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라 입주 신청 안돼요” 무삽은 여전히 이방인이다

정윤영 / 기사승인 : 2021-12-08 17: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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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난민지위...행정소송 끝에 공공임대 입주신청 자격 얻어

무삽과 그의 가족이 거주하고 있는 서울 관악구의 빌라.   사진=임형택 기자

“삶의 한계에 부딪힐 때마다 여전히 ‘이방인’이라고 느낍니다”


지난해 6월 한 남성이 공공임대주택 신청을 하기 위해 주민센터를 찾았다. 공공임대주택 입주자는 세대원 전원이 주택을 소유하지 않아야 하며 해당 세대 월 평균소득이 일정 금액 이하여야 한다. 이 남성은 생계 급여, 주거급여와 의료급여 수급 대상이다. 입주 자격은 갖췄으나 신청서조차 낼 수 없었다. 입주 자격 조회를 위한 주민등록번호가 없었기 때문이다. 4년 전 난민으로 인정받은 무삽(29)의 이야기다.

무삽은 입주 신청을 거부한 주민센터 대상으로 행정 소송을 냈다. 지난 1일 법원은 “난민법에 의해 난민 인정자는 국민과 같은 수준의 사회보장을 받을 수 있다”며 무삽의 임대주택 신청 거부는 위법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난민협약 제24조 1항에 따르면 조약의 구속을 받기로 동의한 국가는 난민에게 사회재해, 직업병, 질병, 사망, 실업, 가족부양 등 사회보장에 관해 자국민에게 부여하는 대우와 동일한 대우를 부여해야 한다. 난민법 제31조에도 난민으로 인정돼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대한민국 국민과 같은 수준의 사회보장을 받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7일 무삽이 사는 집을 찾았다. 서울 관악구에 있는 무삽의 집, 방 한쪽에 쌓인 짐이 눈에 띄었다. 무삽과 그의 아내 리사(가명), 딸은 모두 한방에서 잔다. 아이 침대를 둘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무삽은 이번 재판 결과가 다행이라는 소감을 전했다. 무삽은 주민센터를 방문해 공공임대주택 신청이 허가되면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무삽은 지난 2018년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무삽과 리사는 조국 이집트에서 인권 운동을 했다. 무삽은 인권 문제를 고발하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반정부 시위를 벌이며 온 가족이 국가기관으로부터 위협을 받았다. 무삽 가족은 난민협약을 맺고, 법이 제정된 한국에 지난 2016년 5월에 입국했다. 난민으로 인정을 받기 위해 총 2년이 걸렸다. 난민 인정자의 삶은 그 이전보다 나았다. 불안정한 사회 지위에 놓여있는 난민 신청자는 사회 보장 제도권 밖에 있었다. 난민 인정자가 되자 일할 때도, 집을 구할 때도, 의료 서비스를 이용해야 할 때도 훨씬 수월했다. 

그러나 무삽 가족의 삶은 여전히 제약이 많다. 무삽은 가족은 단기 계약으로 1년마다 집을 옮긴다. 아이는 유치원 친구들과 친해질 때쯤 다른 유치원으로 떠나야 한다. 이사할 집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 집주인에게 연락하면 “국적이 어디냐”, “피부색은 어떠냐” 등의 질문이 먼저 나왔다. 

사회보장 등 정부 서비스도 순탄하지 않다. 상황에 따라 사회 보장을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는 “공공주택 신청 거부와 같은 일은 자주 일어난다. 난민 인정자들이 국민과 같은 수준의 사회보장을 받아야 하며 권리가 있다는 걸 아는 담당자를 만나야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법과 체계가 명확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매번 혼란스럽다”며 “한국이 우리가 좋은 환경에서 살아가길 바라지 않는 것 같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무삽은 “우리는 지금 사는 집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사 갈 권리가 있다”며 “한국은 이제 우리의 집”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정부나 각 부처 별로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할 때마다 여전히 ‘이방인’이라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정윤영 인턴기자 yunieju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