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환자 사망률 높은 ‘폐동맥고혈압’

국내 환자 사망률 높은 ‘폐동맥고혈압’

조기 진단, 효과적 치료 일찍 시작하면 ‘관리 질환’된다
11월은 폐고혈압 인식의 달

기사승인 2021-11-19 07:45:02
국내 폐동맥고혈압의 환자 증가 추이는 가파르다. 지난 2010년 1677명에서 2019년 기준 약 3003명으로 9년 새 약 2배 가까이 늘었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40대 여성 A씨는 2년 전부터 걷거나 계단을 오르내릴 때 평범한 사람보다 훨씬 숨이 차고 평소와 다른 피로감을 자주 느껴 동네 의원을 찾았다. 몇 차례 진료를 받아봤지만 뚜렷한 병명도 모른 채 차도가 없어 결국 대학 병원을 찾았다. 심장 초음파 등 여러 검사를 받은 끝에 ‘폐동맥고혈압’이라는 진단을 받아 증상이 시작된 지 2년 만에 약물 치료를 시작했다.
 
11월은 미국 폐고혈압협회에서 제정한 ‘폐고혈압 인식의 달’이다. 폐고혈압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수준을 높이고, 조기진단 및 효과적인 치료에 대한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제정됐다. 특히, 폐고혈압 5개 군 중 1군에 속하는 폐동맥고혈압은 심장에서 폐로 혈액을 공급하는 폐동맥의 혈압이 상승하는 치명적인 희귀 질환이다.

폐동맥고혈압은 일반 고혈압과는 달리 오른쪽 심장에 문제가 생겨, 방치하면 호흡 곤란 및 우심부전으로 인해 돌연사 위험이 높다. 더불어 진단 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 평균 생존 기간은 2~3년에 불과하기 때문에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조기 진단 또한 필수적이다. 이처럼 치명적인 질환이지만 낮은 인지도로 인해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진단까지 평균 1.5년이 소요돼 치료 적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폐동맥고혈압은 대부분 비특이적 증상이지만, 대표적 증상이 A씨와 같이 숨이 찬 증상이다. 숨이 찬 증상은 체중 증가나 나이 탓으로 여기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비교적 젊은 연령에서 걷거나 계단을 오르내리는 일상적인 활동 중에 때 숨이 찬 증상이 나타난다면 ‘폐동맥고혈압’을 의심해 볼 수 있다. 흔한 질환은 아니지만 조기에 진단이 어렵고 치명적인 만큼, 일상적인 활동에서도 숨찬 증상이 나타난다면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폐동맥고혈압 환자 4500~6000명 추정… 이차성 폐동맥고혈압은 더욱 주의 필요해
 
국내 폐동맥고혈압의 환자 증가 추이는 가파르다. 지난 2010년 1677명에서 2019년 기준 약 3003명으로 9년 새 약 2배 가까이 늘었다. 

그러나 드러난 환자 외에 숨겨진 환자들이 더 존재할 것으로 여겨진다. 전문가들은 폐동맥고혈압의 비특이적 증상이나 낮은 인지도 등의 특성상 진단조차 받지 못한 채 숨겨진 폐동맥 고혈압 환자까지 포함한다면 국내 환자 수는 약 4500~60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폐동맥고혈압은 뚜렷한 원인이 없는 특발성 폐동맥고혈압이 가장 많은 환자 비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전신홍반성루푸스, 전신경화증, 류마티스 관절염과 같이 자가면역질환을 가진 환자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폐동맥에 염증이 쌓여 폐혈관이 좁아지면서 이차성 질환으로 폐동맥고혈압이 발생하는 것이다. 특히 아시아 및 우리나라는 전신홍반루푸스가 더 흔한 원인으로 꼽히는 만큼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부산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 최정현 교수는 “질환 인지도가 낮은 만큼 폐동맥고혈압은 숨겨진 환자가 특히 많은 질환이다. 가족력이 있는데 숨가쁨, 피로감, 부종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가장 먼저 의심해볼만 하다”며 “자가면역질환 환자가 특별한 이유 없이 숨가쁨이 지속되거나 손발 끝이 하얗게 변하는 레이노 현상까지 나타난다면 폐동맥고혈압을 의심하고 빠른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기진단과 적극적인 치료 필요… 조기 병용요법이 생존율 높일 수 있는 ‘해답’

폐동맥고혈압은 진행성 난치 질환인 만큼 조기 진단을 통한 적극적인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최근 다양한 약제의 개발을 통해 생존율이 약 3배까지 올라간 것은 물론, 병용요법을 통해 기대 생존율도 7.6년까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생존율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질병의 진행을 늦추는 것이 중요하므로 폐동맥고혈압으로 진단 시 적극적인 치료를 시작한다. 폐동맥 고혈압 환자는 혈관확장제로 폐동맥의 혈압을 낮춰 주는 약물치료를 한다. 폐동맥 고혈압의 정도에 따라 1개 치료제를 사용하거나 2개의 경구 약제로 병용 치료가 가능하다.

과거 10년 전만 해도 가능한 치료 옵션이 없어 생존율이 낮은 난치질환에 속했지만 현재는 다양한 약제로 관리가 가능하고, 치료 효과도 높아졌다.
 
국내외 폐동맥고혈압 진료지침 또한 중등도 위험군 이상 환자부터 적극적인 병용요법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는 보험급여 기준 상 진료지침에서 권고하는 병용 요법을 조기부터 사용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폐동맥고혈압 고위험군 이상에서 보험이 적용되기 때문에, 질병이 상당 부분 진행된 이후 본격적인 치료가 가능한 것이다.

최정현 교수는 “폐동맥고혈압의 약제는 10여 년 전과 비교했을 때 비약적인 발전이 이뤄진 만큼 적극적인 치료를 받으면 최대한 진행을 늦추며 관리할 수 있는 병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며 “국내에서는 아직 질환 인지도가 낮고 조기 병용요법에 대한 제도적인 문제로 인해 접근성이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조기 병용요법에 대한 필요성이 지속 강조되고 있고 정부 차원에서도 적극적인 움직임이 보이고 있는 만큼 환자들도 희망을 잃지 않고 적극적인 치료를 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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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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