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형토큰은 부동산과 미술품 같은 고가 실물자산이나 매출채권 등 비유동자산을 디지털화한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해당 토큰을 보유한 사람들은 실제 주주처럼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셈이다. 예컨대 미술품을 기반으로 한 증권형토큰을 구매하면 해당 미술품에 대한 지분을 갖게 된다. 수익 배당, 이자 지급, 의결권, 지분권 등 권리를 받는 구조다.
STO는 전통 자산과 연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물경제와의 연계성과 확장성이 크다. 또한 실물자산을 기반으로 안정성을 확보했다. 고가 자산으로의 투자 접근성이 커져 소액 투자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시장은 평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STO를 도입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해 NFT, STO 등 다양한 디지털자산을 거래하는 통합 거래소 설립을 기획했다. 연구는 마무리된 상황이다.
한국예탁결제원도 STO 발행·유통 플랫폼 구축을 위한 로드맵을 마련하기로 했다. 예탁원은 증권을 전자로 처리할 수 있는 유일한 전자등록기관이다. 지난 2019년 9월 전자증권제 시행 이후 전자증권을 역점 사업으로 삼아왔다. 따라서 향후 STO를 관리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12월 ‘STO 플랫폼 개념검증 수행사업 제안요청서’를 작성해 관련 용역을 공고했다. 뱅크거래소 시스템 구축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달 중에 STO 형태의 거래 상품도 나온다. 부동산 간편 투자 앱 비브릭은 실물자산인 부산 지역 빌딩을 토큰화해 일반 투자자들을 모집할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부동산 투자·운용시장은 대부분 기관이나 자산가 위주의 사모 형태로 운용됐다. 그러나 STO를 통해 일반 투자자들도 빌딩 운영으로 생기는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됐다. 비브릭의 최소 투자 단위는 10브릭인 1만원이다.
연구를 시작한 기업도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말 ‘블록체인 증권형토큰(STO) 개발 및 운영’ 직무에 해외 석·박사급 인력을 뽑는다는 공고를 올렸다. 가상화폐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주요 자산으로 인식해 연구하고 있다.
STO 거래를 위해선 자본시장법과 전자증권법을 준수해야 한다. 기업공개(IPO)와 마찬가지로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와 투자설명서를 제출하고 심사받아야 한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50인 이상으로부터 투자금을 모집할 때 금융위 심사를 받아야 한다. 모집액이 10억원 이상일 경우 증권신고서 제출한다.
신고와 심사로 새로운 투자 상품이 추가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기존 가상화폐 시장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투자 매력도는 떨어질 수 있다. 또한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낮다는 지적도 있다. 해외 증권을 취득하려면 증권 발행 주체의 국가에 법적으로 신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발행인 요건, 적격 투자자 확인 과정도 거쳐야 한다.
관련 업계는 자본시장법이 아닌 새로운 가상자산업권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증권거래소처럼 STO만을 취급하는 ‘디지털자산거래소’를 설립해야 한다. 이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만들기 위해 다자간 매매체결 회사법을 고쳐 증권형 토큰을 직상장해 거래토록 해야 한다는 게 업계 입장이다. 또한 전자증권법상 분산원장에 전자등록하는 방식을 허용하면 STO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다.
이상근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일일이 인허가받다 보면 시장을 선점할 수 없게 된다. 업계가 빠르게 돌아가다 보니 선점하지 못하면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되게 된다”면서 “초기부터 금융당국의 규제를 받을 게 아니라 STO를 발행하는 업체들이 증권사처럼 거래소를 만들어 활성화한 후 감독을 받는 게 순서다”라고 말했다.
한편 쿠키뉴스는 오는 2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12층 컨벤션홀에서 ‘가상자산 열차 타고 메타버스로-NFT+STO, 경제지도 바꾼다’라는 주제로 제6회 미래경제포럼을 개최한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