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은 다르다. 외국 택시제도에선 사납금을 찾기 어렵다. 요금이 한국보다 비싸기 때문이다. 기본요금에 통행시간과 거리에 따라 증가하는 시간·거리병산제가 기본이긴 하나 운행지역이나 요일·시간대에 따라 요율체계가 달라진다.
예컨대 일본 도쿄택시 요금체계는 거리제·시간제·정액운임 등으로 다양하다. 거리제는 승차 지점부터 도착 지점까지 실제 탑승거리를 기준으로 계산되는 운임이다. 기본요금은 1.052km까지 420엔(15일 기준 4418원)으로 서울택시 기본요금(3800원)보다 600원 가량 높다. 233m마다 80엔(15일 기준 841원)이 가산된다. 시간제는 영업소 사전 특약에 맞게 계산되는 운임이다. 1시간 기준 4700엔(15일 기준 4만9430원)이고 30분당 2150엔(15일 기준 2만2612원)이 붙는다. 일본 택시요금은 지역별로 상·하한요금을 인가하고 인가요금 범위 내에서 사업자가 자유롭게 요금을 설정할 수 있다. 이밖에 심야엔 할증요금이 추가된다. 장애인 할인이나 장거리 할인도 있다.
도쿄만큼 택시 요금이 비싼 도시가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이다. ‘옐로우 캡’으로 유명한 뉴욕 택시 기본요금은 $2.50(15일 기준 3108원)에 $0.80(15일 기준 994원)이 추가로 부과된다. 심야나 교통체증이 심한 시간대에도 할증이 붙는다. 그리고 현금이든, 카드로 계산하든 팁이 필수다. 클래식한 멋을 자랑하는 ‘블랙캡’이 달리는 런던은 더 악명 높다. 시속 10.4마일(1마일=1.61km)을 기준으로 해당 시속 이상이면 거리기준을, 미만이면 시간기준이 적용된다. 요일과 시간에 따라 다른 요금 운임체계를 적용한다.
런던 택시 요금이 비싼 이유는 따로 있다. 택시 면허를 따려면 어렵기로 소문난 시험을 통과해야한다. 320여개 노선과 2만5000개 거리를 머리에 모두 담아야한다. 주변 유명 관광지나 공공장소도 알고 있어야 한다. 단순 암기가 아니라 여행가이드 수준으로 지식을 쌓아야한다. 면허를 관리하는 런던교통공사가 차량을 엄격히 관리한다. 서비스는 두말할 것도 없고 처우가 다르다보니 런던 택시기사는 자부심이 높기로 유명하다.
이와 반대로 한국 택시 요금체계는 기본요금과 시간거리병산 추가요금을 받는 구조 하나뿐이다. 게다가 요금이 저렴하기 때문에 국내에서 택시는 버스나 지하철처럼 대중교통으로 인식되곤 한다. 택시는 그러나 대중교통이 아니기 때문에 함부로 요금을 올릴 수 없다. 요금이 정체를 빚으면 택시회사는 사납금에 기댈 수밖에 없다. 사실상 서비스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외국은 또 한국과 다르게 임대가 기본이다. 일정 자격을 갖추면 택시 임대업을 하거나, 택시를 임대해 사업할 수 있다. 국내에서 택시 사업을 하려면 반드시 일정대수 택시와 차고지, 사업소를 마련해야한다. 운전자 관리 등 투자비 부담이 크다. 이 또한 편법·불법 영업을 양산하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임금제도도 차이를 보인다. 외국은 회사 택시여도 노사계약에 의거해 책정된 일정 임대료만 내고 운전자가 자율로 수입과 비용을 관리하고 초과수익은 잉여금을 배분하는 임금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강상욱 공공교통전략연구소장은 “택시는 시장 자율에 맡기면 사양하고 자생하기 어려운 산업”이라며 “택시 시장을 이원화해서 한 쪽은 서비스 고급화를 위해 과감히 개방하고 남은 한 쪽은 요금을 규제하는 대신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공공택시’ 모델이 근로여건과 서비스 개선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