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방송인 신봉선은 생소한 수익을 올렸다. MBC ‘복면가왕’에서 팔을 독특하게 올리며 놀라는 모습이 담긴 ‘상상도 못 한 정체’ 짤(사진이나 동영상을 이르는 말)이 NFT 경매에서 300만원에 낙찰된 것이다. 그는 최근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MBC와 계약서를 쓰고 몇 퍼센트씩 수익을 나눠가졌다”고 말했다.
대체 불가능 토큰. 뜻도 생소하던 NFT가 메타버스 바람을 타고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암호 화폐의 일종인 NFT는 비트코인과는 달리 토큰마다 고유값을 부여해 특정 토큰을 다른 토큰으로 대체하는 게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디지털 자산의 유일성과 희소성을 증명하는 인증서 역할을 하는 셈이다. 콘텐츠 업계는 IP 활용의 새 수단으로 NFT를 주목한다.
△ 방송사 최초로 NFT 뛰어든 MBC… 영화계도 관심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는 건 MBC다. 지난해 방송사 최초로 NFT 시장에 진출해 “무야호”, “상상도 못한 정체” 등을 경매에 올려 950만원, 300만원에 각각 판매했다. 이외에도 1990년대 방영됐던 납량특집 드라마 ‘M’의 타이틀 장면이나 ‘서프라이즈’ 1회 타이틀, ‘전원일기’ 마지막 회 타이틀, 뉴스데스크 첫 컬러방송, 조선총독부 폭파 뉴스 등을 NFT로 만들었다. ‘무한도전’, ‘나 혼자 산다’, ‘복면가왕’ 등 인기 예능을 다수 보유해 NFT 종류도 다양하다.
아트 테크로도 진출했다. MBC는 지난달 NFT 아트 테크 전문 기업 아트토큰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두 회사는 방송 IP를 NFT 아트로 전환하는 작업을 이어간다. 첫 타자는 ‘무한도전’이다. ‘극한알바’, ‘돈 가방을 갖고 튀어라’ 특집을 모티브로 삼아 LAYLAY, 성태진 작가가 작업한 이미지들로 NFT 전시를 진행한다. MBC 측은 “NFT 아트 마켓에 방송 IP를 결합해 새 디지털 콘텐츠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일환”이라고 자평했다.
영화계에서도 NFT를 새 먹거리로 보고 있다. NFT를 활용해 영화 자체를 고유화하거나 2차 창작물에 희소성을 부여하는 식이다. 영화투자배급사 NEW가 지난해 말 출시한 영화 ‘특송’(감독 박대민)의 네저러티브 아트 NFT는 판매 시작과 동시에 완판 됐다. 국내 영화로 아트 NFT를 선보인 건 NEW가 처음이다. NEW는 ‘특송’을 시작으로 IP를 활용한 콘텐츠 확장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영화제작사 블루필름웍스가 다큐멘터리 영화 ‘그리고 방행자’(감독 손원경)를 개봉한 뒤 15개 시퀀스로 나눠 NFT 작품으로 변환해 대중에게 판매했다. 블루필름웍스는 NFT를 활용한 2차 굿즈 생산 외에도 콘텐츠 자체를 NFT와 결합하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 IP 고도화 수단된 NFT, 부가 산업과도 연계 속도
콘텐츠 업계는 왜 NFT에 주목할까. 답은 IP 사업 확장성에 있다. IP를 웹툰, 소설, 드라마, 영화 등에 활용하던 기존 방식을 변주할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한 콘텐츠 제작사 관계자는 쿠키뉴스에 “인기 콘텐츠를 기반으로 만든 NFT는 팬층을 결집하고 충성도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로도 활용할 수 있다”면서 “기존 IP를 고도화할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장점도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MCU를 예로 들며 “브랜드 충성도가 높아지면 독립적인 IP로 통합 세계관을 구축하는 등 범용 가치가 무궁무진해진다. NFT가 절대적인 역할을 하는 건 아니어도 긍정적인 이슈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NFT 사업은 부가 산업과 연계해 더욱 날개를 달 전망이다. SLL(구 JTBC스튜디오)은 보유 IP를 기반으로 브랜드 NFT를 발행해 자체 세계관을 구축하는 걸 목표로 삼았다. 콘텐츠 NFT 소유자에게는 팬 사인회 참여 기회 제공 등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혜택을 준다는 계획이다.
콘텐츠 기업이자 공영방송인 MBC는 수익 극대화와 공영성을 결합시켜 NFT 사업을 키워가는 걸 골자로 삼았다. 지난해를 NFT 사업 원년으로 봤다면 올해는 정체성 확립을 목표로 세웠다. 인기 IP를 바탕으로 현재는 다양한 모델링을 시험하는 단계다. MBC 미래정책실 박재훈 부장은 “작년 첫 NFT를 선보일 때도 컬러 TV 첫 방송과 조선총독부 철거 화면을 아이템으로 삼는 등 공적인 부분과 결합하려 했다”면서 “지난해 선구자 역할을 했다면 올해는 시장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단순히 ‘밈’을 상품화하는 것을 넘어 아트 작가, 메타버스 등과 결합해 디지털 자산으로서 가치를 증명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NFT 공급 과잉인 시대인 만큼 지속 가능한 NFT를 찾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