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 서비스, 대면진료·처방 ‘보완재’ 될까

원격의료 서비스, 대면진료·처방 ‘보완재’ 될까

최근 19개월 동안 원격의료 이용자 약 132만명
의사들, 오진 위험·병원 수익사업화 우려 커
“격리상황, 재난상황, 만성질환 대상 단계적 도입해야”
복지부, 1차 의료기관 중심 도입 방향 검토

기사승인 2021-12-21 15:15:07
21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개최된 ‘비대면진료의 미래’ 정책 토론회에 참석한 산업계·의료계 전문가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한성주 기자
원격의료를 대면의료의 보완재로 상용화하기 위한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원격의료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급하게 도입된 시스템인 만큼, 법체계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제도적 보완이 필수 요소로 꼽힌다.

21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개최된 ‘비대면진료의 미래’ 정책 토론회에 참석한 산업계·의료계 전문가들은 “노인·장애인 등 거동불편자와 도서 벽지 거주자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원격진료·처방이 활용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원격의료는 최근 급격히 활성화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2월부터 올해 8월까지 비대면 진료 이용 인구는 131만8585명, 이용 건수는 264만7967건으로 파악됐다. 복지부는 지난해부터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전화상담 또는 처방 및 대리처방 한시적 허용방안’을 공고하고 원격 진료와 처방을 한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한시적 허용을 기회로 원격의료 플랫폼 스타트업도 속속 등장했다. 앞서 7월에는 닥터나우, 엠디스퀘어를 회장사로 원격의료산업협의회가 출범했으며, 현재 15개사가 참여하고 있다. 병원 진료를 예약하거나 의사와 전화 통화 후 처방을 받고, 의약품을 약국에서 집까지 배달해주는 등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 회원사들의 주력 사업이다. 앱을 활용해 진료와 처방을 받은 뒤 약을 배달시키면,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의사와 약사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업계가 확장세를 보이지만, 지속가능성은 확보되지 않았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원격 진료·처방, 약 배달 서비스는 코로나19 종식 이후 복지부의 한시적 공고가 종료되면 불법 행위로 전락한다. 의료법 제33조는 의료인은 원칙적으로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업을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같은 법 제34조는 의료인이 컴퓨터, 화상통신 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원격의료를 할 수 있다고 명시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먼 곳에 있는 의료인 사이에 지식과 기술을 공유·지원하는 행위를 허용한다는 의미다.

의료서비스의 주요 공급자인 의사들의 시각도 부정적이다. 오진의 위험이 크고, 법적 다툼이 발생할 가능성도 상존한다는 입장이다. 원격진료 전문 업체가 등장해 병원을 수익사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개원가에서는 경제적·기술적 역량이 상대적으로 뛰어난 대형 병원으로 환자들이 몰려 의원급 의료기관이 소외될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온다. 

반면 병원급 의료기관을 중심으로는 대면진료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원격진료를 활용할 수 있다는 기대도 적지 않다. 백남종 분당서울대병원장은 “원격의료는 도입 초기부터 산업적 측면이 부각되면서 부정적인 반응을 마주 했는데, 우리나라는 의료의 공공성이 담보된 환경이기 때문에 의료기관의 영리화에 대한 우려는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의 편의성과 미래의학 발전을 고려해 격리상황, 재난상황, 만성질환 등에 단계적으로 원격의료를 시도할 수 있다”며 “물론, 개원가에서 대학병원으로 이어지는 의료전달체계를 공고히 유지하고, 원격의료를 적절히 적용할 수 있도록 수가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회 변화에 대비하려면 원격의료 제도화가 필수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디지털화, 고령화가 가속화하는 미래 사회를 살아갈 소비자들에게 원격의료는 선택이 아닌 필수 서비스로 제공되어야 한다”며 “1차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전 국민이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에 기반해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집계된 원격진료 약 312만건의 비용 및 효과성을 면밀히 실증분석해 안전성과 편의성이 보장되는 제도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원격의료 정착의 선결과제는 의료진의 실익 보장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세라 서울시의사회 부회장은 “대부분의 의사들은 원격의료를 대면진료의 보충적 수단으로 한정해 도입해, 향후 의료체계 교란과 의료상업화 등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한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인 의견’이라는 단서를 붙여 “의료진에게 이득이 될 여지가 없는 시스템에 의사들이 참여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며 “플랫폼을 통한 비대면 진료를 비급여로 도입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가 공공재라고 해서 (서비스 공급자에게 돌아가는 실익 없이도) 운영될 수 있다고 착각하면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산업계는 원격의료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잠재적 가치를 강조했다. 제도화를 위해 정부, 의료계, 학계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는 입장이다. 

오수환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공동회장은 “원격진료는 모든 대면진료를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은 아니다”라며 “경증환자와 만성질환자를 보는 1차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원격진료를 활용하고, 심층적인 진료가 필요한 환자를 상급 의료기관으로 연계하는 방식으로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료기관과 약국 당 원격진료 및 조제 건수의 상한선을 설정해, 특정 병원이나 약국에 환자가 몰리는 현상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며 “산업계 역시 과도한 영리 위주 활동을 자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지호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공동회장은 “산업계는 정부 당국에서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면서 서비스를 국민 건강에 기여할 것”이라며 “의사협회, 병원협회, 약사회는 물론, 다양한 학계 전문가들과 대화하고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원격의료의 가불가를 다투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안전하게 활용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원격의료 제도화를 신중히 준비하고 있다. 고현우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현행법과 상충하는 문제를 해소하고, 의료계 및 전문가 집단과 협의를 거쳐 제도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며 “OECD 회원국 가운데 원격의료 도입을 시도한 32개국의 사례들을 면밀히 검토해 우리나라에 적합한 방안을 고안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 취약계층과 만성질환자를 위해 1차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도입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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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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