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에도 MT 눈치싸움…대학 문화 사라지나

‘위드 코로나’에도 MT 눈치싸움…대학 문화 사라지나

기사승인 2021-11-16 06:20:02
코로나19 여파로 서울 시내 대학들이 2주 늦춰 개강한 가운데 지난해 3월17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학교 학생들이 마스크를 쓰고 교정을 걷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이후 대학 내 MT(Membership Training) 추진을 두고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우려로 MT는 시기상조라는 입장과 대학 내 모임 행사를 더 미룰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세종대학교 사회과학대학 학생회장단은 지난 11일 회의에서 MT 관련 논의를 했다. 정부 방역이 완화 시점에서 내부적으로 MT 등 학생들끼리 모일 수 있는 행사를 개최하기 위한 추진위원회를 만들 계획도 있었다. 하지만 회의 결과 숙박을 동반한 MT는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관련 정부 지침을 찾아봤지만, 규정이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강대도 1박2일 강원 춘천시 강촌 유원지로 MT를 계획했지만, 투표 결과 최종적으로 무산됐다. MT를 사적 모임인지, 공적 모임인지에 대한 정부 지침에 혼동이 있었기 때문이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지침에 따르면 대학 행사는 대학 본부에서 인정하는 공식 행사만 개최할 수 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 MT 등은 숙박은 불가하며 숙박 없이 연속(1일 이상)으로 행사 진행이 가능하다. 미접종자 포함 시 99명, 접종 완료자 등으로 구성 시 499명까지 행사할 수 있다.

15일 세종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신현지(23⋅여) 학생회장은 “20, 21학번 등 ‘코로나 학번’ 일수록 학과 내 소속감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라며 “선·후배들을 통해 대학문화를 많이 느껴봐야 하는데 점점 개인주의가 되고 있다. 이미 MT 추진이나 행사 기획하는 학생회 중요성도 많이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MT를 계획하려는 이유를 밝혔다. 

학생들도 2년째 진행되는 코로나19로 대학 문화를 느낄 수 있는 OT, MT를 바라고 있다. 성신여자대학교 식품영양학과 20학번인 김모(21⋅여)씨는 “작년 입학 후 코로나가 터진 지 얼마 되지 않아 MT가 취소됐다”며 “MT는 새내기 때 동기들이 쉽게 친해질 기회인데 아쉬웠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최근 비대면 학교 행사가 진행되거나 선후배 간에 1:1로 맺어주는 프로그램도 나오고 있지만, 학교에 정을 붙일 일이 많지 않아 행사 참여율이 낮다”라고 밝혔다.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21학번인 정유빈(21⋅여)씨는 “현재 강의도 모두 비대면으로 진행되고 있어 MT, OT는 꿈도 못 꾸는 상황”이라며 “올해 말이나 내년에는 개최할 수 있지 않을까 얘기는 나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정씨는 “지난 3월 초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오리엔테이션 참여했다. 오히려 학우들끼리 어색함을 느꼈다”라며 “숙박이 없는 건 아쉽지만, MT가 가능하다면 대면으로 참여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이후 대학생들이 MT, OT 등 대학 문화를 접할 기회가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코로나로 사라진 대학 문화’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20학번 이후 입학한 대학생들이 MT에 대해 “굳이 가야 하나”는 반응과 “추억에 남을 기억인데 (MT 경험이 없는 것은) 아쉽다”는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코로나 종식 이후에는 MT나 OT를 경험해본 사람들이 모두 졸업하거나 고학번이 되기 때문에 MT, OT 문화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 같다는 답변도 있었다. 

세종대학교 등 대학 학생지원센터 관계자들은 숙박을 동반한 MT 논의는 이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관계자들은 “위드 코로나가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 이제서야 학교 시설 운영에 관련된 문의가 서서히 들어오는 상황이다. 최근 MT와 관련된 교육부 지침이 내려와 MT 개최는 가능하지만, 숙박은 불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윤영 인턴기자 yuniejung@kukinews.com
정윤영 기자
yuniejung@kukinews.com
정윤영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