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생안망] “만나자고? 선약 있어. 집에서 나랑 놀아야 돼”

조현지 / 기사승인 : 2021-09-05 06: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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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입버릇처럼 ‘이생망’을 외치며 이번 생은 망했다고 자조하는 2030세대. 그러나 사람의 일생을 하루로 환산하면 30세는 고작 오전 8시30분. 점심도 먹기 전에 하루를 망하게 둘 수 없다. 이번 생이 망할 것 같은 순간 꺼내 볼 치트키를 쿠키뉴스 2030 기자들이 모아봤다.

그래픽=이희정 디자이너

[쿠키뉴스] 조현지 기자 = 바쁘디 바쁜 현대인(2n세, 심심함)씨는 잠깐 누웠다가 일어나 시계를 봤다. 아쉬워, 벌써 일요일 오후 11시. 내 주말은 어디 갔지. 분명 뭔가 해보려고 생각은 했던 것 같은데. 아무 것도 안 하고 침대에 누워 주말을 보냈네.
마땅한 취미 생활이 없어 매번 허망하게 월요일을 맞는 현대인을 위해 준비했다. 주말 48시간을 순간 삭제시키는 취미리스트. 다음 항목 중 자신의 취향과 난이도에 맞는 취미를 찾아 실행해보세요(5점)

tvN ‘온앤오프’에 출연한 그룹 티아라 지연이 스크래치 페이퍼를 하고 있다.   유튜브 ‘샵잉’ 캡처

◇ 난이도 ‘하’ (숨쉬기)

A. 스크래치 페이퍼
그림을 직접 그리거나 완성된 도안을 색칠할 능력도, 기력도 없는 당신. ‘스크래치 페이퍼(Scratch Paper)’를 추천한다. 미술 감각이 ‘0’에 수렴한다고 믿고 제대로 된 작품을 완성해 본 적이 없어도 좋다.
스크래치 페이퍼는 검은색 또는 흰색 바탕에 그려진 그림을 뾰족한 도구로 긁어내 완성하는 작품이다. 긁어내면 안쪽에 숨겨진 색상이 드러나 무채색이었던 그림이 화려한 그라데이션으로 채워진다. 그림을 긁어내면 가루가 나오기 때문에 테이프를 준비해 조금씩 제거해가는 게 좋다. 세계 야경 시리즈부터 명화까지 다양한 디자인이 판매 중이니, 취향에 맞는 스크래치 페이퍼를 구매하면 된다.

B. 식혜 떡볶이
요리를 취미로 하는 건 요리 똥손에게 다른 세상 일이다. 재밌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싶지만, 오늘도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열고 있는 당신. 음료수 한 캔으로 ‘밖에서 사 먹는 맛’을 낼 수 있는 ‘식혜 떡볶이’를 추천한다. 30~90분이나 걸리는 배달을 기다릴 필요도 없고, 내 손으로 직접 만들었다는 뿌듯함도 얻을 수 있다.
식혜 떡볶이는 SNS상에서 ‘초간단 떡볶이’로 유명하다. 식혜 음료 한 캔과 고추장, 떡만 있으면 된다. 먼저 식혜의 밥풀을 체로 걸러 냄비에 넣어준다. 냄비에 고추장 한 숟가락을 넣고 끓여준다. 물이 끓으면 떡을 넣고 5분간 졸이면 완성이다. 취향에 따라 파, 양파 등 채소, 어묵을 넣어주면 두 배 더 맛있어지는 기적을 체험할 수 있다.

‘엄지 피아노’로 불리는 칼림바.   독자 제공

◇ 난이도 ‘중’ (숨쉬기+예술성)

C. 지점토 트레이
집에서 ‘인스타 감성’을 만나고 싶은 당신. 지점토를 이용해 반지나 귀걸이 등을 올려놓는 트레이(tray·판)를 간단하게 만들어보자. 준비물은 지점토와 코팅을 위한 바니쉬다. 둘 다 문구점 또는 생활용품 할인점 등에서 구매할 수 있다. 온라인에서 지점토 트레이 DIY(직접 만드는 제품) 키트를 사도 좋다.
먼저 지점토로 평평한 바닥 면과 테두리 벽이 될 긴 선을 만든다. 바닥 면 위에 테두리를 올리면 절반은 완성이다. 올린 뒤 아랫면과 테두리 부분의 이음새가 잘 이어 붙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중요하다. 볼펜 뒷부분과 같이 뭉툭한 물건으로 이음새를 꾹꾹 누르듯이 펴보자. 덜 마른 상태에서 바니쉬를 바르면 트레이가 부서질 수 있으니 주의. 강한 햇빛에서 말려도 갈라질 수 있으니, 일주일간 그늘에서 완전히 말리는 게 좋다.
학창 시절 미술 시간을 떠올리며 붓에 물감을 묻힌 뒤 트레이 위에 흩뿌려보자. 미국 유명 소품 브랜드 ‘그로우캐년’ 디자인을 흉내 낼 수 있다. 단 ‘아크릴 물감’을 쓰는 게 좋다. 수채화 물감은 색감이 흐릿하게 나올 뿐 아니라, 물감 작업 후 바니쉬를 바르는 과정에서 번질 위험이 있다.

D. 칼림바
적막에서 벗어나고 싶은 당신. 어둡고 조용한 집안을 ‘칼림바(Kalimba)’의 청아한 소리로 물들여보는 건 어떨까. 열 손가락 중 단 두 개, 엄지손가락만으로 연주할 수 있어 ‘엄지 피아노’라고 불리기도 한다. 
칼림바 악보는 타브 악보, 오선보, 숫자 악보 총 3가지가 있다. 건반을 시각화해 그림으로 표현한 타브악보, 피아노 악보로 사용돼 가장 익숙한 오선보, 음의 높낮이를 숫자로 표현한 숫자악보 등이다. 칼림바가 처음인 초보자에겐 ‘숫자 악보’를 추천한다. 악보에 적힌 숫자 그대로 칼림바 건반을 튕기면 뚝딱 완곡할 수 있다. 소음 민원이 들어올 수 있으니 낮 시간에만 연주하자

MBC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배우 경수진이 우드카빙 키트를 활용해 버터나이프를 만들고 있다.   MBC 캡처

◇ 난이도 ‘상’ (숨쉬기+예술성+장인정신)

E. 우드카빙
더 어렵고 멋있는 취미를 원하는 당신. 나무를 깎아 생활 도구로 만드는 목공예, ‘우드카빙(Woodcarving)’을 추천한다. 칼로 슥슥 나뭇조각을 깎아 수저 세트, 버터나이프, 트레이, 도마 등 생활 속 작은 소품을 만들 수 있다. ‘사각사각’, ‘슥슥’ 나무 깎는 소리는 마치 숲속 오두막에 있는 듯 편안하게 해준다.
나무 깎는 작업은 정교한 기술이 필요하고 도구도 날카로워, 전문가만 가능한 일로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원목 DIY 키트를 온라인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다. 우드카빙 원데이 클래스도 종종 열린다.
집에서 간단하게 우드카빙을 하려면 DIY 키트 구매를 추천한다. DIY 키트에는 우드블랭크(완성하기 전 형태의 나뭇조각)와 카빙나이프, 작업장갑, 설명서 등이 담겨있다. 나무토막을 직접 스케치해 작업하고 싶다면 원데이 클래스 문을 두드려보자.

F. 터프팅
총으로 ‘빵’ 쐈더니 복슬복슬 러그가 만들어졌다. 천으로 실을 촘촘하게 심어 작품을 완성하는 ‘터프팅(Tufting)’ 이야기다. 최근 SNS에서 직조 공예 터프팅이 유행하고 있다. 원하는 도안으로 러그부터 터프팅 거울까지 완성할 수 있다.
터프팅은 총의 형태인 터프팅 건을 이용해야한다. 사실 터프팅 건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큰 소음이 발생하기 때문에 집에서 혼자 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있다. 공방에서 진행하는 원데이 클래스에 가보는 걸 추천한다. 

hyeonzi@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