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호텔전세 기다렸는데'…LH사태로 청년주택 공급 차질

[단독] '호텔전세 기다렸는데'…LH사태로 청년주택 공급 차질

2월초 비주택 리모델링 사업공고…28곳 참여
호텔 사업자 “대출이자 등으로 부담 가중”

기사승인 2021-05-12 06:30:09
사진=아이부키
[쿠키뉴스] 안세진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땅투기 여파로 청년주택 공급 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호텔, 상가 등을 주택으로 개조해 청년층에 저렴하게 임대하려 했던 LH의 사업 추진이 지연되서다. 주거안정을 기대했던 청년의 한숨은 커져만 간다.

12일 쿠키뉴스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5월 6일 기준 정부가 추진 중에 있는 비주택리모델링 사업 추진 현황을 보면 총 28곳(서울 16곳, 인천 5곳, 경기 7곳) 중 복도폭, 슬래브, 단열재 등의 심사평가가 완료된 곳은 8곳에 불과했다. 이는 총 2961가구 중 1160가구에 해당한다. 나머지 20곳은 당초 4월 최종발표 기한을 지난 현재까지 대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비주택리모델링 사업공고는 지난 1월 29일 났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는 업무, 숙박시설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2월 1일부터 3월 12일까지 신청서류를 접수 받았다. 그 결과 총 28건의 사업자가 선택됐다. 이를 바탕으로 LH는 서류심사를 거쳐 4월 중 최종 사업자를 선정할 방침이었다.

비주택리모델링은 증가하는 1인 주거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도심 내 우량 입지의 호텔·상가·오피스 등을 주택으로 리모델링해 공급하는 사업이다. 현재 추진 중인 비주택리모델링 28곳은 사회적기업이 LH와 함께 사업 기획부터 설계‧시공, 운영까지 참여한다. 리모델링이 완료되면 LH는 건물을 매입한다. 사회적기업은 임대운영 및 관리를 맡는다. 이를 전문용어로 ‘매입약정형 사회주택’이라고 부른다.

매입약정형 사회주택은 장점이 많다. 사회적기업 입장에서는 매입비가 발생하지 않아 사업 운영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 LH에서는 직접 운영을 하지 않아도 되는 만큼 유지비 등을 절약을 할 수 있다. 또 수요자 입장에서는 지속적인 관리가 들어가는 질 좋은 임대주택에서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해 이슈가 됐던 서울 성북 ‘안암생활’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 1월 29일 LH 사회주택사업단은 비주택 리모델링 사업공고를 냈다. 사진=LH

하지만 사업은 당초 예상했던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사업 발목을 잡은 가장 큰 이유는 LH 투기 사태 때문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지난 3월 초 LH에서 3기 신도시 땅투기 사건이 터지면서 서류심사는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실제 사업이 통과되지 않은 20건 중 LH 확인이 필요한 사업지 6곳은 사실상 사업이 중단된 상태다.

사업에 참여했던 숙박시설 사업자들도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 사업이 지연되면서 대출이자 부담 등으로 운영이 어려워지고 있어서다. 한국사회주택협회 관계자는 “제안서 접수 이후 일정이 예정대로 지켜지지 않아 이로 인한 민원과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호텔 소유자의 경우 운영계약 연장, 타사 매각 등의 의사결정을 하지 못한 채 LH 접수된 현 상황에만 의존하고 있다”며 “의사결정 지연에서 발생하는 비용 손실에 대해 추후 청구할 여지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번에 접수된 분양형 호텔 4개 사업장의 경우 약 900실 규모”라며 “운영 수익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수분양자들이 대부분 대출이자만 납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로 인해 청년 1인가구의 불편도 가중되고 있다. 사회적기업 업체 한 관계자는 “정부가 비주택리모델링 추가 공급 방안을 발표한 뒤로 청년세대의 관심이 더 높아졌다”며 “안암생활만 해도 현재 추가 입주 문의가 계속되고 있지만 빈 방이 없는 상황이다. 요즘과 같이 전세를 구하기 어려운 시기에 청년들의 전세방 마련이 더욱 어려워질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LH는 용도변경에 관련된 건축법, 주택법 등 관련 제도를 검토하다 보니 예정보다 조금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LH 관계자는 “이번 사업지연은 투기 사태와는 상관없다”며 “숙박시설을 주택시설로 용도변경을 하는 것이다 보니 그 활용여부를 건축적 기준으로 검토가 들어가야 해서 조금 늦어지고 있다. 이르면 다음주 중 1차 심의를 진행한 뒤 결과를 통보 예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asj0525@kukinews.com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안세진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