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尹 “여가부 이름 바꿔야”… 성평등 정책 봤더니

김은빈 / 기사승인 : 2021-12-08 06:5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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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vs 윤석열 정책 대결 – 젠더 공약편

정책 대결이 사라질 위기다. 여야 대선 후보 모두 비리 의혹에 휩싸이면서 네거티브전 양상이다. 대선이 100일도 채 남지 않았지만 미래를 위한 ‘정책 검증’은 설 자리를 잃어버린 분위기다. 쿠키뉴스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정책을 비교하고 국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래픽=이희정 디자이너

이재명 ‘여성 권리 보장’ vs 윤석열 ‘성범죄 처벌 강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누가 당선되든 여성가족부는 개편될 것으로 보인다. 두 후보 모두 한목소리로 여가부 명칭 변경을 외친 탓이다. 

두 후보는 여가부로 인해 남성이 ‘차별’ 받는다고 주장한다. 이 후보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안 되는 것처럼 남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것도 옳지 않다”며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자”고 제안했다. 

윤 후보는 “여가부가 양성평등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홍보 등으로 실망감을 안겨줬다”며 ‘양성평등부’로 개편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두 후보의 성차별에 관한 진단과 해법은 차이를 보였다.

이 후보의 성평등 공약은 ‘여성의 권리 보장’에 방점이 찍혀 있다. 여성들이 일터에서 제대로 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후보는 고용공정위원회(가칭)를 설치해 일터에서 성차별‧성폭력이 발생할 경우 구제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또 성별 임금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성별 임금공시제 도입을 공약했다. 성차별 채용 신고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국민들에게 공표하는 방법도 검토 중이다.

미혼, 청소년 여성들이 ‘산부인과’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병원을 찾기 꺼린다며 여성건강의학과로 명칭을 바꾸는 구상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경기도에서 시행한 바 있는 여성 청소년 생리대 보편 지원과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원스톱지원센터를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반면 윤 후보는 성범죄에 관한 처벌을 강화해 성폭력을 근절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권력형 성범죄 은폐 방지 3법의 신속 입법을 약속했다. 또 권력형 성범죄자의 취업제한 제도를 확대하고 성범죄 양형기준을 강화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특히 무고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성폭력처벌법에 무고죄를 신설해 ‘거짓말 범죄’를 막자는 취지다. 이는 성범죄에 대한 법 집행이 청년의 관점에서 공정하지 않다며 청년 공약의 일환으로 내놓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이대남(20대 남성)의 표심을 의식한 공약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여성 건강 문제에 관해서는 △성인 여성 대상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해 자궁 및 유방 검진 실시 △난임 시술 지원 강화 위해 난임 부부에 대한 소득 기준 지원 폐지 등을 약속했다.

여성‧남성 모두 “정책은 좋지만 젠더감수성이…”

대선 후보들의 성평등 공약에 여성과 남성 모두 반응은 싸늘하다. 두 후보 모두 젠더감수성이 부족한 발언으로 논란에 중심에 선 탓이다. 

이 후보는 ‘홍카단(홍준표 의원 지지자)이 이재명 후보님께 드리는 편지’라는 제목의 남초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을 페이스북에 공유해 논란이 됐다. 해당 글의 작성자는 20‧30대 남성들이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을 외면한 원인이 페미니즘과 부동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를 향해 “광기의 페미니즘을 멈춰달라”, “페미니즘을 깨부숴달라”는 요구도 했다.

윤 후보도 마찬가지다. 그는 “페미니즘이란 것도 건강한 페미니즘이어야지, 이게 선거에 유리하고 집권 연장하는 데 악용돼선 안 된다”며 “페미니즘이 정치적으로 악용돼서 남녀 간 건전한 교제를 막는다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은 국내 저출생 문제를 언급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페미니즘 탓에 이성교제가 이뤄지지 않아 저출생 문제가 심화됐다는 주장으로 읽힐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를 본 여성들은 고개를 저었다. A씨(25‧여)는 “대체로 정책 취지는 좋다. 그러나 두 후보의 논란이 된 발언들을 보면 부족한 젠더감수성이 여실히 드러난다”며 “공약이 실현될지도 의문이다. 문 대통령도 페미니즘 대통령이라며 나섰지만 정작 해결된 게 없다. 구상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며 일갈했다.

여가부 개편을 통해 ‘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다는 후보들의 시각이 근본적으로 잘못됐다는 지적도 다수였다. B씨(24‧여)는 “여가부는 사회적으로 차별받는 여성과 아동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부처인데 ‘평등’이라는 이름으로 바꾼다고 해서 해결되진 않을 것”이라며 “부처 이름에서 여성을 지운다는 것은 더 이상 여성을 보호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누구를 위한 평등인지 모르겠다”고 질타했다.

C씨(33‧여)도 “이 후보의 성별 임금공시제, 윤 후보의 성범죄 양형기준 강화 같은 공약은 좋다”면서도 “두 후보의 여가부 개편 공약에 대해선 동의가 안 된다. 여성 차별이 여전한 상황에서 이름을 바꾸려는 의도가 무엇인가. 직장생활 중 성차별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오히려 부처를 확대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대남도 두 후보의 공약을 환영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D씨(29‧남)는 “남성의 표를 얻으려는 수가 뻔히 읽힌다”고 꼬집었다. E씨(24‧남)도 “젠더 갈등을 해결하기 보단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애쓰는 걸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7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두 후보의 공약 모두 부족하다. 여성들이 오랫동안 요구해온 비동의 강간죄 제도화 등 성평등을 위한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성차별과 성폭력이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에서 이를 바꾸기 위해선 성인지적 관점에서 현상과 문제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두 후보는 성평등에 대한 공부가 필요할 것 같다”며 “젠더 정책 뿐 아니라 돌봄 공약, 기후위기 공약 등에도 성평등 가치를 반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