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가드’로 보는 세계 2차 대전 [게임읽기]

강한결 / 기사승인 : 2021-12-01 06:3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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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오브 듀티: 뱅가드'. 블리자드 제공

흔히들 인류의 역사를 전쟁의 역사라고 합니다.

국가의 형태가 생기기 이전인 선사시대부터 부족 형태로 뭉친 인류는 생존을 위해 처절한 전투를 벌였는데요. 침략자와 방어자, 양측 모두 종족 보존을 위해 치열하게 싸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문명이 발생하고 수많은 나라가 흥망을 거듭할 때도, 항상 전쟁은 일어났습니다.

그중 인류사 수많은 전쟁 가운데 ‘세계’라는 단어가 붙는 전쟁은 제1·2차 세계 대전 단 두 개입니다. 20세기의 시작을 암울하게 장식한 두 전쟁은 인류 역사를 송두리째 바꿨습니다.

1차 세계 대전 이후 21년 만에 발발한 2차 세계 대전은 1939년 나치 독일과 일본 제국을 중심으로 한 추축국과 미국, 영국, 소련이 주축이 된 연합국이 맞선 전쟁입니다. 2차 대전은 1945년 일본 제국이 항복 조약에 서명할 때까지 총 6년 동안 이어졌습니다.

2차 대전은 현재까지도 인류 역사상 최악이자 최대 규모의 전쟁이라는 평가를 받는데요. 이 기간 민간인과 군인을 모두 합해 약 6000만~7000만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사망했습니다. 또한 남극과 남극해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전투가 발생했고, 전쟁 기간에는 끔찍한 대량학살과 전쟁 범죄가 발생했습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

이 전쟁은 인류에게 지워지지 않은 흉터를 남겼지만, 그만큼 막대한 영향도 끼쳤는데요. 2차 세계 대전을 다룬 작품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여담으로 기자는 2차 대전 배경 영화 가운데 스티븐 스필버그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1998)’, 크리스토퍼 놀란의 ‘덩케르크(2017)’를 가장 좋아합니다.

2차 대전은 게임 소재로도 자주 등장하는 단골입니다. 대체적으로 1인칭 슈팅장르(FPS) 게임의 시공간적 배경으로 사용되는 편이죠. ‘메달 오브 아너’, ‘배틀필드’ 등이 대표적인 작품입니다.

지난 5일 출시된 ‘콜 오브 듀티’의 신작 ‘뱅가드’ 역시 2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합니다. 앞서 콜 오브 듀티는 태평양 전쟁과 독소전쟁을 다루는 ‘월드 앳 워(2008)’, 서부전선 전투를 다루고 있는 ‘WWⅡ(2017)’를 선보인 바 있는데요. 뱅가드는 2차 대전이 일어난 주요 격전지를 모두 다루고 있습니다.

2차 대전을 배경으로 한 기존 게임이 특정 지역의 전투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면, 뱅가드는 다양한 인물의 서사를 통해 광범위한 지역에서 벌어진 전투를 심도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이 게임에는 ‘아서 킹슬리(영국)’, ‘폴리나 페트로바(소련)’, ‘웨이드 잭슨(미국)’, ‘루카스 릭스(호주)’ 등 총 네 명의 주인공이 등장하는데요. 이들은 각각 노르망디, 스탈린그라드, 미드웨이, 엘 알라메인 등 2차 대전의 전황을 바꾼 전투에서 활약한 베테랑입니다.

챕터1, 아서 킹슬리의 노르망디 상륙작전.   사진=강한결 기자 

◇ ‘서부전선’ 탈환 기점…노르망디 상륙작전

팀의 리더 역할을 맡은 킹슬리는 영국 공수부대 출신으로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참가한 인물입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은 연합국의 서부전선 탈환에 결정적 기점이 된 작전입니다. 연합국은 1944년 6월 6일 나치 독일이 점령한 프랑스 노르망디에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상륙작전을 감행했는데요. 미군, 캐나다군, 영국군, 자유 프랑스군, 자유 폴란드군, 기타 영연방 소속으로 구성된 연합국 8만7000여명의 병력은 나치 해안선 요새를 돌파합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첫 번째 씬에는 노르망디 해안을 돌파하는 연합국 군인들의 모습이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됐습니다.

게임 속에서 킹슬리가 소속된 6공수부대는 메르빌에 위치한 독일군의 해안 포대를 제거해야 하는데요. 이 역시 실제로 벌어진 전투입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 D-day 당시 영국 제9공수사단 예하 3여단 9대대는 150명의 특공대를 구성해 메르빌 독일군 포탑을 파괴하기로 계획했습니다. 수적 열세로 7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지만, 이들은 결국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캠페인 킹슬리 파트를 플레이하면 이러한 과정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챕터2, 폴리나 페트로바의 스탈린그라드 전투.   사진=강한결 기자 

코 앞에서 놓친 ‘히틀러의 승리’…스탈린그라드 전투

페트로바는 스탈린그라드에서 활약한 저격수입니다. 의무병으로 복무하던 그는 독일군에 의해 가족을 잃고 복수심을 불태우는데요. 이후 뛰어난 사격 실력으로 정식 저격수가 된 그는 독일군으로부터 ‘레이디 나이팅게일’이라는 별명으로 악명을 떨치게 됩니다.

독소전쟁에서 가장 치열했던 전투로 손꼽히는 스탈린그라드 전투는 1942년 8월부터 1943년 2월 2일까지 진행됐습니다. 해당 전투에서 80만명의 추축국 사망자가 발생했고, 그중 절반이 독일군이었습니다. 소련군 사상자 역시 100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중서부 유럽을 거의 점령한 독일은 기습적으로 소련을 침공했습니다. 개전 초반 독일군은 파죽지세로 진군했습니다. 모스크바 점령이라는 히틀러의 숙원도 완료 직전이었죠.

하지만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서 모든 전황이 뒤집혔습니다. 소련군의 대대적인 반격이 시작된 것인데요. 90만명에 가까운 병력을 결집한 소련군은 독일군을 포위했습니다. 육로가 막히자 독일군은 식량과 연료 보급에 차질이 생겼고, 병력의 사기도 저하됐습니다. 여기에 스탈린그라드의 혹한은 독일군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었죠. 결국 히틀러는 과거 나폴레옹의 실패를 재현하면서 항복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챕터3, 웨이드 잭슨의 미드웨이 해전.   사진=강한결 기자

‘진주만의 완벽한 복수’…미드웨이 해전 

웨이드 잭슨은 미드웨이 해전에서 활약한 에이스 파일럿입니다. 게임에서 그는 수많은 제로센(일본 전투기)을 격추하고 두 척의 항공모함을 침몰시키는 전적을 올렸습니다. 미드웨이 해전은 1942년 6월 4일부터 7일까지 미드웨이 제도 주변에서 벌어진 일본 해군과 미국 해군의 해상 전투입니다. 이 전투에서 미군이 승리해 수세에 몰렸던 연합국은 정비 시간을 벌 수 있었습니다. 일본군의 공세가 주춤해지면서, 미국은 북아프리카 전선으로 전차를 지원할 수 있었습니다.

진주만 공습의 성공 이후 일본군은 자아도취에 빠진 상태였습니다. 미군의 전력을 심하게 과소평가한 것이죠. 반면 미군은 ‘진주만을 기억하라! 12월 7일을 기억하라!’라는 구호를 외치며 와신상담하고 있었죠. 나흘간의 전투에서 미군은 항공모함 1척, 구축함 1척, 항공기 약 150기, 307명이 전사하는 피해를 입었습니다. 반면 일본군은 항공모함 4척 침몰, 항공기 248기 격추, 3057명 전사라는 막대한 타격을 입었습니다.

챕터4, 루카스 릭스의 엘 알라메인 전투.   사진=강한결 기자

◇ 롬멜 VS 몽고메리…엘 알라메인 전투 

영국군 호주 보병사단 출신 루카스 릭스는 엘 알라메인 전투에 폭파병으로 참가했습니다. 1·2차 엘 알라메인 전투는 1942년 7월부터 11월까지 4개월 동안 진행됐는데요. 2차 전투의 경우 ‘사막의 여우’ 독일 육군 원수 에르빈 롬멜과 영국 육군원수 버나드 로 몽고메리의 대결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 전투에서 패한 독일군은 북아프리카 전역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하고 말았습니다.

엘 알라메인 전투에는 수많은 전차가 투입되기도 했는데요. 서부전선에서 벌어진 단일 전투로는 가장 많은 전차(2차 전투 기준으로 추축국은 547대, 연합국은 1029대)를 동원했습니다. 미드웨이 해전 승리로 여유가 생긴 미국은 M4 셔먼 전차를 증원하기도 했습니다. 추축국 지휘관 롬멜은 뛰어난 역량으로 전과를 냈지만, 수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픽션이 첨가됐지만, 뱅가드는 치열했던 2차 대전 전장을 생생하게 담아내려 노력했습니다. 특히 콜 오브 듀티 특유의 섬세한 연출과 수려한 그래픽은 이러한 효과를 배가시켰습니다. 게임 중간중간 등장하는 시네마틱 영상의 완성도는 매우 뛰어났고, 잘 만든 2차 대전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마치 2차 대전 영화 속 등장인물이 된 것 같은 엄청난 몰입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2차 대전 관련 영화나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라면 한 번 콜 오브 듀티: 뱅가드를 해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합니다.

강한결 기자 sh04kh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