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 서울에 전세로 거주하는 김모씨는 올해 3월 퇴근길에 호객행위를 하는 분양업체 직원의 손에 끌려 오피스텔 홍보관에 들어섰다. 홍보관에 들어서자 분양 직원 두 명이 좌우에 붙어 물량이 거의 매진됐는데 한강이 보이는 자리에 한 자리를 빼줄 수 있다며 김씨에게 즉석 계약을 압박했다. 그들은 계약금의 일부인 500만원만 입금하면 잔금은 전세를 받아 해결할 수 있다며 김씨의 결제를 독촉했다. 좌우에서 계속해서 계약을 종용하는 말에 김씨는 털컥 500만원을 입금했다. 김씨는 뒤늦게 아무 계획 없이 오피스텔을 분양받았다는 생각에 계약 취소를 요구했지만 분양업체는 분양대금의 10%를 계약 해지 위약금으로 요구했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11억원을 넘기면서 주거용 오피스텔에 대한 관심이 올라가고 있다. 주거용 오피스텔은 ‘아파텔’로 불리며 그동안 까다로운 아파트 대출규제를 피할 수 있어 현금이 부족한 이들에게 인기를 받았다. 그러나 오피스텔에 대한 관심이 올라가는 만큼 그에 따른 부작용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오피스텔 분양과정에서 불합리하게 체결된 계약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김씨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홍보관에 들어가 설명을 듣기 시작하면서 “정신이 나간 것 같다”고 표현했다. 그는 분양 직원들이 옆에 바짝 붙어 ‘다른 사람이 알면 안 된다’, ‘조용하고 급하게 처리해야 한다’, ‘딱 하나 남아있다’ 등등 지금이 아니면 서울에 내 집을 마련할 기회는 없다는 감언이설에 재정신이 아니었던 것으로 전한다. 그러면서 “내가 그런 말에 넘어가 물건을 사거나 계약을 할 줄은 몰랐는데 내가 그랬다”고 한탄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김씨가 알아본 계약 내용은 직원들의 설명과 달랐다. 심지어 계약서에 명시된 분양 평수마저 설명과 틀렸다. 이에 계약 취소를 요구한 김씨는 수천만원의 위약금을 내라는 요구에 소송도 알아봤다. 하지만 변호사 자문결과 가계약도 일종의 계약으로 단순변심에 의한 계약 해지는 위약금이 불가피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계약 과정에 허위과장 광고가 있었다면 취소가 가능하지만 이마저도 입증할 증가가 있어야 한다고 변호사는 대답했다. 결국 그는 빚을 내 오피스텔을 분양받거나 위약금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엄정숙 부동산 전문 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는 “민법 104조를 보면 당사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으로 인해 현저하게 공정을 잃은 법률행위는 무효로 하지만 법원은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거래질서 안전을 위해 처분문서에 사인을 했을 때는 계약을 뒤집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계약서 등 처분문서에 사인을 하는 행위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여기에 오피스텔 분양 피해는 최근 사회 취약계층인 노인들 사이에서 늘어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이와 동일한 방법으로 피해를 본 노인분의 사례가 올라와 있다. 국민청원에 올라온 ‘친정아버지께서 오피스텔 분양 사기를 억울하게 당했습니다’라는 글은 김씨와 동일한 방법으로 오피스텔 분양 피해를 본 77세 노인의 이야기다. 노인이 피해를 본 수법도 김씨와 동일하다.
노인의 딸이라고 밝힌 청원자는 “억대가 넘는 고가의 부동산을 일반적인 홍보가 아닌 길을 가는 불특정 다수, 특히 경제능력 없는 77세 노인을 상대로 반 강제성격의 호객행위로 파는 것은 합법적인 사기”라고 울분을 토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러한 분양 수법이 비일비재하다는 반응이다. 이미 업계에 관행처럼 자리 잡은 수법이라는 설명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분양업자들이 이 분야의 가장 전문가”라며 “업자들은 충분히 법을 검토하고 빠져나갈 구멍을 다 만들어 둔 상태에서 분양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불합리한 분양 피해를 줄이기 위해 사기분양 및 허위광고에 대한 분명한 처벌 범위와 처벌 규정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은형 건설정책 책임연구원은 “분양 업무를 하는 직원들은 대개 판매실적에 따른 수당을 받는 입장이다 보니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사기분양과 허위광고에 대한 처벌 가능한 범위와 처벌규정을 마련해 피해를 예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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