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정 "모교 평가절하 동의 못해…乙들의 전쟁 보는 듯"

'분교 논란'에 페이스북 글 올려 해명

기사승인 2021-11-16 06: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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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정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왼쪽)과 경희대 국제캠퍼스 학생회 성명 캡처.   사진=박효상 기자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인 모교인 경희대 수원 캠퍼스를 '분교'로 지칭했다가 논란에 휩싸이자 "모교 평가절하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고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분교 발언 논란에 대해 언급하며 "을(乙)들의 전쟁을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 의원은 "어제 오늘 쏟아지는 문자들을 보며 대학꼬리표가 얼마나 우리의 삶을 좌우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며 "이미 20년 전 지나간 옛일을 얘기했음에도 분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고 의원은 '학교를 평가절하했다'는 지적에 "동의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고 의원은 "제가 그 당시 겪은 현실을 솔직하게 얘기한 것이고 또한 사실을 기술한 것"이라면서 "당시 저 뿐 아니라 꽤나 많은 선후배들은 소위 원하는 기업에 입사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취업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 현실이었다"고 말했다. 

고 의원은 "20년 전 당시 학과 분리가 대부분은 되어 있었지만, 일부 그렇지 않은 학과도 존재했기에 분교이면서도 분교가 아니기도 했다"면서 "그럼에도 오해의 소지를 줄여야 한다는 판단에 분교라는 말은 (게시 후) 몇 시간 후에 삭제했다"고 했다.

이어 "현재 경희대 국제캠퍼스는 제가 다녔던 20년 전의 학교와는 다른 곳으로 완전한 이원화가 되어 다른 종류의 학교인 것이 맞다"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재학생 및 졸업생들의 노력으로 현재의 국제캠(퍼스)이 어떤 곳인지 인지하고 있다"고 썼다.

또 고 의원은 "우리는 때로 한국전쟁 이후 먹을 것조차 부족했던 후진국 대한민국을 회상한다. 다른 나라의 누군가가 예전엔 어렵게 살았던 한국이 어떻게 지금의 대한민국이 될 수 있었느냐 묻는다고 해서 분노를 느껴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자부심을 느끼며 후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다시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우리의 경험을 어떻게 전해줄 수 있을까, 다른 선진국들과 얼마나 다른 면모를 보일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왜 경희대는 그런 여유있는 면모를 보여줄 수 없는 것인가"라고 했다. 

그는 "지방은 인서울을, 인서울은 SKY대학을, SKY대학은 해외 유학을 바라보고 달린다"며 "지방이든 서울이든 해외든 상관없이 자신의 능력으로 평가받는 세상을 만들어야 함에도 우리는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해 계속 서로를 끌어내리고 있다""라고 했다.

고 의원은 "경희대 재학생들, 그리고 총학생회까지 그 열정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낸다"며 "총학생회가 직접 언론사를 통해 정치인의 입장을 묻고, 집행부가 아닌 학생은 개별문자로 입장을 묻고, 의원실 사무실로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전화를 하고. 저 또한 학창시절 대학당국을 향해 그렇게 행동했던 바가 있어 원망스럽기보다는 대학생답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면담 등의 방법을 통해 학생들의 질문에 답하겠다고 약속했다. 

논란이 된 발언은 지난 13일 고 의원이 페이스북에 '블라인드 채용법' 발의를 예고하면서 나왔다. 그는 "저는 당시 분교였던 경희대 수원캠퍼스를 졸업했지만, 이 제도 덕분에 이 자리까지 오게 됐다"고 적었다.

이를 두고 경희대 국제캠퍼스(전 수원캠퍼스) 학생들은 "동문·재학생들이 공들여 쌓아 올린 이원화 캠퍼스에 대한 인식이 의원님 발언으로 무너지고 있다. 무책임하고 경솔한 언행"이라며 고 의원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냈다.

고 의원의 해명글을 본 누리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관련 기사 댓글에 누리꾼들은 "자신의 성공스토리를 위해 자기가 다녔던 대학교를 블라인드 운운하며 폄하하는 느낌" "상처받은 후배들한테 사과할 생각은 안하고 자기만의 정치로 자기합리화" "을의 전쟁이라니" 등 반응을 보였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