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하나 믿은 것”…성급한 ‘일상회복’에 부작용 속출 

“백신 하나 믿은 것”…성급한 ‘일상회복’에 부작용 속출 

방역조치 강화했지만 확산세 막기 힘들 듯, 병상은 포화 상태 

기사승인 2021-12-04 06:40:02
임형택 기자.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시행 한 달여 만에 방역조치가 다시 강화된다.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연일 5000명 안팎으로 발생하고 새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확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성급한 방역 완화 결정이 화를 불렀다고 지적하면서도 현재 조치로 확산세를 잡기엔 역부족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단계적 일상회복을 너무 빨리 시행했다. 중증화율이 안정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백신 하나 믿고 성급한 결정을 했다”면서 “확진자 발생 규모를 정확하게 예측하긴 어렵지만 애초 12월 중순쯤이나 돼야 주 평균 확진자 수가 5000명 정도 나올 것으로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빨리 발생했다. 3000명, 4000명씩 천천히 증가할 줄 알았는데 거리두기가 급격히 완화되면서 확진자 수도 갑자기 많아졌다”고 꼬집었다.

정 교수는 “병상이 포화상태라 중환자들을 거의 못보고 있다. 자택에서 대기하다가 치료시기를 놓쳐 심각한 수준에 이른, 죽기 직전인 환자들이 중환자 병상으로 온다”면서 “일상회복은 당연히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병원은 피, 땀, 눈물로 지쳐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행정명령으로 해결한다고 하지만 병원은 코로나19 병상 만드느냐고 비(非)코로나 환자들이 치료를 못 받고 도미노 현상으로 수술이 지연되며 피해를 받고 있다”라며 “특히 수도권은 집단감염 위주로 발생한 것들이 지역사회 곳곳에 퍼져서 보건소 등 방역체계가 무너진 상태다. 재택이름 하에 치료가 안 되는 상황도 많고 집에서 기다리다가 돌아가신 분들도 많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수도권 중환자 병상가동률은 10월 4주 55.4%에서 11월 4주 83.4%로 증가했으며 병상배정 대기자가 증가하는 등 의료체계 여력이 한계에 도달한 상황이다. 또 병상확보 노력에도 불구하고 의료인력이 부족하고 일선 의료진의 피로도 누적됨에 따라 병상 실가동률 제고도 어려운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정부는 연말연시 많아지는 모임과 약속 등 개인 간의 접촉을 지금보다 줄여 지역사회 유행을 차단하겠다는 입장이다. 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발표에 따르면, 정부는 우선 사적모임 규모를 수도권은 6명, 비수도권은 8명으로 축소한다. 기존에는 수도권은 10명, 비수도권은 12명까지의 사적모임이 가능했다. 사적모임 조정은 오는 6일부터 4주간 시행되며 유행 상황을 보며 다시 조정할 예정이다.

다중시설의 영업시간 제한도 고려됐지만, 생업과 민생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점을 고려해 이번 조정에서는 제외했다. 

대신 미접종자의 전파 차단을 위해 ‘방역패스’ 대상시설을 확대한다. 방역패스 적용시설을 이용하기 위해선 백신 접종완료일로부터 2주(14일)가 지났다는 증명서나 PCR 음성 확인서가 필요하다. 현재 중증환자와 사망자의 절반이 미접종자인 만큼, 미접종자를 보호하고 중환자, 사망자를 줄이기 위함이라고 당국은 밝혔다. 식당·카페를 비롯해 실내 기반의 다중이용시설 전반에 대하여 방역패스를 확대된다. 영화관, 공연장, 학원과 스터디카페, 박물관과 도서관 등 14종의 시설에 대해서도 방역패스가 적용된다. 

다만, 식당과 카페 한해서는 식사를 해결해야 하는 필수성을 고려해 미접종자 1인까지는 이용을 허용하기로 했다. 미접종자 혼자 이용하거나 일행 중 미접종자 1명에 한해서는 예외를 인정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같은 조치로 실질적인 효과를 보긴 어려울 거라고 지적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방역강화 조치는 중환자 병상 가동률이 70%를 넘었던 11월 초부터 했어야 한다”라면서도 “특히 이번 조치는 자영업자 피해 최소화 전략이 있는 것 같다. 정부로서는 자영업자들의 불편함 등을 고려한 조치였겠지만 오히려 확진자가 지금보다 더 늘면 셧다운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고위험시설에 대한 시간제한도 조정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 교수는 “국민에게는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으니 이동을 멈춰달라는 시그널을 보내는 것 같다. 거리두기를 강화하기 보다는 국민 스스로가 이동을 감소시키도록 하고 방역패스 확대를 통해 접종률을 올리겠다는 것”이라며 “사적모임 인원 차이가 없어서 실질적인 효과는 없을 거 같다. 대신 심리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천 교수는 “생활치료센터와 병상 확보에 대한 보완 대책이 없어서 안타깝다. 확진자가 늘면서 입소‧입원을 못하고 대기하거나 재택치료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는데 그 사이에 가족감염이 우려된다”면서 “또 증상이 나빠진 환자들은 의료진 연결이 안 되다보니 힘겹게 투병하고 있다. 치료시기를 놓치면 일반병상이 아닌 중환자 병상으로 가야하는데 거기는 환자가 나오기 전까지 들어갈 수 없다. 이 부분에 대해 정부가 빨리 검토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도 “정부가 얘기한 비상계획 조치의 핵심이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인데 자영업자 어려움, 국민 피로감 때문에 그 조치를 미루고 있다. 하지만 오미크론 변이까지 출현하고 중환자 병상도 꽉 찼다”라며 “위드 코로나 한 달 시행은 실패라고 할 수 있다. 강화된 거리두기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적모임 기준은 고작 4인씩 줄였다. 소아청소년 방역패스 적용은 내년 2월 시행이다. 당장 상황을 호전시킬 수 있는 조치는 아니”라며 “정부가 하지 않던 추가 방역조치가 국민들에게 ‘위드 코로나가 만만하지 않구나, 심각하구나, 마스크 등 수칙을 잘 지켜야 겠구나’라는 시그널을 줄 수 있겠지만 중증환자 발생 해결은 어렵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년 전 지금 이맘 때 크리스마스 전후로 일일 확진자 수가 1200명 정도 나왔다. 그때도 제때 치료를 못해서 난리가 났었다. 당시 정부는 3단계로 올리지 않고 5인 이상 사적모임을 금지하고, 행정명령으로 병상을 할애해 위기를 넘겼다”라며 “지금은 그때보다 확진자 수가 4배 많다. 또 그때는 다중이용시설의 집단발생이 주여서 통제 가능했다면 지금은 사적공간에서 지역사회 확진이 많은데 그때보다 약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렇게는 실효를 내기 어렵다”고 질타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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