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사 자격기준 논란… 타협점 어디에

심리상담사 자격기준 논란… 타협점 어디에

기사승인 2022-04-21 07:00:01
서울 상암고등학교에서 시험을 앞둔 한 학생이 긴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심리상담사법 제정을 둘러싼 전문가들의 견해가 충돌하고 있다. 법안이 규정한 심리상담사의 자격 기준이 지나치게 낮아, 서툰 자격자를 양산하는 악법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법안이 통과되면 오히려 국가적인 차원에서 양질의 인력을 관리하고 양성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심리상담사법은 명확히 규정된 심리상담사의 자격기준을 일관성 있게 적용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민간 상담사자격증들이 난립하고 있는 현재 상황을 정리하고, 모든 국민이 전문적인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동시에 부적격 자격자에 의한 상담 피해사례를 근절한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최근 국회에는 최종윤 더불어민주당 의원 외 10인의 ‘심리상담사법안’과 전봉민 국민의힘 의원 외 10인의 ‘국민 마음건강증진 및 심리상담지원에 관한 법률안’ 등 두 개의 법안이 각각 공동발의된 상태다.

심리상담사법안은 △대학원, 대학 등에서 상담학, 심리학 등의 과목을 이수하고 졸업한 자 △심리상담 관련 시설에서 5년 이상 심리상담 업무에 종사한 경력이 있는 자 등이 심리상담사 자격시험을 응시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전공 학부를 졸업했거나, 전공 이수를 하지 않고 5년 동안 심리상담 관련 업무에 종사했다면 심리상담사 자격시험을 치를 수 있다.

국민 마음건강증진 및 심리상담지원에 관한 법률안은 심리상담사법안보다 높은 응시 자격 기준을 설정했다. 이 법안은 △대학원에서 상담학, 심리학 등의 과목을 이수하고 졸업한 자 △대학에서 상담학, 심리학 등의 과목을 이수 및 졸업 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설에서 3년 이상 심리상담사 업무 혹은 그에 유사한 업무에 종사한 경력이 있는 자 등을 제시했다. 즉, 학부를 졸업한 이후 3년 동안 실무 경력을 쌓으면 자격시험을 응시할 수 있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두 법안이 제시한 기준이 충분치 않다는 우려가 나왔다. 한국심리학회 산하 심리전문가 민간자격시험은 대학원을 졸업한 이후 3년 동안의 수련 기간을 거쳐야 치를 수 있다. 즉, 최소 9년을 공부해야 시험 응시자격이 주어진다. 심리상담사법안이 전제하는 응시자격자의 교육기간은 최소 4년, 국민 마음건강증진 및 심리상담지원에 관한 법률안은 최소 7년이다. 이에 한국심리학회는 두 법안이 국가자격 소지자를 과도하게 배출해 입법 의도를 제대로 구현할 수 없고, 오히려 국민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며 날을 세웠다. 

장은진 한국심리학회장은 “심리서비스는 과학적 연구를 통한 근거 기반의 질적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며 “이번에 발의된 2개 법안에서 제안하는 심리상담사의 기준은 OECD 회원국들의 정신건강 핵심인력통계에 기술된 심리사 자격증에 턱없이 못 미치며, 법안이 통과된다면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채 전문가 자격을 가진 사람들이 양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국상담학회는 상담사의 권익과 내담자 보호를 위한 법적 기초를 쌓는 작업이 시작됐다며 반색했다. 기본법으로 발의된 법안을 두고 학력이나 전공과 무관하게 자격을 취득한 전문성 낮은 상담사가 증가하는 상황을 우려하는 것은 과대 해석이며, 입법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해석이라는 지적이다. 기본법 제정 이후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 하위 법을 활용해 세부적인 규정을 마련하면, 예상 가능한 문제점들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한국상담학회는 “법안의 핵심은 국민들에게 안전한 심리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라며 “현재 자격을 보유한 사람이나, 충분히 검증 가능한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을 배제 또는 제한하려는 것은 입법 취지와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이어 “아쉽게도 발의된 법안 중에는 심리상담사 시험 응시자격 기준이 지나치게 낮게 설정되어 있는 조항이 있으며, 수련 요건을 명시하지 않았다”며 “이에 대해서는 여러 단계에 걸쳐 수정 및 보완할 수 있는 절차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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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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