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백신 미접종자는 ‘죄’가 없다… 접종 독려는 ‘정부’의 역할

기사승인 2021-11-04 08: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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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백신 미접종자는 ‘죄’가 없다… 접종 독려는 ‘정부’의 역할
[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외삼촌이 백신 접종 후 사지 마비 판정을 받았는데 연관성이 없다며 정부로부터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했어요.”

백신 미접종자인 A씨를 만났을 때 들은 말이다. 정말 주변에 백신을 맞고 중증 질환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백신을 주저하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가 전적으로 부작용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된다. 부작용에 대해서 정부로부터 보호받지 않고 개인이 피해를 일방적으로 입게 되는 일이 있지 않을까 이런 염려는 전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말과 정부의 태도는 차이가 있었다. 

지난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장에는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을 호소하는 당사자와 그 가족들이 연이어 출석했다. 이들은 정부의 말만 믿고 백신을 맞았는데 수일 내 중증환자로 병원 신세를 지고 있지만, 연관성이 없다는 이유로 정부로부터 아무런 보상을 받고 있지 못하다고 호소했다. 

백신 접종 후 중증재생분량성 빈혈 진단을 받은 B씨는 국감장에서 “중증환자에게 의료비를 지원한다던 질병관리청은 조건을 내걸고 최소한의 의료비 지원도 하지 않았다. 심의 결과도 인과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A4 한 장을 보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은 “대통령의 말을 믿고, 정부를 믿고 백신 접종한 국민을 이렇게 고통에 빠트리고 가족을 불행으로 몰면서 이렇게 냉혹하게 국민을 대하면서 무슨 온 국민에게 행복을 안겨준다고 하느냐”고 정부를 비판했다. 

아직 18세 이상 성인 인구의 7~8%는 백신을 접종하지 않고 있다. 앞서 수차례 백신 접종을 권고했지만, 미접종자 규모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다른 사정도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앞서 정부의 말을 믿고 따랐으나 이상반응으로 고통받고 있는 이들에 대한 보상, 대책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닐까. 

정부도 이를 인식하고 있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2일 백브리핑에서 “미접종자는 아마 백신에 대한 불신, 부작용에 대한 불안으로 접종을 거부한다고 생각한다. 예방접종이 중증·사망 방지에 유효하고 감염 전파도 60%는 예방된다는 연구자료를 계속 배포해 일부라도 접종을 받게끔 하겠다”고 밝혔다.

또 방역당국은 지난달 28일부터 ‘코로나19 백신 안전성위원회’를 구성·운영하기로 했다. 위원회는 국내 이상반응 신고사례를 분석하고 국외, 해외의 이상반응 조사와 연구 현황을 검토해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인과성 평가 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다. 

정부가 더욱 투명하게 백신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고, 보상범위를 좀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 백신 미접종자에게는 ‘죄’가 없다. 나름의 사연이 있을 뿐이다. 접종을 독려하는 건 정부의 역할이다.

nswreal@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