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강조할수록 힘받는 탈원전 폐기론...정치권도 가세

이재명 “국민 여론 따라 원전 재건립 재고 가능”
윤석열 “원자력 발전 외엔 대안 없어”
에너지업계, '재생에너지 늘리겠다' 현 정책 현실성 없어

기사승인 2021-12-08 06:3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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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강조할수록 힘받는 탈원전 폐기론...정치권도 가세
두산중공업이 추진하는 뉴스케일 소형모듈원자로(SMR) 플랜트 가상 조감도. 두산중공업

정부가 6일부터 10일까지 탄소중립 주간을 정하는 등 탄소중립정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수록 탈원전폐기론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에너지업계를 중심으로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는 원자력이 포함된 현실성 있는 에너지 수급 계획부터 수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고, 유력 대선 후보들도 ‘탈원전’ 정책을 포기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고 있기 때문이다.

8일 정치권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2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현 정부 탈원전 정책에 따라 공사가 중단된 신한울 3·4호기의 공사를 재개하는 문제에 대해 “국민들의 의견에 맞춰서 충분히 재고해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그때 당시(건설 중단)도 국민에 따라서 결정했지만, 반론들도 매우 많은 상태”라며 “그 부분에 관한 한 국민 의견이 우선돼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현 정권의 탈원전 정책 기조와는 약간의 거리를 둔 발언으로 국민 여론에 따라서는 원전 도입여부을 검토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겠다는 입장을 꾸준히 밝히고 있다. 지난달 29일 대전의 한 카페에서 한국원자력연구원 출신 연구원·노동조합 관계자 등과 만나 “문재인 정권의 탈원전은 ‘망하러 가자는 얘기’”라면서 “현재 깨끗하고 안전하고 효율적인 원자력 발전 외엔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윤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탈원전 정책은 즉시 폐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원전 없는 탄소중립은 허구라면서 혁신형 소형모듈원전(SMR, Small modular reactor) 개발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탄소중립’ 강조할수록 힘받는 탈원전 폐기론...정치권도 가세

에너지업계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전력 안정성 보장 못 해”
간헐성 보완 장치도 경제성 떨어져

탈원전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에너지업계에서도 줄곧 나오고 있다. 정부가 탄소중립 추진을 위해 전 산업을 독려하고 있지만,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기술에만 의존해 객관적 근거 없는 정책을 내세운다는 비판이다. 

정부의 에너지 수급 계획 방향성은 기존의 석탄 등 화석연료를 줄이는 대신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보급을 대폭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에너지업계는 정부의 계획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면서 원전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창호 가천대 교수는 지난 1일 열린 ‘7차 전력정책포럼’에서 온실가스 감축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원전 수명을 연장하고 원전 이용율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원전의 이용률을 80%로 높이고 석탄 이용률을 60% 이하로 제한하면 2034년에 상향된 NDC 달성이 가능하다”며 “에너지믹스를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하더라도 현재와 같은 탈원전 기조가 유지된다면 재생에너지 보급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효과는 상당 부분 상쇄된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의 최대 약점인 간헐성 때문에 원전과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도 제기된다. 친환경 재생에너지인 태양광, 풍력 등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아 에너지 수급이 간헐적일 수밖에 없는데 이들로만 전력을 공급하면 전력 안정성에 문제가 생길 우려가 있다. 재생에너지의 약점인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해 양수발전, 대용량 저장장치, 수소저장 등의 저장 방법 등이 제시되나, 경제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유럽도 ‘탄소중립’ 영향 탈원전에서 원전 도입으로 돌아서

탈원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던 유럽도 변화의 모습이 감지된다는 점도 주목된다.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에너지원 확보가 우선돼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안전성이 강화된 소형모듈원전(SMR)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유럽 각국은 원전을 포함한 에너지 수급 계획을 내놓고 있다. 폴란드는 다수의 소형 원자력 발전소 건립을 계획하고 있고, 영국은 건설비가 저렴한 모듈형 원자로를 개발 중인 롤스로이스사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프랑스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주도해 대규모 핵발전소 건설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정동욱 교수는 “원자력 발전에 반대가 심했던 유럽연합도 최근 들어 원자력을 품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면서, “유럽연합이 지난해 초 탄소중립을 위한 ‘그린딜’을 발표하면서 원자력을 녹색투자의 범주에서 제외했었는데 지난 일 년간 많은 토론과 분석을 거치면서 원자력을 그린딜에 포함하는 방향으로 여론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에너지기구(IEAE)는 2050년까지 전 세계 원자력 발전규모가 현재보다 최소 두 배는 늘어난다고 전망했고, 향후 전력 수요는 크게 늘어날 것”이라면서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전력 수급에 분명한 한계점이 있어 안전성이 높고, 건립 과정도 간단한 소형모듈원전(SMR)이 향후 에너지시장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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