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칠’ 성시원? 이젠 ‘술도녀’ 강지구로 불려요” [쿠키인터뷰]

김예슬 / 기사승인 : 2021-12-08 18:5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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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에이핑크 정은지.   IST엔터테인먼트 제공.

티빙 ‘술꾼도시여자들’(이하 술도녀)은 세 친구의 이야기로 우리네 애환을 담는다. ‘욱’하고 후회하는 안소희(이선빈), ‘예쁜 또라이’로 통하는 한지연(한선화)과 매사에 거침없는 강지구(정은지). 이들 3인방의 정신적 지주는 강지구다. 무뚝뚝하면서도 마음에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그의 이야기는 그룹 에이핑크 정은지를 통해 그려졌다. 최근 쿠키뉴스와 만난 그는 “‘술도녀’는 계속 좋기만 했던 작품”이라며 미소 지었다.

정은지에게 강지구는 ‘궁금한 사람’이었다. 방어기제가 강하지만 친구를 아끼는 마음이 큰 지구의 모습에 정은지는 곧장 호기심이 생겼다. 강지구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함께한 이선빈, 한선화와는 이내 좋은 친구가 됐다. 극 중 강지구가 친구들로 인해 단단한 사람이 된 것처럼, 정은지 역시 함께한 동료 덕에 연기자로서 성숙해졌다. 3인방이 뭉치는 장면마다 그는 연기가 아닌 ‘진짜’가 나오는 순간을 느꼈단다.

“이런 경험은 새로웠어요. 계속 붕붕 떠 있는 기분이랄까요? 캐릭터가 살아있다는 게 느껴졌어요. 특히나, 저희끼리 웃고 떠드는 장면에서는 대본에 담겨있지 않은 그 무언가가 있었어요. 지구의 감정을 보여주는 장면에선 여러 생각이 들어서 후폭풍이 컸어요. 스스로 감정 기복이 느껴질 정도였거든요. 나중엔 눈물이 나오면 울고, 그러다 지치면 잤어요. 감정을 이겨내려 하지 않으니 차츰 극복되더라고요.”

티빙 ‘술꾼도시여자들’ 스틸컷.   티빙(TVING) 제공.

색다른 게 많은 현장이었다. 극 중 한선화와 살벌하게 욕을 주고받으며 싸우는 장면은 새로운 재미로 다가왔다. 술을 마시고 촬영한 날도 있었다. 실제 주당으로 알려진 정은지는 “맥주를 가볍게 마시고 연기해도 전혀 취하지 않아 뿌듯했다”며 웃었다. 애드리브도 마음껏 해봤다. 극 중 강북구(최시원)에게 일침을 날리는 장면 대부분이 즉석에서 만들어졌다. 개성 강한 한지연, 안소희 사이에서도 강지구가 묻히지 않던 이유다. 

“촬영이 진행될수록 애드리브가 자연스럽게 나와서 소름이 돋기도 했어요. 지구답게 보이고 싶었거든요. 지구의 표현법을 연구하려고 노력했어요. 새로운 연기도 시도해봤어요. 욕도 하고 담배도 피워보고… 하루는 남동생이 그러더라고요. 부모님이 밥 먹으면서 보시다가 제가 담배 피우는 장면에서 얼어붙으셨대요. 하하. 동생에게 다음에는 꼭 영상으로 찍어서 보여 달라고 했어요.”

‘술도녀’가 인기를 얻으니 주변에서도 반응이 왔다. 에이핑크 멤버들의 관심도 뜨거웠다. “하영과 보미는 ‘술도녀’가 난리라고 하더니 남주는 나만 보면 강지구라고 부른다”며 웃던 정은지는 “멤버들이 그러니까 인기가 있긴 하구나 싶더라”며 뿌듯함을 감추지 못했다. tvN ‘응답하라 1997’을 함께했던 신원호 감독에게는 ‘하길 잘했다’는 칭찬을 들었다. 만족감과 자신감을 더해준 순간들이다. ‘술도녀’로 만난 이선빈, 한선화는 듬직한 우군으로 남았다. 이들 이야기가 나오자 정은지의 얼굴엔 다시금 웃음꽃이 피었다.

티빙 ‘술꾼도시여자들’로 호흡을 맞춘 배우 이선빈과 정은지, 한선화(왼쪽부터).   티빙(TVING) 제공.

“어제도 (이)선빈이와 영상통화를 했거든요. 하하. 저는 지금도 종종 소희라고 불러요. 여자 셋의 호흡이 중요했던 작품인데, 선빈이가 구심점 역할을 완벽하게 해줬어요. 저희의 신나는 분위기를 주도해준 친구였죠. (한)선화 언니는 시종일관 발랄한 분위기를 유지하느라 힘들어하면서도 저희에게 늘 기운을 북돋아 줬어요. 지친 기색 없이 연기하는 걸 보며 저도 많은 걸 배웠어요. ‘술도녀’로 언제든 전화할 수 있는 친구들을 얻었어요.”

쉴 틈 없이 달려온 정은지다. 데뷔 10년 차를 맞은 그는 서른을 앞둔 올해를 전환점이라고 봤다. 에이핑크 활동부터 솔로앨범 발매 등 가수로서 활발히 활동한 그는 연기자로서도 ‘응답하라 1997’,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 KBS2 ‘트로트의 연인’·‘발칙하게 고고’, JTBC ‘언터처블’ 등 여러 장르를 경험하며 내공을 쌓았다. 이를 발판으로 30대에는, 더욱더 깊이 있는 사람이 되길 꿈꾼다.

“앞으로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노래도 더 깊은 감성으로 부를 수 있지 않을까요? 연기자로는 여러 역할을 맡을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있죠. 그동안 ‘응답하라 1997’ 성시원을 많이들 기억해주셨는데, 요즘엔 ‘술도녀’ 강지구로 불리더라고요. 열심히 지내온 덕에 오늘날의 강지구를 만나게 된 것 같아서 스스로가 기특해요. 30대에는 경험의 폭이 더 넓어질 거란 기대감이 있어요. 경험치를 차곡차곡 쌓아서,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