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인 김지은씨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에게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했다. 김건희씨가 안 전 지사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다.
김지은씨는 17일 한국성폭력상담소를 통해 낸 입장문에서 "법원 판결로 유죄가 확정된 사건에서조차 음모론과 비아냥으로 대하는 김건희씨의 태도를 보았다. 피해자들의 울부짖음이 담긴 미투를 그렇게 쉽게 폄훼하는 말들도 들었다"며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안 전 지사는 2017년 7월~2018년 2월 10차례 자신의 수행비서이던 김지은씨에게 업무상 위력을 휘둘러 성폭행과 추행 등을 한 혐의를 받았다. 안 전 지사는 2019년 9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김건희씨는 지난해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와의 통화에서 안 전 지사의 '미투' 사건에 대해 언급했다. 이씨는 김건희씨와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여러 차례 통화하면서 녹음한 7시간 가량의 음성파일을 MBC 측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녹취록 중 일부는 지난 16일 MBC '스트레이트' 방송을 통해 공개됐다.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김건희씨는 "미투도 뭐하러 잡자고 하냐고"라며 "난 안희정이 솔직히 불쌍하더만, 나랑 우리 아저씨(윤석열)는 되게 안희정 편"이라고 했다.
또 "보수들은 챙겨주는 건 확실하지. 이렇게 공짜로 부려 먹거나 이런 일은 없지. 그래서 미투가 별로 안 터지잖아"라며 "미투 터지는 게 다 돈 안챙겨주니까 터지는 거 아니야"라고 말했다.
김지은씨는 "2차 가해자들은 청와대, 여당 후보의 캠프뿐만 아니라 야당 캠프에도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명확히 알게됐다"며 "당신들이 생각없이 내뱉은 말들이 결국 2차 가해의 씨앗이 됐고 지금도 악플에 시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이었던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김지은씨에게 사과했다.
이 교수는 SNS에 "이번 서울의소리 녹취록 파동이 안희정 사건의 피해자 김지은님께 끼쳤을 심적 고통에 대해 국민의힘 선대위 여성본부 고문으로서 진심으로 유감을 표명한다"고 적엇다.
이어 "'줄리설'로 인한 여성비하적 인격말살로 후보자 부인 스스로도 오랫동안 고통받아왔었음에도 성폭력 피해 당사자이신 김지은님의 고통에 대해서는 막상 세심한 배려를 드리지 못한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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