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차 신인가수 홍의진 [2의 해를 맞은 사람들]

세 번째 데뷔 앞둔 가수 홍의진 인터뷰
그룹 소나무로 데뷔해 유니티 거쳐 솔로 변신
“도전이 두렵지 않아요. 부딪쳐 봤으니까”

기사승인 2022-01-14 06: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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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다시 시작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잠 못 이룬 기억 있으신가요. 지금까지 쌓아온 걸 뒤로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2022년은 2002년 이후 20년 만에 찾아온 숫자 ‘2’로 이뤄진 해입니다. 신년을 맞아 쿠키뉴스 대중문화팀이 인생 2회차를 시작하는 대중문화인을 만났습니다. 새로운 시작을 결심한 모든 이들을 응원합니다.

8년차 신인가수 홍의진 [2의 해를 맞은 사람들]
가수 홍의진은 걸그룹 두 팀을 거쳐 솔로 가수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비운의 아이돌’. 2015년 데뷔해 2021년 해체한 그룹 소나무는 운이 따르지 않은 팀으로 유명하다. ‘데자부’(Deja vu), ‘넘나 좋은 것’, ‘나 너 좋아해?’ 등 숨은 명곡이 많지만, 7년 중 3년을 음반 활동 없이 흘려보냈다. 당시 소속사였던 TS엔터테인먼트가 소속 연예인과 잇단 분쟁을 겪으면서다. 멤버들은 작별 인사도 제대로 못 한 채 뿔뿔이 흩어졌다.
어떤 사람은 말했다. 소나무는 실패했다고. 소나무 멤버로 7년을 보낸 홍의진은 고개를 저었다. “경험이 남았어요. 그 나이에 해보기 어려운 일들을 저는 겪어봤고, 그로 인해 얻은 것도 있어요.” ‘8년차 신인가수’로 새 출발을 앞둔 홍의진을 12일 서울 상암동 쿠키뉴스 사무실에서 만났다.


- 어떻게 지냈어요?
“작년 생일(10월9일)에 맞춰 온라인으로 팬미팅을 했어요. 오랜만에 무대에 선데다, 혼자서 여러 곡을 부르는 공연은 처음이라서 고민이 많았어요. 너무 긴장한 채로 공연해서 아쉽기도 하지만, 다음에 더 잘하려고요.”

- 솔로 음반도 준비하고 있죠?
“네. 솔로 음반은 처음이라서 어떤 콘셉트가 좋을지 고민하는 단계예요. 혼자서 음반을 채워야 하니 꾸준히 보컬 수업을 받고 있고요, 원하는 이미지를 구현하려면 몸 관리도 중요해서 운동도 열심히 해요. 저 자신에 집중할 시간이 많아졌어요.”

- 인터뷰 주제가 ‘2의 해를 맞은 사람’이에요. 의진에서 홍의진으로, 두 번째 이름을 갖게 된 인물이라 초청했어요.
“제 이름이 흔한 편은 아닌데, 저와 같은 이름을 쓰는 다른 아이돌(그룹 빅플로 출신 의진)이 계셔서 풀 네임을 쓰기로 했어요. 예명을 쓸까 고민도 했는데, 의진으로 활동한 시간이 길어서 본명을 쓰는 게 낫겠더라고요.”

8년차 신인가수 홍의진 [2의 해를 맞은 사람들]
홍의진.   사진=임형택 기자

- 의진으로 사는 동안 여러 도전을 거쳐 왔죠. 첫 도전은 아마도 기획사 오디션이었을 거고요.
“13세 때 JYP엔터테인먼트에서 본 게 첫 오디션이었어요. 마냥 신기했죠. ‘와, 서울이다!’ ‘오디션이다!’ 유명한 기획사에서 오디션을 본다는 것 자체가 제겐 큰 자랑거리였어요. 이후로도 당시 다녔던 댄스 학원에서 연결해준 오디션들을 몇 번 더 봤고요.”

- JYP엔터테인먼트 오디션에서 최종 단계까지 올라갔다고 들었어요. 탈락한 뒤에 의기소침해지진 않았어요?
“네. 부모님 덕분에요. 부모님이 늘 ‘최선을 다하되, 그래도 안 되면 네 길이 아니라고 생각해라’고 말씀해주셨어요. 담담하게요. 저를 믿고 계시기에 해줄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해서 큰 힘을 얻었어요.”

- 16세에 연습생이 됐고 4년 뒤 데뷔했어요. 소나무로 활동한 시간은 뭘 남겼나요?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흔치 않은 경험을 했죠. 리더십을 발휘해보기도 하고, 욕심도 부려봤어요. 그러면서 다른 일에 도전할 끈을 얻기도 했고요. 이건 장점인지 단점인지 모르겠는데, 다른 사람들 기분을 빨리 알아차리게 됐어요. 눈치보고 배려하는 게 습관이 돼버렸어요.”

- 다른 사람들 기분을 살피다보면 정작 내가 뭘 원하는지에 무감하게 되죠.
“맞아요. 그래서 2년 전에 ‘나를 알아가자’는 목표를 세웠어요. 휴대폰 메모장에 내가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를 써보면서 느꼈는데, 저는 호불호가 뚜렷하지 않은 사람이더라고요. 처음엔 그런 제가 싫었어요. ‘난 왜 이렇게 애매모호하지?’ 하면서. 지금은 그대로를 받아들이려고 해요.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고, 내일은 새로운 것을 좋아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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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소나무. 뒷줄 왼쪽에서 세 번째가 홍의진. 쿠키뉴스 자료사진.

- 소나무로 활동하던 2017년에 KBS2 서바이벌 프로그램 ‘더 유닛’에 출연해서 그룹 유니티 멤버로 뽑혔어요. 그 땐 어땠어요?
“저를 시험해보고자 도전한 프로그램이에요. 팀 안에선 제 역할이 정해져 있으니 자꾸 안일해지는 것 같았거든요. 제 실력이 (다른 그룹 멤버들과 견줘) 어느 정도인지 알고 싶었어요. 신기하게도, 소심하던 제가 저 자신을 뽐낼 용기가 생기더라고요. 치열한 경쟁을 거쳐 내면이 단단해진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 유니티 활동을 마치고 소나무로 복귀했지만 원하던 대로 활동하지는 못했죠?
“아빠가 사주를 볼 줄 아세요. 도대체 언제쯤 잘 풀리겠냐고 물었더니, 2년 뒤에 잘 된대요.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어요. 그래서 제가 하고 싶은 일들을 다 해봤어요. 아르바이트도 하고, 영상 편집도 공부하고, 외국어도 배우고….”

- 영상 편집은 어쩌다 배우게 됐어요?
“고용노동부가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있어요. 수업도 듣고, 이력서도 올려보고, 기업에서 연락도 받아봤어요. 3D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어서 관련 기술을 배웠거든요. 선생님이 지인을 소개해주셔서 감사히 두 작품에 참여했어요. 처음으로 돈도 벌고요. 그때는 가수를 그만 둘 생각도 하던 때라 열심히 기술을 배워서 직업을 갖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어요.”

- 아르바이트는 어디에서 했어요?
“레스토랑에서요. 처음에는 망설였어요. 근무지가 서울 청담동에 있었거든요. 나를 아는 기획사 관계자가 손님으로 오면 어떡하나 걱정했어요. 그렇다고 가만히 집에만 있을 순 없어서 시작했는데, 좋았어요. 첫 월급으로 아빠 지갑도 사드렸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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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의진.   사진=임형택 기자.

- 데뷔 후 처음으로 또래와 비슷한 경험을 해봤겠어요.
“맞아요. 데뷔 초엔 친구들이 저를 부러워했거든요. 빨리 직업을 찾았다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친구들은 자리를 잡아가는데, 저는 오히려 붕 뜬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또래 친구들과 비슷한 고민도 해보고, 그러면서 각자 자신만의 힘듦을 견디고 있다는 걸 알았어요.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진 것 같아요.”

- 그리고 마침내 무대로 돌아왔네요. 무엇에 이끌렸나요?
“무대가 그리웠어요. 사람들이 보내주는 환호가 다시 듣고 싶었고요. 그전에도 유튜브에 다른 가수들 노래와 춤을 따라한 영상을 올렸지만, 채워지지 않았어요. 내 노래를 부르고 싶은 마음이 점점 커졌어요.”

- 두렵진 않았어요?
“저는 이미 부딪쳐봤잖아요. 설령 이 길이 내 것이 아니더라도 다른 일을 할 수 있을 거라는 굳센 믿음이 생겼어요. ‘해서 안 되면 말고’라는 건 아니에요. 최선을 다해야죠. 다만 적어도 도전이 두렵지는 않아요. 지나온 시간 덕분에요.”

- 여전히 도전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무슨 말을 해주고 싶어요?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고 예뻐해 줬으면 좋겠어요. 자존감이 떨어지면 그런 생각 들잖아요, 뭘 해도 안 될 것 같고, 나는 고작 이 정도뿐인 것 같고…. 그럴 때일수록 내가 뭘 좋아하는지 살펴보고 문득문득 느끼는 감정들을 소중히 여기면 좋겠어요. 결국엔 내가 나를 사랑할 수 있도록요.”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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