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버려진 한인 입양인 1만9000명, 한국 관심 절실해요

김동석 美 한인유권자연대 대표 인터뷰 ② 입양인 시민권 법안 제정 운동

기사승인 2021-11-14 12: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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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입양된 한국 어린이는 10만명이 넘는다. 이 중 최소 1만9000명은 아직 미국 시민권을 얻지 못하고 있다. 한국계 어린이만이 아니다. 미주 한인유권자연대에 따르면 미국에 입양되고도 미국 시민권을 얻지 못한 이들이 4만3000명에 이른다고 한다. 미 의회가 해외에서 온 입양인에게 자동으로 국적을 부여하는 법을 2001년 만들었지만, 법 제정 당시 18세가 지나버린 이들이 혜택에서 빠졌다. 한인유권자연대는 이들에게도 미국 시민권을 부여하는 법을 만들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8일 한국을 찾은 김동석 한인유권자연대 대표를 서울 상암동 쿠키뉴스 취재본부에서 만났다.


미국에 버려진 한인 입양인 1만9000명, 한국 관심 절실해요
김동석 한인유권자연대 대표는 미국 시민권을 얻지 못한 입양인 문제를 차마 외면할 수 없어 입양인 시민권 법 제정 운동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박효상 기자

-엄밀히 얘기하면 입양인은 유권자가 아니다. 한인유권자연대가 해 온 활동과는 조금은 다른 이슈인 셈이다. 이 문제에 관심을 둔 계기가 있나.

“사실 우리는 한국 출신 입양인 문제를 주요 이슈로 생각하지 못했다. 지난 2016년 우리가 개최한 컨퍼런스에 입양인들이 먼저 찾아 와 이 문제를 우리에게 요청했다. 들어보니 피해갈 수 없겠더라. 콘퍼런스에 참가한 분들도 공감했고, 국적 받지 못한 입양인 중 한국 출신도 많아서 너무 마음 아팠다. 책임을 느꼈다. 그래서 시작했다.”

-입양인 시민권 법안,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이 법이 만들어지도록 하려고 미 연방의회를 상대로 열심히 운동을 벌였는데, 팬데믹 때문에 유야무야됐다. 미 의회도 의사당에 모이지 못하고 온라인으로 회의를 했을 정도였다. 올해와 내년의 미 의회 회기 동안 다시 이 법안을 우리 입법 활동의 중심으로 삼아 의회에서 꼭 성사되도록 노력하려 한다. 어렵지만 해야 하는 일이다.”

양극화로 갈라진 미국 정치가 입법의 장애물

-미 의회에서 관심을 가질만 한데.

“실제론 쉽지 않다. 그래도 쉬운 일이라고 금방 되고 어려운 일이라고 안되는 것도 아니다. 2007년도 미 의회에 위안부결의안 만들 때도 안 된다고 다들 말렸다. 몇 번 추진을 해도 안 되니까. 근데 이상하게 꼭 돼야 하는 일에는 시민들의 힘이 정치에 작동하더라. 미국 풀뿌리 민주주의 힘을 경험했다. 지역에서 먼저 사람들이 모였고, 그들이 지역구 의원들을 만나 설득하면서 연방의회에서 입법으로 이어진다. 성실하게 포기하지 않으면 결국 꼭 돼야 할 일은 된다는 걸 경험했다.”

-인권 문제이고, 대상도 많지 않으니 어렵지 않아 보이는데.

“문제는 입양인 이슈를 인권이나 미국의 책임이 아니라 이민자 문제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워싱턴 정가에서 이민 문제는 정파적으로 입장이 나뉘어 있다. 공화당은 들어보려고 하지도 않는다. 민주당은 비교적 호의적으로 듣고 동의해주지만, 의회에서 입법이 되려면 민주 공화 양당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한쪽 당에서 완전히 반대하니 이게 될까 싶다. 또 다른 문제는 한인 사회의 힘만으로 공화당에 접근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우리 단체가 가진 힘은 미국 내 한인의 정치력인데, 한인이 모여 사는 곳은 대개 민주당이 우세한 대도시 지역이다. 한인 사회가 먼저 목소리를 높이면 민주당 의원들이 나설테고, 그러면 공화당에선 반대하기 쉽다. 그래서 더 어렵다. 게다가 입양인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시민단체들도 대부분 진보적이어서 홀트복지회 같은 곳을 먼저 비난한다. 그러면 이 단체들을 후원하거나 이들을 통해 입양을 받았던 이들의 지지를 얻기도 쉽지 않게 된다. 전략적으로는 보수단체를 끌어와 공화당의 관심과 지지를 얻어야 하는데 그 방법을 찾는게 쉽지 않다. 한국 정부가 이 사안을 잘 이해하고, 한국 시민사회나 종교단체에서 미국 의회에 광고를 내거나 기사화하는 작업을 함께 해주면 좋겠다.”

미국에 버려진 한인 입양인 1만9000명, 한국 관심 절실해요
김동석 대표는 한국 사회도 입양인 시민권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응원해주길 당부했다. 박효상 기자


-한국에서 반응은 어떤가.

“지금 세계적으로 오징어게임이 인기이고 K 열풍이 불고 있는데, 자칫하면 졸부로 보일 수 있다. 대중문화에서 히트작이 나왔다고 취해 있을게 아니라 이럴 때일수록 더 겸손하게 우리가 역사적으로 책임져야 할 일이 무엇인지 성찰하고 세계인의 공감을 얻어야 한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보낸 아이들이 그 곳에서도 부모에게 버림 받았다. 두 번이나 아픔을 당한 셈이다. 마음이 아프다. ‘미국 책임인데 왜 우리가 관심 가져야 하느냐’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한국이 힘이 있을 때 이들의 형편을 챙겨야 하지 않겠나. 한국 시민사회도 그렇고 관련 부처에도 강조하고 싶다.”

-그럼 한국에서 뭘 도울 수 있나.

“한국 정부가 미국의 입법에 관여할 수는 없다. 관심을 가져주길 당부할 뿐이다.”

-현지 분위기는 어떤가

“과연 내년까지의 회기에 되겠냐는 전망은 반반이다. 위안부결의안도 10년 정도 진행한 일이었다. 입양인 문제는 그렇게까지는 오래 걸릴 것 같지 않다. 자꾸 이 문제가 여론화되면 가능할 거라고 본다. 제일 어려운 점은 의회에서 민주당 공화당이 서로 함께 앉으려고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키맨인 하원 법사위 공화당 간사가 트럼프 측 인물이다. 이 분 지역구에는 아시아인도 없다. 정말 기도 밖에는 방법이 안 보일 정도다. 그래도 입양인의 문제를 인권으로 보는 여론이 있어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한국에서도 관심을 가져 주면 우리가 더 자신있게 일할 수 있다.”

시민권 없는 입양인들, 활동에도 어려움 커

-이 법의 구제대상인 입양인들은 부모에게 한번 버림받아 조국 떠난 것 자체도 충격일 텐데 미국에서 한 번 더 가족 잃은 셈이다. 그 충격을 어떻게 극복했을지 짐작하기도 힘든데.

“나도 모른다. 성장 과정에서 이 정도로 큰 상처를 받은 사람들은 속 깊은 얘길 털어놓길 기피한다. 어쩌면 끝까지 극복 못하고 있을 수도 있고, 어느 정도 이겨냈을지라도 자세히 말하지 않는다. 그나마 우리와 함께 입법 활동을 하는 분들은 스스로 상처를 어느 정도 이겨낸 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밖의 분들은 만나기도 어렵다. 특히 트럼프 정부 때에는 불법 이민자 문제가 이슈가 되면서 스스로 숨어야 하는 형편이었다. 아마 이 트라우마를 극복한 경우는 10%가 안될거다.”

-그럼 입양인 단체들은 어떻게 활동하나.

“우리가 이 법을 위해 입양인들을 만나려고 연례 미팅에 참가하려고 했더니, 뜬금 없이 라스베이거스에서 모인다는거다. 왜 그러냐고 했더니 국적이 없어 비행기를 탈 수 없는 분들이 있어서 가장 편하게 모일 수 있는 곳으로 정했다고 하더라. 이런 사람들이 2만명이 넘게 모인 단체다. 활동에 제약이 있다. 그래도 긍정적인 부분은 미국 내 가장 큰 교단인 남부침례교회나 입양 단체인 홀트복지회 같은 보수 단체들이 이 문제에 공감하고 함께 적극적으로 해결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한국인은 이제 지구촌에서 힘 있게, 앞서가며 살게 됐다. 반면 한국전쟁 직후 가난한 나라였을 때 미국으로 보내진 이들 중에서 1만9000명이 그 힘과 자부심에서 소외됐다. 미국 국민으로도 살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한국인이 과연 진정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을까. 떳떳하게 하늘을 볼 수 있을까. 함께 마음을 모아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시고 응원해주시길 당부드린다.”

대담 김지방 쿠키뉴스 대표, 정리 민수미 기자 fattykim@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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