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버블 붕괴 얘기할 때 아니다 [기자수첩]

기사승인 2021-12-07 0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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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버블 붕괴 얘기할 때 아니다 [기자수첩]
국내외 중앙은행이 자산매입 축소와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자산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세계 각국 정부는 그동안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해 왔다. 다만 코로나19 변이인 오미크론 발생과 중국발 공급 대란 문제까지 겹치면서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얼마 전 글로벌 증시 하락과 가상화폐 가격의 폭락으로 ‘버블 붕괴’ 우려도 나왔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오른팔’ 찰리 멍거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은 “최근 자본시장의 버블은 매우 심각하며, 1990년대 후반 닷컴 버블 때보다 심하다. 시장이 미쳤다”고 일갈했다. 

미국 정부의 테이퍼링 조기 시행과 금리 인상으로 자산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8월 취임 후 “국내에서도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상존하는 등 대내외 리스크 요인이 동시다발적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외환과 주식시장은 물론, 부동산과 가상자산 시장에서까지 전반적인 변동성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며 퍼펙트스톰(초대형 복합위기) 가능성을 제기했다.  

자산시장 위축을 우려하는 시각을 이해할 만 하다. 과도한 유동성 공급에 따라 가계부채는 급증했으나 여전히 바이러스 여파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어서다. 또한 그동안 부채 주도 정책으로 자산시장 거품이 커졌다는 우려도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금리 인상이 예상 경로 보다 빠르게 시행될 경우 자산가격의 큰 충격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역사적으로 버블은 경제위기 이후 양적완화로 자산시장 규모가 급격히 커졌다가, 재정긴축(금리 인상) 촉매제가 되면서 붕괴되는 양상이 반복돼 왔다. 대표적으로 일본 버블 붕괴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다. 

하지만 현재 시장이 과연 버블 붕괴를 말할 만큼 리스크가 커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 물론 리스크 부담은 있지만 실물경제와 증시의 괴리가 버블와 비교될 만큼 크다고 보긴 어렵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이러한 우려는 커졌지만 실제 실물 지표로 보면 위험 수위에 있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10월 기준 미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60.8으로 양호했다. PMI는 미국 ISM(공급관리협회)이 매월 첫날 발표하는 제조업지수로 제조업 부문 구매관리자 활동 수준을 측정하는 수치다. 이것이 50을 밑돌 경우 경기 침체(위축)을 나타낸다. 하지만 50을 웃돌 경우에는 경기가 큰 문제가 없다고 볼 수 있다.

고용지표도 마찬가지다. 11월 기준 미국 고용지표(비농업 부문)는 서비스업 고용 부진으로 예상치를 하회했으나 경제활동참가율은 61.8%로 전월 대비 0.2%p 상승했다. 실업률도 4.2%로 전월대비 0.4%p 떨어졌다.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일각에서는 현재 글로벌 증시(미국 나스닥)가 닷컴 버블을 연상케한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과잉투자가 문제 시 됐던 닷컴 버블 시대와 달리 현재 미국의 기술주는 기술 혁신과 M&A(인수합병)을 통해 사업을 진화시키고 있다. 또한 현재 FAANG으로 대표되는 미국 기술주의 밸류에이션(주가 대비 기업가치)도 닷컴버블 당시와 달리 안정적이다. 

국내시장도 버블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현재 EPS(주당순이익) 기준 코스피 12개월 선행 PER(주가수익비율)은 10.3배로 추정된다. 이는 최근 5년 평균을 2.8% 하회하는 수치다.

오히려 금리 인상을 지연시킨다면 향후 자산시장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현재 국내 가계부채 비율은 GDP 대비 104%(올해 2분기 기준)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담보대출 가운데 전세대출 비중이 크고, 만기가 짧은 단기성 레버리지인 갭투자 비중은 50%를 웃돈다. 저금리 기조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경우 자산시장의 거품을 더욱 키울 뿐이다. 

물론 금리 인상에 따른 부담은 어느 때 보다 크다. 현재 이자조차 갚기 어려운 한계기업은 전체 20%를 차지한다. 금리가 올라갈 경우 이들 기업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그럼에도 저금리 기조를 지속적으로 이어간다면 향후 위험부담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때문에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금리 인상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연착륙)을 모색해야 하고, 이에 따른 고통과 비용에 대한 국민적 설득도 시행해야 할 것이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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