 달라진다. 노년기 건강을 좌우하는 '근감소증' 진단기준에서는 남성의 경우 악력이 26kg, 여성의 경우 18kg 미만일 경우를 ‘저악력(근감소증 의심)’으로 평가한다.  
 
악력이 약하면 삶의 질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박혜순 교수 연구팀이 국내 20세 이상 성인 4620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악력이 전체 인구집단의 하위 4분의 1로 매우 낮을 때, 남성의 경우 ‘운동능력의 문제’가 1.93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증 등의 신체 불편감’ 또한 1.53배 증가했다. 여성에서는 악력이 약한 그룹에서 ‘운동능력의 문제’가 2.12배 증가했으며, ‘일상활동 문제’가 2.04배, ‘통증 등의 신체 불편감’이 1.48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악력이 약한 사람은 빈혈 위험도 높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 연구소 기유미 한의사 연구팀은 국민건강영양조사(2013~2017)에 참여한 19세 이상 성인 1만6637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한국 성인 인구 중 7.7%는 빈혈을 갖고 있으며, 정상 악력 그룹에 비해 약한 악력 그룹의 빈혈 유병률이 약 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남성이 2.13배, 65세 이상에서 1.92배 높게 나타났다.  

반대로 악력 강한 사람은 척추 수술 시 우수한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김호중 교수 연구팀은 2016년 9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퇴행성 척추변형 교정수술을 받은 78명의 수술예후와 악력 간 상관관계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근감소증 기준에 따라 남성의 경우 악력이 26kg(여성 18kg)이상인 ‘고악력’ , 미만일때 '저약력'으로 구분했으며, '고약력'그룹 환자가 ‘저악력’ 환자보다 수술 1년 뒤 장애정도가 38% 낮았고, 수술 3개월 후 통증 점수도 고악력 4.2점, 저악력 5.9점으로 차이가 났다.

이 외에도 악력이 셀수록 뇌질환, 당뇨, 고혈압 등 질환 위험이 낮게 나타난다는 연구가 잇따르고 있다. 즉, 악력 상태로 파악되는 전신의 근육량과 근력이 건강을 좌우한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의료현장에서는 건강한 노년을 위해 평소 ‘근육 단련’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한다. 

배하석 이대목동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대한스포츠의학회 부회장)는 “나이가 들수록 근육량과 근력이 줄어 걸음이 느려지는 등 생활에 제약이 생기므로 충분한 근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노년층일수록 ‘생활 근육’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최근에는 근육량이 적더라도 근육기능이 충분하느냐를 중요하게 본다. 일상생활에서 많이 이용하는 근육, 가지고 있는 근육을 훈련시켜 기능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운동에 임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코로나19로 나이드신 분들의 외부활동이 확연히 줄다보니 전체적이 건강상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집 주변에서 20~30분정도 걷기, 집안에서는 스쿼시, 런지 등 맨손운동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또한 운동을 시작할 때에는 ‘순서’에 유의해야 한다. 배 교수는 “운동하기 직전에 무작정 스트레칭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 온 몸의 근육이 굳어있는 상태에서 스트레칭을 하는 바람에 부상을 입는 환자들이 의외로 많다”며 “5~10분 정도 가벼운 뜀뛰기로 체온을 올려준 다음 스트레칭을 하고, 그 후에 본 운동에 들어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노년기 근감소증은 악력 뿐만 아니라 자가설문, 근육량, 보행 속도 등을 종합해 진단된다. 무게 4.5kg(9개 들이 배 한박스)를 들어 나르는 것이 어렵다고 느끼면서, 지난 1년 동안 4회 이상 넘어졌다면 ‘근감소증’을 의심할 수 있다.
삶의 질 좌우하고 수술결과도 예측....'손아귀 힘' 뭐길래
근감소증 자가진단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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