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 일상 파괴하는 중증질환… “신약·산소치료 접근성 높여야”

두통, 일상 파괴하는 중증질환… “신약·산소치료 접근성 높여야”

쿠키뉴스·허종식 의원 ‘난치성 편두통·군발두통 환자 정책 지원 방향 모색 좌담회’

기사승인 2021-08-04 07:00:14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난치성 두통 질환을 적극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환경에 대한 의료계와 환자들의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3일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주최, 쿠키미디어 주관으로 열린 ‘중증질환 난치성 편두통과 군발두통 환자들의 고통과 희망, 정책적 지원 방향 모색 좌담회’에 참석한 대한두통학회 전문가들은 ▲신약 접근성 제고 ▲산소치료 처방권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좌담회에는 대한두통학회 조수진 회장(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신경과 교수)과 주민경 부회장(연세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 난치성 편두통환자 A씨, 최영현 한국복지대학교 특임교수, 김윤미 청년의사 기자, 양윤석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 등이 참석했다.

주민경 대한두통학회 부회장(연세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

두통은 일시적 불편이 아닌,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다. 편두통은 구토, 오심, 빛공포증 등의 증상이 동반된 중등도에서 중증의 재발성 두통으로 특징되는 신경질환이다. 특히 증상의 악화를 막아주는 예방 약물치료도 2회 이상 실패한 편두통 환자들은 '난치성'으로 분류된다.

편두통 환자는 일상을 파괴하는 수준의 통증을 겪는데, 증상이 심한 환자가 느끼는 통증강도는 8.78점으로 출산의 고통 강도인 7점보다 높다. 편두통은 우울감과 불안감을 동반하기 때문에 환자들은 자살 위험에 노출된다. 자살을 시도하는 비율은 비환자가 1%인 반면, 편두통 환자가 3.9%로 집계됐다.

편두통 질환에 따른 사회적 부담은 상당하다. 두통 질환은 사회활동이 활발한 연령대에서 빈발하기 때문이다. 편두통 역시 사회활동이 활발한 15~49세에서 장애생활연수가 크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편두통을 질병부담 2위로 선정했는데, 이는 우울증, 당뇨병, COPD보다 앞선 순위다.

주민경 교수는 “편두통은 단순히 생활에 일시적인 불편을 주는 증상이 아니라 적극적인 진단과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다”라며 “의학적 근거가 충분한 치료제와 치료법이 새로 등장했지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질환을 방치하면서 고통을 감당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은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주 교수는 “활발히 사회활동을 해야 하는 20대~40대에서 빈발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인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수진 대한두통학회장(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신경과 교수)

이어 주 교수는 "국내 난치성 편두통 환자는 약 1~2만명 정도로 추정하는데 이 중 국내 난치성 편두통 환자는 미국과 유럽의 가이드라인을 고려할 때 증상 악화를 막아주는 기존 예방 치료에 2~3번 실패한 일부 환자가 해당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처러 편두통은 환자 개인의 삶에 미치는 악영향은 물론, 사회적 손실도 크다. 하지만 편두통 치료 환경은 열악한 실정이다. 현재 편두통 환자의 극힘한 통증 악화를 막아주는 예방 치료 약물은 예방 효과가 미흡하고 부작용 발생 위험이 커 의료진과 환자들의 치료 만족도가 매우 낮다.

편두통을 유발하는 삼차신경혈관계 활성화 관여 물질인(칼시토닌 유전자 관련 펩타이드, Calcitonin gene-related peptide)를 억제해 통증 발생일수를 줄여 편두통 치료 효과를 높이는 항체 신약이 등장해 전 세계에서 사용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환자들이 접근하기 어렵다. 영국, 미국, 독일, 일본, 스위스 등 OECD 주요 회원국들은 난치성 편두통 신약에 ‘위험분담제’ 또는 이와 유사한 제도를 도입해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있다.

군발두통 치료 환경도 편두통과 마찬가지로 불안정하다. 군발두통 환자의 통증을 경감하기 위해서는 산소치료가 필요한데, 두통을 진료하는 신경과 전문의에게는 산소치료 처방전 발행 권한이 없다. 때문에 군발두통 환자들은 필수적인 치료조차 받기 어렵다. 국내 군발두통 환자 대부분은 산소치료에 필요한 장비와 산소충전을 자비로 구매해 사용하고 있으며, 산소 사용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안전사고의 위험에 노출된 상태다.

조수진 교수는 “치료 환경 개선은 환자와 두통학회 의사들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사회적 공감과 정부의 관심,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이미 여러 치료에 실패해 직업과 삶에 어려움을 겪는다.  난치성 편두통 환자들을 위해 임상적 효과가 확인된 새로운 예방치료 신약의 급여 적용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또 군발두통과 관련해서는 "치료 효과에 대한 의학적 근거가 확보된 산소치료를 안전하고 적극적으로 실시할 수 있도록 신경과에서 산소치료처방전을 발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난치성 편두통 환자 A씨는 “구토가 반복되고, 심각한 통증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다보니 직장에서 ‘너무 자주 아픈 직원’으로 낙인찍힐까봐 누구에게도 아프다는 말을 하지 못하고 꾹 참고 근무를 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금요일에 아프기만을 바라면서 살았다”면서 “한 번 통증이 시작되면 3일 내내 지속되기 때문에 차라리 금요일에 통증이 시작되면 주말 동안 집에서 고통을 견뎌내고 월요일에 출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부터 편두통 예방치료 신약을 투여하면서 일상생활이 가능한 정도로 통증을 관리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최영현 국립한국복지대학교 특임교수

좌장을 맡은 최영현 국립한국복지대학교 특임교수는 신속한 민·관·학 협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두통이 정상적 일상생활을 저해하는 중증 질환이라는 인식의 확산과 함께 실효성 있는 제도적 지원에 대한 논의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며 “현장의 의료진 의견과 환자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적 해결 방안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라도 빨리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낼 수 있도록 정부, 의료계, 제약사가 신중하고 신속한 협의를 이뤄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윤미 청년의사 기자는 중증 아토피 치료제의 급여 적용 과정을 참고할 것을 제안했다. 김 기자는 “두필루맙 성분의 중증 아토피 치료제는 항암제가 아닌 약제로 드물게 위험분담제를 통해 지난해부터 급여가 적용되기 시작했다”며 “이는 의료계와 환자들이 적극적으로 아토피 질환의 고통과 사회적 비용을 정부에 피력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까지 편두통 예방 치료에 쓰인 약물은 애당초 편두통을 적응증으로 가진 약물이 아니기 때문에 효과에 한계가 있으며, CGRP억제제와 같은 신약은 현재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환자들이 접근하기 어렵다”며 “정부가 각계 의견을 수렴해 환자의 일상 회복은 물론,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방안을 거시적 관점에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윤석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정책 현황에 대해 설명하며 개선 방안을 검토할 것을 약속했다. 양 과장은 “환자의 고통을 덜고,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는 것이 약제 급여 정책의 기본 목표지만, 건강보험 재정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최대한 다양한 약제에 급여를 적용하려면 신중한 검토가 필수”라고 설명했다.

이어 “난치성 편두통 예방 치료제가 위험분담제를 통한 급여 대상이 될 지에 대해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의 평가 과정에서 신중히 검토돼야 한다. 위험분담제 등 재정관리 측면에서 제약사와 정부 간 원만한 합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일정이 지연될 수 있겠지만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산소치료 역시 군발두통에 대한 임상적 근거와 처방 권한, 급여 기준에 대해 면밀히 살펴보고 최선의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castleowner@kukinews.com
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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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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