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증권사, 외국인 탈세 두고 국세청에 반기…“세금 걷어라”vs“못한다”

미래에셋·삼성·한국투자·KB·NH투자증권, 과세 불복해 행정소송
총수익스와프(TRS) 파생상품 과세 안해 VS 실질과세 원칙 따라야
금융투자협회가 소송전 주도…"추가 불복 시 장기전 될 수도”

기사승인 2021-07-12 13:5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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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증권사, 외국인 탈세 두고 국세청에 반기…“세금 걷어라”vs“못한다”
여의도 증권가 / 사진= 곽경근 대기자

[쿠키뉴스] 지영의 기자 =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채권 투자소득 탈세 문제를 두고 국세청과 국내 대형 증권사 간 소송전이 벌어졌다. 국세청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증권사와의 특정 계약을 통해 조세 회피 효과를 누린다고 봤다. 증권사들은 문제가 없는 파생상품 세무처리 관행이었다며 반발하고 나서 날 선 신경전이 벌어진 양상이다.

12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미래에셋·삼성·한국투자·KB·NH투자증권 등 5개사가 과세 처분에 불복해 국세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조세심판원 심판청구) 절차를 밟고 있다. 조세심판원의 판결이 필요한 쟁점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소득 탈세 여부다.

지난해부터 국세청은 증권사들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징수하지 않았던 세금을 추징하라는 처분을 내리고 있다. 증권사들이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국내 주식·채권 등에 대한 배당금 상당액과 이자를 지급하면서 국내 조세법에 따른 과세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내 조세법에서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배당과 이자소득에 대해 원천징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실질과세의 원칙에 따르면 소득 성격을 기반으로 마땅히 부과됐어야 했던 세금이 면제됐다는 것. 먼저 세금 청구서를 받아든 증권사들이 국세청의 과세 처분에 불복하면서 소송전으로 번졌다. 증권사 측에서는 TRS 같은 파생상품 거래에서 발생하는 소득을 성격별로 분류해 과세하는 경우가 없다는 입장이다.

가장 먼저 국세청을 상대로 소송에 뛰어든 회사는 삼성증권이다. 다른 회사들보다 먼저 국세청의 과세 처분을 받아 단독으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KB증권·NH투자증권 4개사는 공동으로 청구를 진행한다. 4개사는 빠르면 이달 중 행정소송을 제기한다.

금융투자협회가 국세청과 증권사들의 소송전에 개입해 공동대응을 주도했다. 국세청의 과세 방침에 대해 개별보다는 공동대응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금투협이 선임한 법무법인 가온, 한영회계법인이 공동 불복 업무를 대리한다. 국세청의 과세에 대해 대응이 필요한 회사는 금투협에서 지속적으로 지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국세청 “TRS 외국인 사실상 조세회피, 세금 걷어라” vs 증권사 “명시된 규정 가져와라”

국세청과 증권사의 입장이 팽팽히 엇갈려 조세심판원에서의 공방이 치열할 전망이다. 통상 조세심판원의 청구 인용률이 높지 않다는 점에서 증권사들이 불리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조세심판원에서 증권사들의 청구주장이 기각될 경우에도, 추가 불복 가능성도 높다. 증권사들이 다시 국세청을 상대로 법원 소송을 제기할 수 있어서다.

만약 기각될 경우 장기전이 되더라도 높은 확률로 법원 소송전까지 가게 될 전망이다. 증권사들이 쉽게 물러설 수가 없는 입장이어서다. 조세심판원이 국세청의 입장을 수용한다면 증권사들은 외국인을 상대로 추징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이미 지급된 금액에서 과세분을 돌려받기 쉬울 리가 없다. 외국인들과의 TRS 계약 규모가 큰 곳일수록 문제인 셈이다. 외국인 투자자를 상대로 한 소송 대신 울며 겨자 먹기로 국세청에 대한 불복을 택했다는 평가다.

금투협 관계자는 “증권업계와 국세청이 생각하는 소득 구분에 이견이 있다. 현재 조세법에는 TRS같은 신용파생상품 소득에 대해서도 실질과세의 원칙에 따라 세금을 매겨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며 “파생상품을 소득 원천별로 쪼개서 세금을 부과하라는 것이 맞느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세청의 입장은 명확하다. 증권사들의 과세 면제 행태가 실질과세의 원칙 위반이라는 것이다. 국세청 방침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과세하지 않으면 원천징수 의무자인 증권사가 세금 미납분을 토해내야 한다.

국세청 측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받아가는 소득의 성격이 이자나 배당소득이 맞다면 과세를 해야 하는 것이 맞다”며 “원천징수의무자들이 경제적인 이익을 생각해서 사적으로 거부할 수는 없다. 납부 거부 시 원천징수 의무자가 물어내야 하고, 거부 기간에 따르는 가산세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분명 증권사들의 소송에도 명분은 있다. 그러나 국세청이 세금 미부과 관행에 제동을 건 이유도 합리적인 측면이 있다”며 “국세청은 조세회피 목적의 TRS를 잡아내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TRS를 너무 악용하는거 아니냐는 점이다. TRS는 거래 폭이 매우 넓은 장외파생상품인데, 그 거래에서 주로 이자수익만 낸다면 그건 TRS를 쓰는 이유가 소득 형태를 바꿔 세금을 안 내기 위한 목적이 더 큰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ysyu1015@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