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관련 개인정보법 첫 판례...'이루다'에 1억 과징금

스캐터랩 측 신규 서비스 개발에 동의 미흡
서비스 개발 목적 벗어났다 판단

기사승인 2021-04-28 15: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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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관련 개인정보법 첫 판례...'이루다'에 1억 과징금
송상훈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조사조정국 국장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3층 합동브리핑룸에서 제7회 전체회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쿠키뉴스] 구현화 기자 =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28일 제7회 전체회의를 열고 개인정보 무단사용 논란을 일으킨 챗봇 ‘이루다’ 개발사 스캐터랩에 대하여 총 1억 330만원의 과징금과 과태료 등을 부과했다. 이는 AI 기술 기업의 무분별한 개인정보 처리를 제재한 첫 사례다.

개인정보위는 이번 판례를 통해 기업이 특정 서비스를 목적으로 수집한 개인정보를 이용자의 명시적 동의 없이 다른 서비스를 위하여 이용하는 것을 제한했다고 평가했다. 또 이를 통해 AI 개발과 서비스 제공 시 올바른 개인정보 처리 방향을 제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인정보위는 지난 1월 12일 언론보도를 통해 조사에 착수한 결과, 스캐터랩은 자사의 앱 서비스인 ‘텍스트앳’과 ‘연애의 과학’에서 수집한 카카오톡 대화를 2020년 2월부터 2021월 1일까지 페이스북 이용자 대상의 챗봇 서비스인 ‘이루다’ 의 AI 개발과 운영에 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스캐터랩은 이루다 AI 모델의 개발을 위한 알고리즘 학습 과정에서 카카오톡 대화에 포함된 이름, 휴대전화번호, 주소 등의 개인정보를 삭제하거나 암호화하는 등의 조치를 전혀 하지 않고 약 60만 명에 달하는 이용자의 카카오톡 대화문장 94억여 건을 이용했다. 

이루다 서비스 운영 과정에서는 20대 여성의 카카오톡 대화문장 약 1억 건을 응답 DB로 구축하고, 이루다가 이 중 한 문장을 선택하여 발화할 수 있도록 운영했다.

개인정보위는 텍스트앳과 연애의 과학 개인정보처리방침에 '신규 서비스 개발'을 포함시켜 이용자가 로그인함으로써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만으로는 이용자가 이루다와 같은 신규 서비스 개발 목적의 이용에 동의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신규 서비스 개발이라는 기재만으로 이용자가 이루다 개발과 운영에 카카오톡 대화가 이용될 것에 대해 예상하기도 어려우며, 이용자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 제한되는 등 이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손해를 입을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스캐터랩이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한 목적을 벗어나 이용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개인정보위는 스캐터랩이 개발자들의 코드 공유 및 협업 사이트로 알려진 깃허브(Github)에 2019년  10월부터 2021년 1월까지 이름 22건(성 미포함)과 지명정보(구·동 단위) 34건, 성별, 대화 상대방과의 관계(친구 또는 연인) 등이 포함된 카카오톡 대화문장 1431건과 함께 AI 모델을 게시한 것도 다루었다.

개인정보위는 가명정보를 불특정 다수에게 제공하면서 '특정 개인을 알아보기 위하여 사용될 수 있는 정보'를 포함하였다는 이유로 개인정보 보호법 제28조의2제2항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개인정보위는 조사 과정에서 정보주체가 명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알리고 동의를 받지 않은 사실 등 추가 위반사실을 확인했고 총 8가지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행위에 대해 스캐터랩에 총 1억330만원의 과징금과 과태료를 부과하고 시정조치를 명령했다.

윤종인 개인정보위 위원장은 “이번 사건은 기업이 특정 서비스에서 수집한 정보를 다른 서비스에 무분별하게 이용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고, 개인정보 처리에 대해 정보주체가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알리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하였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루다 사건은 전문가들조차 의견이 일치되지 않아 그 어느 때보다도 격렬한 논쟁이 있었고, 매우 신중한 검토를 거쳐 결정됐다”라며 “본 건에 대한 처분 결과가 AI 기술 기업이 개인정보를 이용할 때에 올바른 개인정보 처리 방향을 제시하는 길잡이가 되고, 기업이 스스로 관리·감독을 강화해 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kuh@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